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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증권 사장 "옵티머스 김진훈 전화받고 '접촉해 보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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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NH증권 사장 "옵티머스 김진훈 전화받고 '접촉해 보라' 지시"

여야 정영채 사장에 "배임" 등 날선 추궁…NH측 "투자자에게 죄송"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16일 농협중앙회·농협금융지주 등 대상 국정감사는 '옵티머스 사태' 여파로 후끈 달아올랐다. 농협금융지주 자회사인 NH투자증권이 환매중단된 옵티머스의 사모펀드 84% 해당액(4327억 원)을 팔았다는 점과 관련, 여야 의원들이 이 회사 임직원들에게 집중 추궁을 쏟아내면서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에서 만든 사모펀드를 판매하게 된 시초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이 자신에게 부탁 전화를 하면서라고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이사장은 옵티머스 고문단 4인 중 한 명이고, 정 사장과는 금융업계 선후배로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사장은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많은 금융사 중에 왜 NH가 연관됐고 연결고리가 누구인지 국민은 의문이다. 구속된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NH투자증권 간부가 먼저 자신에게 연락해 상품설명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NH증권에서의) 판매승인 전에 증인이 옵티머스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이 옵티머스 고문으로 돼 있는데, 2019년 4월에 김 전 이사장과 접촉한 적이 있다. (김진훈에게) 전화가 왔었다. '금융상품을 팔려고 하는 데가 있는데 상품 담당자를 소개해 달라'(는 얘기를 했다)."

이만희 의원이 이에 "김 전 이사장 전화를 받고 어떻게 조치했느냐"고 묻자 정 사장은 다시 이렇게 답변했다.

"쪽지를 상품 담당자에게 (줬다). '접촉해 보라'는 메모를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의원이 놀랍다는 듯 "이 얘기는 오늘 처음 밝히는 것 아니냐? 지난 13일 정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왔을 때는 '(금융상품 판매 승인과 본인은) 전혀 관련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되묻자, 정 사장은 "금감원이나 검찰에는 다 진술한 내용"이라며 "당시(정무위 국감 때)에는 '정영제 옵티머스 대체투자부문 대표가 소개한 것 아니냐'고만 (정무위원들이) 질문하셨다"고 답했다.

정 사장은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옵티머스 관계자 중 과거 만난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김진훈 전 이사장과 정영제 대표"라며 "정 대표는 2008년경 우리투자증권 업무로 만났고, 2019년 연락이 와서 만났으나 부동산 PF 상담 요청이었고 옵티머스 얘기는 한 마디도 없었다"고 했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 대해서는 "인연이 없었다. 김진훈 전 이사장 점심 자리에서 한 번 만났다"고 했다.

이양수 의원이 "검찰 조사에서 (김재현은) 정영제가 자신에게 '내가 정영채를 잘 안다. 연결해 주겠다'고 했다는데, 정영제가 본인을 김재현에게 연결해준 적이 있느냐"고 묻자 정 사장은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정 사장에게 '쪽지'를 전달받았다고 밝힌 전달래 NH투자증권 상품기획부장은 자신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품승인소위원회에서 옵티머스 사모펀드 판매가 승인받은 과정에 대해 "정 사장에게 김진훈 전 이사장 연락처를 받아 전화를 해서 (2019년) 4월 25일에 옵티머스 측을 만났다"며 "펀드 담당 부서장과 함께 미팅을 했고, 저는 인사 정도 나누고 부서장을 소개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정 사장 본인이 NH증권이 옵티머스 판매사 역할을 하게 하는 시발점이었다"며 "사장이 소위원장인 부장에게 (옵티머스 측) 연락처를 주면서 관련 상품을 얘기하면 누가 '지시'라고 받아들이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승인 결정 과정에서 부하 직원에게 지시나 영향력을 행사한 바는 전혀 없다"며 "제가 전달해도 실무자들이 거부한 상품이 많다"고 해명했다. 전 부장 역시 이런 일은 "자주 있는 일"이었다고 했다. "저희가 (위탁판매 펀드) 운용사를 만날 때는 대부분 내부나 외부 소개로 온다"는 것이다.

