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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웹하드'에선 여전히 불법 영상물이 대량 유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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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웹하드'에선 여전히 불법 영상물이 대량 유포되고 있다"

[인터뷰] 공익신고자 A "양진호, 석방되려 장애인 동원해 탄원서 작업 중"

'웹하드 카르텔', '갑질 폭행'의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2심 선고가 오는 1일 내려진다. 양 회장은 지난 1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제 말과 행동으로 피해 본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제 행동이 의도와는 다르게, 그동안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점 저의 불찰입니다."

양 회장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부인해온 그였다.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기 위한 '가짜' 사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 회장은 자신이 폭행한 A대학교수, 뺨을 수차례 가격한 전 직원 등에게 직접 사과하거나 합의를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다.

더구나 최종변론에서 양진호 회장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변호인 측은 양 회장에게 제기된 여러 혐의를 두고 '기획'설을 제기했다.

"피고인(양진호)과 만난 뒤 내린 결론은 (이 사건이) 오랫동안 누군가에 의해 기획된 뒤, 언론과 사건을 만들고, 그다음 수사를 의뢰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언론에 터뜨려서 피고인을 악인으로 만든 뒤, 피고인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만들어놓으면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되고 누구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피고인이 독특한 사람이지만, 7년 형을 선고 받을 정도로 나쁜 사람인지는 동의하기 어렵다. 기소 내용을 하나하나 보면, 이것이 그렇게 중한 범죄인지 의심스럽다. 심하게 장난친 게 아닐까 하는 범죄가 많다. 누가 기획했는지 보면 명확히 보일 것이다."

LKB앤파너스 변호인 측에서 말하는 '기획'의 배후는 아마도 '양진호 사건'을 세상을 알린 공익신고자 A씨일 것이다. 양 회장 변호인 측의 주장에 따르면 A씨가 이 모든 일을 오랜 기간 준비해온 셈이다. 다만, 변호인 측은 A씨가 그토록 오랜 기간 '기획'을 준비해온 이유는 설명하지 못했다.

공익신고자 A씨는 변호인의 '기획' 주장을 두고 "섬뜩했다"고 설명했다. 아래 그와의 인터뷰 전문.

▲ 공익신고자. ⓒ프레시안(최형락)

"변호인의 주장은 양 회장의 망상에 의존한 억측"

프레시안 : 양진호 회장 변호인 측 최종변론을 봤나.

공익신고자 : 그간 양 회장 재판을 참관했고, 관련 언론보도도 빠짐없이 챙겨보고 있다. 안 볼 수 없었다.

프레시안 : 변호인 측에서는 누군가 오랜 기간 준비한 '기획'이라고 했다.

공익신고자 : '오랫동안 누군가에 의해 기획된 뒤, 언론과 사건을 만들고, 그 다음 수사를 의뢰하는 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변호인은 그 '누군가'에 대해 특정하지 않았지만, 양 회장의 범죄행각을 언론에 제보한 나로서는 섬뜩한 공포를 느껴야만 했다.

프레시안 : 실제 오랫동안 준비한 '기획'이 맞나.

공익신고자 :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인의 주장은 양 회장의 망상에 의존한 억측이다. 사실이 아니다. 내가 왜 양 회장의 비리 사실을 언론에 알리게 됐는지부터 설명하겠다. 시작은 '웹하드 카르텔'이었다.

양 회장에 대한 '웹하드 카르텔' 관련 범죄 혐의는 2018년 7월 성범죄영상 피해자들과 여성단체들의 제보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 보도하면서 제기됐다. 보도 직후 사회적 파장이 컸고, 관련 내용을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기남부경찰청 수사 도중, 양 회장은 해외도피와 증거인멸, 대리처벌을 지시했다. 당시 나는 수사협조와 대리처벌 반대를 주장하며 양 회장과 대립했고 이 과정에서 양 회장은 내게 갑자기 '출근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프레시안 : 그러면 집에서 대기했었나.

공익신고자 : 그렇다. 양 회장은 사사건건 자기 의사를 반대하는 내가 회사에서 없어져야 자기 의도대로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집에서 대기하던 중, 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양 회장의 폭행 영상과 워크숍 닭 영상 등을 우연히 발견했다.

프레시안 : 발견한 증거들을 어떻게 했나.

공익신고자 : 고민하다 언론에 제보했다.

"누군가의 오랜 기획으로 이렇게 많은 범죄 만들어지지 않아"

프레시안 : 검찰이나 경찰에 증거를 가져가서 신고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공익신고자 : 당시는 '웹하드 카르텔'이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송된 이후, 경찰이 수사를 진행할 때였다. 그런데 회사 내부에서는 이상한 이야기가 돌았다. 당시 양 회장 회사 법무팀 임모 고문과 경찰 출신 변호사 등이 경찰 수사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실제 그랬다. 경기남부청에서 회사 압수수색을 들어오기 하루 전에 회사는 그 사실을 알고는 미리 대응하기도 했다.

