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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앞 흑인 피격' 사건으로 美 스포츠 경기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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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앞 흑인 피격' 사건으로 美 스포츠 경기가 멈췄다

경찰, 총 든 자경단에게 '고맙다'고 하기도...블레이크 변호사, 경찰 태도 문제 지적

"우리는 밀워키와 위스콘신주를 대표해 코트에 뛰는 농구선수들입니다. 우리가 높은 수준에서 뛰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서로 도와야 하고, 우리는 그런 기준에 부응해왔습니다. 이제 입법, 사법 당국도 같은 일을 해주길 요구합니다." (26일 현지시간, 밀워키 벅스 선수들이 발표한 성명 중)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발생한 '세 아들 앞 흑인 피격 사건'으로 NBA(미국 남자 프로농구)를 포함한 주요 스포츠 경기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 스포츠 경기 선수들의 다수가 흑인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앞서 커노샤에서 지난 23일 흑인 남성 케어콥 블레이크가 비무장 상태에서 경찰이 등 뒤에서 쏜 총 7발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차 안에는 8살, 5살, 3살인 블레이크의 세 아들이 타고 있어 아버지가 총에 맞고 쓰러지는 장면을 고스란히 목격했다고 한다.

지난 5월말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의해 목이 졸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지 채 석달도 안돼 또다시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이런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자 흑인 운동선수들이 진상 규명과 사태 해결을 요구하며 경기를 '보이코트'하고 나섰다.

농구, 야구, 축구 등 주요 스포츠 경기 줄줄이 연기

NBA 밀워키 벅스팀의 선수들은 위에서 언급한 입장문을 발표한 뒤, 26일 오후 4시에 예정되어 있던 올랜도 매직과 NBA 플레이오프 5차전 경기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제이콥 블레이크에 대한 정의를 촉구하고 경찰관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한다"며 "지난 4개월간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인종적 부정의에 대해 전국의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변화를 요구하는 압도적인 호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의 관심은 농구에 집중될 수 없다"고 '보이코트' 이유를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와 클리퍼스 선수단들도 밀워키 벅스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남은 플레이오프 불참을 선언했다.

WNBA(여자 프로농구) 6개 팀을 대표해 애틀랜타 드림 엘리자베스 윌리엄스 선수는 26일 WNBA 선수들도 "NBA 형제들"과 연대해 경기를 보이코트 하겠다고 발표했다. WNBA 선수들은 또 앞면에는 '제이콥 블레이크' 이름, 뒷면에는 7발의 총상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코트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미국 여자 프로농구 선수들이 '세 아들 앞 흑인 피격' 사건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7발의 총상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었다. ⓒCNN 화면 갈무리

MLB(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도 밀워키 브루어스를 비롯, 시애틀 매리너스 2개 구단이 출전을 거부해 2경기가 취소됐다. MLS(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사커) 사무국도 5경기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흑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도 27일 열리는 여자프로테니스(WTA) 웨스턴서던 오픈 4강전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TNT의 <인사이드 NBA> 해설가이자 전 NBA 선수인 케니 스미스는 방송 도중 선수들의 뜻에 동참하겠다며 마이크를 뽑고 스튜디오를 걸어나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블레이트 사망 사건 때문에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가 취소됐다. 경기장 전광판에 "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라는 구호가 적혀 있다. ⓒCNN 화면 갈무리

경찰, 총 들고 시위대 쫓던 자경단에게 "고맙다"며 물병 건네기도...총기 사고 후 범인인 백인 소년은 현장 빠져 나가

한편, 블레이크와 그의 가족을 대변하는 변호사들은 27일 성명을 내고 블레이크의 피격에 대해 시기적절하고 전면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시위대 2명 살해되고 1명이 다치는 또 다른 참사를 일으킨 총기를 소유한 "자경단원"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해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경찰이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는 17세 백인 소년인 카일 리튼하우스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고 도망간 다음 날에야 체포된 것과 관련해 문제제기를 했다. 총격 당시 현장을 찍은 다수의 시위 참여자들의 동영상에 따르면, 당시 경찰들의 대응 태도에 명백히 문제가 드러난다고 CNN이 보도했다.

당시 현장을 찍은 동영상에 따르면, 리튼하우스는 총격이 발생한 직후 현장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순찰차 2대와 장갑차 3대를 지나쳤다. 그는 경찰 차량이 가까이 다가가자 걸음을 멈추고 손을 들고 지나갔는데 경찰이 전혀 제지를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경찰이 자경단들에게 생수를 병째로 주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블레이크의 변호사들은 "경찰들은 자녀들 앞에서 블레이크에게 총을 7번이나 쐈다"며 "하지만 리튼하우스에 대해서는 현지 법 집행기관과 국가 경비대원들은 공격용 무기를 들고 거리를 걸을 수 있도록 허락했다"고 대비되는 대응 방식에 대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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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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