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불복' 입장에 동조하는 행정부와 공화당 인사들이 늘고 있다. 대선(11월 3일) 이후 한동안 침묵하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 이어 10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가세하고 나섰다. 미치 매코널 상원 의장도 9일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섰다.
선거와 관련된 소송이 모두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몽니'는 계속될 것이며, 이에 동조하는 지지자들로 인해 사회적인 혼란과 불안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바이든 정부? 트럼프 2기 정부로 전환 준비"
폼페이오 국무장관(이하 직함 생략)의 발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무부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와 협력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정권 이양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왔다.
폼페이오는 웃으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로의 순조로운 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전 세계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모든 합법적인 표를 셀 것이다. 절차가 완료되면 선거인단을 선발할 것이다. 헌법에 절차가 명확하게 명시돼 있다"고 향후 선거관련 절차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미국 대통령선거는 11월 첫째주 화요일 대중투표(popular vote)가 실시되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각 주에서 선발된 선거인단이 12월 둘째주 월요일(올해는 12월 14일)에 선거인단 선거(electoral college vote)를 실시한다. 선거인단 선거에서 이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각 주의 선거인단들은 자신이 원하는 후보가 아니라 주별로 정해진 승자에게 투표해야 하기 때문에 투표 행위는 실제로는 형식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지난 7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체 선거인단(538명)의 과반에 해당하는 선거인단을 확보함으로써 승리를 확정지었다. 현재 바이든은 선거인단 279명, 트럼프는 214명을 확보한 상태다.
폼페이오는 "국무부가 오늘 기능하고 성공하며, 1월 20일 취임하는 대통령과 함께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인수인계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미국 정부가 앞으로 나아가면서 국가안보 기능을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폼페이오의 발언에 비판이 쏟아졌다. <유에스에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사만다 파워 전 유엔대사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모하고 위험하며 미국 안보에 해를 끼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하원의원(텍사스)은 "폼페이오가 미국과 전 세계에서 법과 민주주의의 지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날 폼페이오 발언에 대해 "우리는 이미 정권 인수를 시작하고 있고 잘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가 이겼다는 것을 그들이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라고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펜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바 장관, '선거 부정' 수사 지시에 담당 검사 사표 써
트럼프가 평소 마음에 들어하지 않던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9일 전격 경질한 이후 다른 측근들은 일제히 트럼프에 동조하고 나섰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위해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우리는 모든 합법적인 투표가 집계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미치 매코널 의장도 상원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결과를 검토하기 위해 법적 시스템을 활용할 권한이 100% 있다"면서 대선 패배를 신속하게 인정하라는 민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매코널은 재검표 등 적어도 5개 주의 개표 결과는 법적 분쟁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장관인 윌리엄 바는 이날 연방 검사들에게 "실질적 혐의가 존재한다면 선거 결과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조사를 허락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표했다. 그러나 법무장관까지 트럼프의 "선거 부정" 주장에 동조하고 나선 것에 대한 내부 반발이 거세다. 선거범죄수사부를 이끌던 리처드 필거 검사는 이날 동료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바 장관이 선거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는 부정선거 수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40년 된 원칙을 깨뜨렸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소송전 주도 보수단체 대표도 코로나19 확진...트럼프, 공화당 영향력 유지 위해 안간힘
한편, 트럼프의 대선 불복 소송을 주도하는 보수단체 대표인 데이비드 보시가 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트럼프의 소송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시는 지난 3일 밤 백악관에서 열린 대선 자축 파티에 참석했다가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밤 파티에는 수백명이 참석했는데,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었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파티에 참석했던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도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선 이후 트럼프의 '불복' 주장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며 지켜보면 참모들과 공화당 일부 인사들이 일제히 트럼프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비록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졌지만, 여전히 무시 못할 정도의 득표력과 대중 동원력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는 7000만 표 이상을 얻어 역대 미국 대통령 후보 중 바이든 다음으로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됐다.
때문에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지더라도 정치를 계속할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최근 참모들에게 2024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다시 나설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또 자신과 측근들의 정치자금 마련을 위해 '리더십 팩(PAC)'을 운영할 계획이다. 팀 머도우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10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선거 부정 행위와 싸우는 후보들과 그가 관심 있는 이슈들을 지지할 수 있도록 항상 이 일을 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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