민주당 주철현 의원이 "(쪽지를 받은 후) 진행 상황을 정 사장에게 수시로 보고했느냐"고 묻자 전 부장은 "진행 상황은 보고드리지 않았다. 판매승인이 났을 때도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작년에 펀드 (판매) 승인 건수가 500건이 넘는다. 일일이 보고드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여야 한목소리로 "판매승인 졸속 아니냐", "배임"…탈탈 털린 NH증권

정 사장은 판매승인 심사가 졸속이었다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는 "법률 측면에서 졸속 심사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반박하면서 "(승인 심사 시점에) 이미 시장에서 8000억 이상 팔렸던 펀드였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전 부장은 승인 심사 과정에 대한 민주당 맹성규 의원 질의에 "제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상품 제안사와 리스크를 보고 판단한 후 승인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 여부는) 관급공사 크레딧을 봤고, 도급공사 계약서 샘플 3개를 받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맹 의원이 "샘플을 받은 3개에만 투자한 게 아니지 않느냐"며 "법률 검토는 누가 했나"라고 묻자 "법무법인 H다. 운용사(옵티머스)에서 선정한 법인"이라고 하는 등 일부 허점을 드러냈다.

맹 의원은 기가 차다는 듯 "NH증권 자문변호사도 있는데 왜 운용사가 추천하는 데서 법률 검토를 하느냐"고 따졌다. 전 부장은 "소싱을 하는 데서 법무검토서까지 받아 오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관행'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정 사장도 "그 부분은 사후 보고받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사 출신인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 역시 "H법무법인 검토의견서만 보고 '위험도가 낮다'고 믿었다는 것 아니냐"며 "그게 어떤 법인인지 알긴 하느냐? 구성원이 몇 명인지는 아느냐?"고 따지는 등 같은 취지의 지적을 했다. 정 의원은 변호사 4명으로 이뤄진 소규모 법인에 이런 일을 맡긴 것이나, 자체 검증 한 번 없이 보고서만 믿고 판매를 승인한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 역시 전 부장에게 "펀드 상품제안서를 보면 도로공사, 토지주택공사, 철도시설공단 등의 매출채권을 사겠다고 돼있는데, 그럼 이 회사들에 전화해 봤느냐"고 따졌다. 전 부장은 "공사에 전화는 해보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권 의원은 "공사에서 매출채권을 하는 경우가 있는지 없는지 우리가 확인해보니 (공사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5일 이내 지급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걸 누가 미쳤다고 유동화를 시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점식 의원은 또 김재현 대표가 NH증권 사내방송에 출연해 자사 사모펀드를 홍보하는 영상을 국감장에서 상영하고는 "지금 보니 전부 다 거짓말이다. 이 사람을 왜 사내방송에 출연시켜 선전하게 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 방송 전, 4월부터 금감원에서 옵티머스에 서면 조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물어 정 사장이 "전혀 몰랐다"고 답하자 "그렇게 정보에 어두워서 어떻게 '우리를 믿고 펀드를 사라'고 권유하느냐"고 타박했다.

많은 여당 의원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위성곤 의원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NH증권과 농협중앙회가 국민께 사과드려야 한다"고 질타했다. "저는 이런 상황이라면 고개를 들 수 없을 것 같다", "수수료 17억 원 때문에 투자(판매)를 한 거냐"고도 했다. 정 사장은 "저희 수익보다는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만들어 팔자는 목표였다"며 "수수료를 취하기 위해 고객에게 손해인 상품을 팔자는 것은 저희 영업 방침에 배치된다"고 진땀어린 해명을 했다.

주철현 의원도 "명백히 NH증권에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한다"며 "손해 보전을 펀드사(옵티머스)로부터 다 받기는 어려울 것인데, 나머지는 대표를 포함해 (NH 임직원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주 의원도 "이해가 안 된다. 혹시 외압을 받은 것 아니냐", "외압이나 로비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정 사장과 전 부장을 몰아세우기도 했다.