게다가 임모 고문은 A 대학교수의 공동상해 사건이 무혐의 처분될 것이라는 말도 내게 직접 했다. 경찰이 수사 중인 '웹하드 카르텔' 수사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나 검찰에 내가 발견한 증거들을 신고할 경우, 사건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양 회장의 힘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언론에 먼저 제보를 한 이유다.

프레시안 : 언론에 보도한 이후에는 관련 증거를 어떻게 했나.

공익신고자 : 변호인의 조언에 따라 신변 보호를 위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했다. 그렇게 하면 권익위가 경찰과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하는지 살펴보기 때문이었다. 그뒤 곧바로 경기남부경찰청에 출석해 양 회장의 상습폭행과 동물보호법위반, 정보통신망법위반(휴대폰도감청), 성범죄영상 및 음란물 유포 등 관련 증거들을 모두 제출했다.

프레시안 : 양 회장에게 제기된 혐의 중 공익신고자와 관련 없는 혐의도 있나.

공익신고자 : 특수강간과 마약, 강요 등 혐의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전·현직 직원들이 추가로 제보한 경우다. 강요는 나도 회사에 다니다 보니 알고 있던 내용이었으나, 특수강간과 마약은 알지 못한 사실들이었다.

이와 같이 다수의 피해자, 여성단체, 공익신고자 등의 제보와 검경의 적극적인 수사로 양 회장의 수많은 범죄행각이 드러난 것이다. 누군가의 오랜 기획으로 이렇게 많은 범죄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 2017년께, 캄보디아에서 군부 실세와 함께 찍은 사진. ⓒ프레시안

"'사과한다'는 양진호의 진술, 감형 받기 위한 술수"

프레시안 : 양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말과 행동으로 피해 본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공익신고자 : 양 회장은 최후 진술 전까지 범죄 사실을 줄곧 부인했다. 반성도 하지 않았다. 더구나 피해자들에게 사과나 피해 복구를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되레 그의 비리를 검찰에 고발한 직원들을 모조리 해고하거나 퇴사하도록 강요했다. 해고자들은 현재까지 생계 문제와 법적 다툼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 회장이 사과를 했다. 이는 결코 반성과 사과로 볼 수 없다. 감형을 노린 거짓 수사에 불과하다. 더구나 양 회장은 지금도 범죄행위를 버젓이 하고 있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공익신고자 : 양 회장 소유 웹하드 사이트들에서는 현재도 불법영상물이 대량 유포되고 있다. 양 회장은 경찰과 검찰의 정보통신망법위반(음란물유포등), 성폭력특례법위반(성범죄영상물유포등)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관련 범죄로 기소됐으나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불법영상물 유포를 멈춘 적이 없다. 현재 양 회장 소유 웹하드 사이트의 대표이사인 이랑진(양진호 부인) 등이 정보통신망법위반(음란물유포방조) 혐의로 현재 수사 중이지만 여전히 불법영상물은 유포되고 있다.

또한 양 회장과 이랑진 대표이사는 2019년 회사 자금 약 200억 원을 배당금과 대여금 명목으로 인출한 혐의(횡령)로 고발되기도 했다. 게다가 2020년 8월, 자기 소유 판교동 자택을 자기 소유 회사인 한국인터넷기술원에 매각하는 수법으로 약 27억 원을 인출하기도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범죄영상과 음란물 유포를 통해 벌어들인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있는 셈이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양 회장은 왜 법정에서 사과를 했다고 생각하나.

공익신고자 : 2심에서 감형을 받고 석방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실제 양 회장은 어떻게든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현재 양 회장 측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을 이용해서 탄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양 회장이 가족 또는 지인들에게 탄원서를 요청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연고가 없거나 관련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장애인들까지 동원해 탄원서 작업을 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그만큼 절실히 석방을 원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얼굴을 모른다 해도 어쨌든 장애인들에게 탄원서를 받는다는 게 문제가 되진 않는 듯하다.

공익신고자 : 양 회장이 2011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선고공판을 앞두고 장애인단체(열린정보장애인협회)를 통해 수백 명의 장애인에게 일괄적으로 서명받은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양 회장은 관련 장애인단체에 수백 대의 서버 장비 기부 등 수억 원가량의 금전적 대가를 제공했다. 이번에도 그러지 말란 보장이 없다.

프레시안 : 양 회장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고 석방되면,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 생각하나.

공익신고자 : 나를 비롯한 피해자들에게 끔찍한 보복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양 회장의 행동이 변호인의 주장대로 '장난 같은' 행동으로 인정받아야 하나. 그런 '장난 같은' 행동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괴로워했는지 안다면 그렇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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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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