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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혹은 지금도 블랙리스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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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혹은 지금도 블랙리스트인가?

[블랙리스트에서 코로나19까지] 문화예술 생태계가 필요하다

<프레시안>은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에서 보내오는 기고글을 통해 블랙리스트부터 코로나19까지를 관통하는 실질적 문제와 쟁점들을 공유할 예정이다. 블랙리스트 권고안 전반에 대한 점검과 비판, 예술인권리보장법, 배제되는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의 목소리, 블랙리스트 가해자들의 안부, 동물복지보다도 무관심하다는 예술인복지와 예술인고용보험 등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위기에 놓인 예술계의 문제를 사회 전반에 알리고 블랙리스트와 같은 국가폭력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 편집자

코로나19 팬데믹 재난 사회에서 예술인들은 생계와 창작활동이 취소되거나 기약 없이 지연되면서 삶 전면에 곤란을 겪고 있다. 정부와 각 지자체, 예술지원기관들은 경쟁하듯 앞 다투어 긴급 지원을 발표했으나 정작 예술인들이 겪는 고통은 심각해질 뿐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위기관리시스템의 부재로 혼란할 수 있으나 지난 1년간 축척된 경험과 예술인들의 피해 사례는 유형화 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위기관리 정책과 지원 방안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명확해진 것이다. 그러나 국가를 위시한 문화예술 전문 지원기관들은 각기의 사정을 이유로 예술인들의 피해와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와는 상관없다는 듯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SNS등 예술계 공론장에서는 "이제 광화문에 다시 가야한다"는 댓글을 종종 볼 수 있다. 박근혜 국정농단이 밝혀진 것은 '블랙리스트'가 발각되면서였다. '블랙리스트'는 청와대가, 국정원, 문체부와 산하기관, 문화예술전문 지원기관등 국가의 문화행정시스템을 총동원하여 정부에 비판적 관점을 가지거나 정치적 이념의 차이가 있는 예술인을 검열, 사찰하고 차별, 배제한 정책 범죄이며 국가 폭력이다. 이에 분노한 예술인들은 국민으로서 주권자로서 광화문 광장에 캠핑촌을 세우고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을 했다.

빈곤에 시달리다가 고립되어 죽어간 예술가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예술인에게도 국민으로서 보편적인 수준의 사회보장제도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인식되고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일방적 수직적으로 작동하는 문화행정 관료제 시스템의 관행과 퇴행적인 협치 구조로 인하여 블랙리스트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토양이 되어 버렸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여전히 그 토양은 단단하여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취약한 예술인들의 삶을 잠식한다. 현재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에 대한 예술 현장의 평가는 냉혹하다. 블랙리스트. 미투, 코로나19까지 피해가 회복되기 보다는 가중되는 형국이니 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를 대응하여 싸우던 그때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현재 진행 중인 블랙리스트

촛불정부의 제1국정과제는 블랙리스트 적폐청산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예술계는 블랙리스트 사태의 책임과 진상규명, 재발 방지를 위하여 2017년 7월 31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2018년 5월3일 진상조사위는 해산하며' 정부에게 <블랙리스트 방지를 위한 진상조사 책임규명 권고안>을 의결・권고했다.

그로부터 30개월이 지났다. 가장 진전이 있었던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예술 표현의 자유, 직업으로서 예술노동의 권리, 성 평등 할 권리를 최소한의 수준에서 법적으로 보장하는 법으로서 예술현장과. 법 전문가. 문체부가 사회적 합의과정을 통해 도출한 법안이었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목적으로 법안재정 취지를 훼손하는 수준으로 축소하고도 여야 정쟁에 휘말려 결과적으로 폐기되었다. 21대 국회가 시작되자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소된 법안 그대로 발의만 해두고 타 분야의 상임위로 가버렸다. 국회가 예술인 권리보장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당초 계획대로 재정되었다면 코로나19위기 상황을 대처하는데 좀 더 나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올해 1월 말에는 국정농단의 주범 김기춘, 조윤선등이 기소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대법원 판결 결과가 파기환송으로 나왔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지원배제 한 것이 공직자의 의무 있는 일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다. 판결 내용에는 일부 블랙리스트가 성립되는 근거가 적혀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고법의 재심의를 받아야하는데 진척 없이 1년이 지났다.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민사 소송 판결도 계속 미루어지고 있는데 김기춘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판결의 영향이라는 이유다. 공직자중 국정농단의 부역자이며 블랙리스트 책임자에 대한 처벌 또한 형사기소 상태에서 진전이 없다.

