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기 위한 조건으로 '핵 능력의 일부 축소'를 거론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각차를 드러낸 데 대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어떤 정책을 취할지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과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종합감사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인 이른바 '전략적 인내' 기조를 유지하지 않겠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오바마 3기로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클린턴 3기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예단해서 보지 않겠다"고 답했다.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부통령을 지낸 바 있다. 당시 오바마 정부는 북한에 대한 유엔 및 독자 제재를 강화해 북한 스스로 대화의 테이블에 나오거나 붕괴하길 기다리는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을 채택했었다.
이에 바이든 후보 역시 북한에 대해 이와 유사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바이든 후보는 22일(현지 시각) 테네시주 내슈빌 벨몬트대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기 위한 조건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가 핵능력을 축소하는 데 동의하는 조건으로"라며 비핵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이전보다 더 성능이 좋은 미사일을 보유하게 됐다면서 미국 영토에 쉽게 도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두 차례 직접 만나 협상을 진행했지만 군사적 위협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킨 셈이다.
바이든 후보의 이러한 언급을 종합했을 때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북한에 대해 정상회담을 비롯한 대화를 강조한 트럼프 정부와는 상당히 다른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인영 장관은 "(바이든 후보가) 동맹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동맹의 입장을 많이 존중한다고 한다"며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얼마나 긴밀하게 소통하고 발빠르게 움직이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바이든 후보의 대북 정책이 '전략적 인내'에 고정돼있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낙연 의원 역시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전략은 북한이 상황과 당시 한국 정부(이명박 정부)의 태도 등을 생각해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 아니냐"며 한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바이든 후보의 대북 정책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장관은 "한국 정부의 입장이 어떻게 되는지도 바이든 후보가 자기 정책을 수립하는 판단의 근거로 삼을 것이라고 본다"며 "오바마 정부가 집권 초기에 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상당히 감안하고 반영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다면 한국 정부의 입장을 존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됐을 때) '클린턴 정부 3기'로 대북 정책이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클린턴 집권 말기에 대북 접근이 정책적 합리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도 주목해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클린턴 대통령 말기가 김대중 정부 임기 중간이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을 설득해서 그의 먼저 '앞으로는 운전석에 김 대통령이 앉으라'는 말을 하게 했다"며 "그런 일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트럼프 정부와 다른 대북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외교 안보 주요 인사들도 교체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 장관은 "인물의 교체 이전 정책의 조정 과정들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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