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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의 이면, 인권침해 좌시해서는 안된다"

개인정보 수집·활용과 강제조치로 틀어막은 코로나19..."인권과 함께하는 법 고민해야"

'K-방역'이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방지했으나, 방역과정에서 이뤄지는 인권침해 문제에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9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감염병 시기의 인권' 토론회를 개최하며 코로나19 사태에서의 인권적 문제점을 짚었다. 토론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광범위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 감시기구 필요하다"

참가자들은 코로나19 예방조치가 이뤄지면서 공권력이 남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우선 확진자의 동선공개를 위해 취해지는 조치인 개인정보 수집 과정에서 권한 남용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선공개까지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확진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 및 접촉자를 추적한다. 조사관이 환자를 면접 조사해 필요한 경우 환자의 과거 2주 동안의 동선을 조사한다.

이 과정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이뤄진다. 감염병예방법 제76조 1항은 감염병 환자 및 의심자에 대해 여러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항은 경찰관서를 통해 위치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 대표는 이 과정에서 광범위한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률 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수집된 개인정보가 개인을 특정하는 수준으로 공개되는 것 또한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간 동선공개는 K-방역의 핵심으로 꼽혔다. 확진자가 거쳐간 곳을 특정해 해당 장소를 방문한 이들 중 밀접 접촉 우려가 큰 이 역시 공격적인 방역 대상이 됐다. 이는 추가 전파자를 최소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나, 개인의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공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수개월간 제기됐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동선공개의 인권 침해적 요소에 우려를 표하며 확진자 개인별로 공개하기보다는 확진자를 특정하지 않고 방문 장소와 시간별로 공개하는 방안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담당하고 있는 일선 지자체에서는 여전히 확진자별로 공개하고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인권 제한은 어쩔 수 없지만...자의적인 해석으로 남발하게 해서는 안 돼"

오 대표는 "감염병 예방 과정에서 인권이 제한되는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한국처럼 광범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해 감시기술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짚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정부의 시민 감시 강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배경이다.

오 대표는 올초 정부가 보다 효과적인 역학조사를 위해 개발한 코로나19 역학조사 시스템도 문제 삼았다. 코로나19 역학조사 시스템은 방역당국이 이전에 개별 관계 기관에 일일이 공문을 보내 개인정보를 수집하던 방식을 전자 네트워크로 통합해 한 번에 일괄 수집이 가능토록 한 시스템이다. 한 번의 요청으로 시스템에 연계된 모든 기관에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현재 경찰청·여신금융협회·통신사·신용카드사 등 28개 기관이 연계됐으며 해외출입국관리기록·의료기관이용 데이터·QR코드 전자출입명부 등도 연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방역당국은 확진자의 최근 2주간 신용카드 사용처, 휴대폰을 사용한 위치 등의 위치정보부터 의료기관 이용정보와 해외 출입국 정보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오 대표의 지적이다.

오 대표는 △개인정보 수집에 있어 조사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따르게 되는데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고 △감염병 환자뿐 아니라 의심자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 있으며 △수집된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메르스 때 수집된 개인정보, 지금도 정부는 보관 중

'의심자'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도 개인정보 요청 대상자의 범위를 무한정 확대할 근거가 돼 인권 침해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이태원 클럽발 감염 사태 당시 정부는 기지국 정보를 이용해 클럽 주변에 있던 만 명이 넘는 사람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는데 이를 모두 의심자로 볼 수 있는지 논란이 제기됐다. 이 같은 문제는 광복절 광화문 집회 당시 인근에 머문 이들을 모두 의심 대상으로 분류하는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수집된 개인정보의 보관도 문제다. 현재 감염병예방법에는 수집된 정보를 언제, 어떻게 파기할 것이냐의 규정이 없다. 오 대표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수집된 확진자 정보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해본 결과 계속 보관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코로나19 역학조사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코로나19 상황이 종료하면 개인정보를 파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극단적으로 보면, 만일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되지 않고 수년 간 수 명의 아주 적은 감염자만 이어지더라도, 정부가 이를 근거로 그간 수집한 개인정보를 계속 보관할 근거가 될 수 있다.

현재 감염병예방법 제76조의 2에서 위치정보를 수집할 때 경찰을 매개로 하도록 한 규정 역시 "경찰이 개인정보를 방역당국에 전달만 해주는 건지, 수집된 개인정보를 직접 처리할 수 있는지 불분명"해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를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오 대표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기관이 개인정보를 요청하고 이용하는 데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방조치'도 사실상 공권력 행사...시민의 감시 필요하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감염병 예방조치를 위해 강제조치가 자주 사용된다는 데에 우려를 표했다. 오 교수가 언급한 '강제조치'의 대표적 사례는 사회적 거리두기다. 현재 수도권에 적용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의 경우, 자영업자의 영업을 정부가 강제로 제한하고 있다.

오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사실상 강제조치"라면서 "강제조치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보충적인 성격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오 교수는 코로나19 장기화의 대응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강제조치에만 의존하면서 동시에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을 들어 "감염병예방법이 실질적인 강제처분에 있어 인권침해를 조직하고 지정하는 권한을 정부에 지나치게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강제조치가 일률적이고 포괄적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목했다. 그는 "보다 구체적인 개인의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방역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본래 머물던 곳이 안전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제조치에 상응해서 국가가 그에 맞게 무언가를 해야 하는지도 상세하게 규정돼야 한다"고 오 교수는 주장했다. 가령 식수를 사용할 수 없게 제한한다면 별도로 식수를 공급해야 한다는 식이다.

오 교수는 "강제조치는 사법적 절차가 아닌, 신속하게 이뤄지는 비사법적 절차"라며 "이런 조치를 시행하기에 앞서 감염병 전문가 당사자는 물론, 시민의 관점에서도 함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한동안 숙의민주주의를 이야기했는데 정작 숙의민주주의가 필요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토론에 참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서채완 변호사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어디까지 인권을 보장하느냐'가 아니라 '인권을 어떻게 보장하느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인권중심의 접근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감염병 협동대응체계에 국제원칙은 △인권중심 및 차별금지 △취약계층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보호 △시민의 참여 △국제연대 4가지를 두고 있다. 특히 '시민의 참여' 여부는 유엔특별보고관이 감독하는 핵심사항 중 하나"라며 "감염병 예방 조치에 활용되는 공권력도 국민주권의 원리에 따른 국민적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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