최인호 의원은 "옵티머스의 김재현, 이혁재, 윤석호, 정영제, 이런 사람들은 금융사기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기꾼들의 사기행각을 사전 점검하지 못하고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에 책임을 느끼지 않느냐"고 추궁했고, 정 사장은 "고객에게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머리를 숙였다.

정 사장은 이날 수 차례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다. 정 사장은 "고객 자산을 지킬 의무가 있고 도의적 책임이 무한하다"며 "저희가 (옵티머스의) '구원투수'로 들어간 것은 전혀 아니다.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손실을 끼쳤으니 저희의 미스라고 인정하겠다"고 했다.

다만 정 사장은 '왜 수탁사인 하나은행에 옵티머스의 자산보유 현황 등을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추궁에는 난색을 지으며 "판매사가 (운용사 자산현황을) 확인할 법적 자격이 없어 어렵다. 법적 제약이 있어서 제출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정 사장은 "사기적 운영을 눈치채고 방지하지 못한 것은 저희의 치명적 실수"라면서도 "수탁은행도 저희도 점검을 했어야 하는데, (판매사는) 금지돼 있어 (은행에는) 못 했고 예탁원 명세 등을 통해 자산확인은 했지만 명세 자체가 가짜였기 때문에 저희 입장에서는 찾지 못했다. 만약 (판매사가) 수탁은행에 수탁된 자산을 확인할 권리가 있었다면 조기에 사고를 막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 사장은 NH증권이 남동발전의 태국 바이오매스 사업에 참여한 배경에 옵티머스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우리는 투자가 아니라 금융 알선·주선 쪽이었다"며 "2월 28일 한 차례 만남 이후 추가 연락이 없었다"고 사업 참여 자체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NH증권 추궁엔 한목소리…사건 '프레임' 놓고는 기싸움

야당은 이날 국감에서도 외압 등 '배후' 의혹을 중점 제기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그냥 봐도 허점투성이"라며 "이런 어이없는 투자가 어떻게 걸러지지 않았을까, (그러니) '걸러내지 않은 것이다', '외압이다' 이렇게 보는 것"이라고 했다.

권성동 의원은 "정 사장도 증권업계에서 날고 기는 분이라 NH에 스카웃된 분이고, 상품승인소위 위원들도 NH 내부 엘리트들인데 '당시 결정할 때 우리는 바보였소' 하고 '바보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면서 "제일 유능한 직원들이 모여 있는데 확인할 것 하나도 안 하고 정보수집도 하나도 안 했다(고 한다)"고 비꼬았다.

검사 출신인 권 의원은 "여기서 '외압이 없었다'고 해도 검찰이 그대로 믿어주는 줄 아느냐"며 "해야 할 조치를 안 하고 상대방 말을 100% 믿고 결정했다? 이것은 딱 떨어지는 업무상 배임"이라고 경고했다.

여당은 '권력형 비리' 프레임을 부인하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검찰이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을 지낸 신용한 전 위원장을 소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라임 사태와 관련해서도 출구(역할을 한 기업) 관련 모 부사장도 김진태 전 의원 보좌관, 박근혜 선거캠프 정책위원, 최양희 전 과기부장관 정책보좌관이었다"고 했다. 야당 인사들과도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인호 의원은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여당인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출신"이라거나 "이 사진을 보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나경원 전 의원을 총선 때 지원한 사진이다. 나 전 의원을 지원한 이 전 부총리는 여권 인사냐 야권 인사냐"고 했다. 국감장 한켠에서 "허허"라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최 의원은 "시중에서는 여권 인사들이 연루돼있다고 (권력형 게이트라고) 하는데, 나 전 의원을 지원하고 지지 발언을 한 그 분도 '여권 인사'로 거론되며 권력형 게이트라는 사례가 되고 있다"고 항변했다.

최 의원은 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입장문을 냈다고 한다"며 "이런 피해자가 얼마나 많겠느냐"고 진 장관을 '피해자'로 규정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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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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