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사회의 투영이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는 언론 뉴스를 톺아보면 잘 알 수 있다. 8월의 코로나는 지난 2~3월의 대구·경북 코로나 유행보다 질적인 면에서 더 심각하다. 사회적·정치적 갈등도 그때보다 더 심하고 시민들의 불안감과 위기감도 더 크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유행이 시작됐고 이어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쏟아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신천지 교회라는 거의 단일 집단에서 크게 확산돼 외려 방역하기가 지금보다 훨씬 좋은 조건이었다. 지금은 전혀 딴판이다.
28일 오후 5시 포털사이트에서 ‘코로나19 확진자’를 치자 관련 뉴스들이 쏟아졌다. 모두 다 오후 들어 나온 기사들이다.△‘경남 거제 코로나19 확진자 하루에 4명 발생’(프레시안) △아모레퍼시픽,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용산 사옥 폐쇄'(데일리안) △‘태안군, 코로나19 확진자 3명(8.9.10번) 발생’(충청일보) △‘평택시, 코로나19 확진자 4명 발생...모두 안중읍 거주’(수원일보) △‘화성시, 코로나19 확진자 2명 사망자 발생’(경기 타임스) △‘홈플러스 본사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본사 폐쇄'’(일요신문) △경남 등교 학생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광화문 집회' 어머니(프레시안) △'코로나19도 수도권 버금'..충남 최대 천안 확진자 2주간 62명(연합뉴스) △‘인천시, '코로나19' 확진자 23명 발생…'주님의교회' 관련 3명 추가(뉴스웨이) △경남 기장군 일광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뉴시스) △세종시, 코로나19 확진자 64·65번 발생…밀접 접촉자 40여명(세종매일) △“코로나19 확진자, 하루 최대 2천명까지 증가할 수 있어”(한의신문) △전북 익산시, 코로나19 확진자 연속 발생..타지역 방문 자제 등 호소(뉴시스) △창원서 코로나19 확진자 3명 추가 발생(뉴시스) △서울시 확진자 146명 추가, '10인 이상 집회금지(KBS)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371명..주말 최대 고비(연합뉴스TV) △SSG닷컴 이어 마켓컬리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물류 배송 비상(세계일보) △제주 36·37번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제주투데이) △[속보]인천, 코로나19 확진자 20명 추가(뉴시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코로나 확산, 원인 성찰해야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뉴스를 한 군데 모아 살펴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월 초만 해도 미미했다. 하지만 8월 중순부터 서서히 그 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8월15일을 전후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기세를 꺾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수도권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린 다음 곧 이어 전국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지난 열흘 넘게 그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가 200 명대와 4백 명대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불안의 나날이 이어졌다. 결국 3단계로 올리는 더 강력한 방역 조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당과 감염병 전문가 집단 등한테서 터져 나왔다.
정부는 마침내 30일부터 수도권에서 3단계 같은 2.5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로 했다. 음식점과 제과점 등에서는 밤 9시 이후에는 영업장에서 음식물 섭취 못하도록 하고 포장과 배달만 할 수 있도록 했다. 헬스장·당구장 등 실내체육시설은 운영중단되고 학원은 비대면 수업만 할 수 있다. 음식·제과점 38만여개, 학원 6만3천여개, 체육시설 2만8천개가 그 대상이 된다.
제동 거는 시기 놓쳐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된 8월
8월의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일찍부터 이 칼럼에서 강조해왔는데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해 결국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경제 주름살이 깊어지게 됐다. 우리는 여기서 지난 8월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9월, 그리고 10월 등 미래는 최근 벌어졌던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 성찰함으로써 어떤 교훈을 얻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감염병은 대응 시기를 조금만 놓치게 되면 고비 풀린 망아지처럼 날뛴다. 바이러스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다. 8월에 정부가 둔 바둑알의 행마를 살펴보면 행마가 발 빠르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묘수라도 제때 그 수를 두지 못하면 바둑의 형국이 비세가 된다.
교회의 소모임을 풀어준 것, 사랑제일교회의 위험을 일찍이 심각하게 보지 못한 것, 광복절 광화문 집회를 막지 못한 것,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집회의 경우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허브가 될 것이란 점을 강력하게 사전 경고하지 못한 것, 언론과 정치권이 이런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올바른 훈수를 강력하게 두지 않은 것 등이 사태를 키웠다.
감염병은 일정 규모 이상 크기로 확산되면 그 사회가 감당하기 힘들다. 깜깜이 환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필연이다. 그렇게 되면 K-방역이 아니라 K-방역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코로나19의 진격을 막아내기 어렵다. 이러한 점을 간파했다면 8월초에 줄기차게 교회와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하고, 강조하고, 설명하고, 알리고, 홍보하고, 소통해야 했다. 그것이 부족했다.
방심과 자신은 감염자가 아니라는 자만이 만날 때 가장 위험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전투는 바이러스와 벌이는 싸움은 아니다. 한국 사람끼리, 국가가 우리 국민과 싸우는 전투이다.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 가운데 다수가 무증상 내지는 매우 가벼운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보균자, 즉 감염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 확산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아직도 공무원 회의 때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리거나 코를 드러낸 채 발언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정부위원회가 입주한 건물에서 ‘어공’들이 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 우르르 승강기에 탑승한 뒤 농담을 주고받으며 파안대소를 하는 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다. 이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자신들은 감염자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까지 타인에게 코로나를 퍼트린 사람 가운데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알고 일부러 전파 행위를 마구 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극히 예외적인 경우만 있었을 뿐이다. 2단계냐, 3단계냐, 2.5단계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계에 관계없이 전파 위험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잠깐의 방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코로나를 퍼트려왔다. 우리 사회에서 전파 위험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코로나 위기 극복의 핵심 열쇠다. 위험 행위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지인이든, 직장 동료든, 가족이든, 친구든, 잘 모르는 사람이든 무조건 제지를 하고 충고를 하는 공동체에서는 코로나가 발붙일 공간이 없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