블랙리스트 이후 가장 힘든 점 '트라우마 등 피해기억'

정부와 문체부 산하기관 등이 책임 이행해야 하는 블랙리스트재발방지 제도개선권고안의 주요내용은 문화예술행정 관료제 시스템의 일방적 수직적으로 작동하는 구조와 원리를 전면개혁하고 예술 현장과 상호협력 속에서 문화정책을 수립하고 함께 결정하기 위한 실질적 집행체계를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계는 앞서 언급한 코로나 19 위기관리 지원 앞에서 예술인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사실에 절망했다. 블랙리스트가 일어났던 토양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지난 20대 국회에서 통과된 <예술인고용보험법>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예술인은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예술노동이라는 특수한 조건과 행위가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문화예술인들의 생계와 창작활동이 정부나 지자체 등 여러 기관들과 연관되어 있는 조건에서 예술인들을 향한 관의 갑질과 예술 검열은 여전히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지난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 힘 의원들은 블랙리스트로 공직자들이 고통 받고 있으며 블랙리스트를 사회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로 여야 정쟁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망언을 했다. 그들은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블랙리스트의 비극을 겪지 않기 위한 사회적 기억 사업의 예산을 불가했다. 국정농단을 반성하지 않는 세력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정부가 적폐청산을 미온적으로 이행하는데도 책임이 있다. 블랙리스트는 현재진행 중이며 예술인들은 국가 입법, 사법, 행정의 국가 주체들로부터 부정당하거나 다름없다.

문화예술 법. 행정 제도 전면 개편을 위한 블랙리스트 대응 운동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이하 실천연대)'는 작년 9월 <블랙리스트 피해자 현황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고 블랙리스트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으며, 밝혀지지 않은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의 재진상조사의 필요성을 파악하게 되었다.

▲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가장 힘든 점에 대해 ‘트라우마 등 피해기억’이라는 응답이 51.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생활고’(18.3%), ‘본업 복귀의 어려움’(6.7%) 순으로 응답됨 기타 응답에서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응답이 다수 언급되었음.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가장 힘든 점에 대해 '트라우마 등 피해기억'이라는 응답이 51.3%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생활고'(18.3%), '본업 복귀의 어려움'(6.7%) 순으로 응답됨 기타 응답에서도 정신적 피해에 대한 응답이 다수 언급되었음.

피해자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블랙리스트 책임자들은 자숙의 시간 없이 곧바로 사회 지도층으로 복귀하고 있다. '송수근 전 차관 계원예술대학 총장 임명'건이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이 사태는 블랙리스트 피해자를 넘어 학습 권리가 있는 학생들에게 2차 피해를 끼친 것이다. 실천연대는 청년 예술가들과 '블랙리스트 책임자 송수근 퇴진 공동행동'을 꾸리고 예술계, 시민사회, 학생들과 대응을 했으나 정부의 방관과 코로나 위기로 인하여 좌초에 부딪쳐 공회전 상태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에 대한 1․2심 재판 결과'를 보면 박근혜 정부 시기 블랙리스트는 단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분야만을 대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었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특검 수사, 감사원 감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조사 결과 등으로 드러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미 블랙리스트가 끝난 게 아닌가?', 불신과 지침으로 '무엇을 해도 변할 수 없다'는 자동적인 반응들을 대면할 때 마다 과연 블랙리스트 문제는 해결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부가 블랙리스트 사태의 책임을 제대로 지고 있는지, 문화예술계를 비롯하여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한 실천이 적극적인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

무감각한 한국사회

인류사에서 표현의 자유 침해와 사찰, 검열, 억압, 배제 차별이 있다고 이를 용인하며 살아가야할까? 자각하지 못한 채 나의 창작활동이 구획되어지고 한계지어지고 동원되고 있다면 어떨까? 창작자에게 창작의 권리는 '내 삶을 지키는 일'이며 이를 침해받았을 때 그 상흔은 당장 인지하는 것보다 점점 깊어질 것이다.

한국사회는 여전히 이에 대해 무감각하다. 심지어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조차도 말이다. 그래서 강한 의지와 실천력을 담보한 '운동'이 아니면 적폐청산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포스트 코로나, 회복적인 사회적 전환은 블랙리스트 사태를 성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제거하는 일과 동시에 내 삶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한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사회의 체질이 바꾸어내는 일은 권한이 잘 분배된 더 나은 민주주의를 제도화하는 일이며 문제 해결의 의지를 가진 사람들과의 연대라고 생각한다.

블랙리스트 책임자 책임규명과 처벌, 피해 예술인들의 회복과 국가주의 중심의 예술 정책과 지원을 둘러싼 퇴행과 협치 구조. 예술인의 권리가 보장법 제도 개선,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예술행정의 관료제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이 예술가들이 위기 상황에 놓였을 때 스스로 회복하고 창작을 지속하며 주권자 시민으로서 공존할 수 있도록 예술인의 권리보장과 사회보장제도의 토양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평등하고 민주적인 문화예술 생태계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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