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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에게 자비를 베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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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에게 자비를 베풀지 말라"

[박병일의 Flash Talk] 아동 성범죄 예방을 위한 합리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아동 성범죄는 어린 피해자에게 치료하기 힘들 만큼의 육체적 및 정신적 장애를 남기곤 한다. 실제로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가 발생하면 많은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출옥 후 본인을 알아보고 해치면 어떡하나 불안해하며 걱정한다고 증언함으로써 대부분의 상처가 치유되지 못한 채 피해자의 몸과 마음에 남아 아프게 함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성범죄를 당한 아동은 때로는 영구적인 신체적 장애를 짊어지는데 더하여 커다란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일생 동안 겪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문제는 아동 성범죄에 대해 면죄부를 없애고 단호히 처벌하는 등 가해자를 사회로부터 강하게 격리하는 서구 국가들에서조차 아동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데 있다. 예컨대, 2012년 영국에서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무려 16년간이나 백인 소녀 1400명에게 조직적인 성적 학대와 착취를 가한 사건이 알려져 사회적 충격과 공분을 산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일명 '로더럼 사건'). 2019년 독일에서도 3∼14세 사이 미성년자 수십 명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34명을 상대로 성폭행을 벌인 남성 2명이 검거되어 각각 징역 12년과 13년을 선고받았다.

아동 성범죄에 엄격하기로 유명한 미국 사회에도 비극은 있었다. 1994년 뉴저지주에 살던 7살 소녀 메건이 이미 2번의 성범죄 전과가 있었던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때 '메건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성범죄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인터넷과 전화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하고, 범죄자 출소 뒤 피해 아동의 집 반경 10 킬로미터 내에 접근을 불허하며, 이주 시마다 신고토록 강제한다. 이러한 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2005년 제시카라는 소녀가 또다시 성폭력 전력이 있는 이웃 남자에 의해 살해되자, 아동 성폭행범에게는 최소 25년을 선고하고 출소 후 평생 전자발찌를 차도록 의무화한 '제시카법'이 추가 제정되었다. 이러한 엄벌주의를 채택한 이후 미국 내 아동 성범죄의 79%가 감소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 : <중앙선데이> 2012년 7월 28일 자 '미, 엄벌주의 채택 후 아동 성범죄 79% 줄어')

이와 같은 여타 국가들의 상황은 우리에게 두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첫째, 미성년 아동을 대상으로 범해지는 반(反)인륜적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국과 같이 가혹할 정도의 엄벌이 필요하다. 아동 성범죄를 엄단하는 미국에선 무려 징역 4060년이 선고되는 경우도 있었으며, 초범일지라도 납치, 성폭행, 상처를 입힌 경우, 앞서 언급한 제시카법에 의거 최소 25년형에서 종신형까지 언도된다. 최근에도 11세 소녀를 성폭행한 가해자에 대해 텍사스 검찰은 "짐승에게 자비를 베풀지 말라"고 법정에서 요구하였고, 판사는 이를 받아들여 징역 99년을 선고하였으며, 미 연방국무부는 2017년부터 미성년자에 대한 성범죄자의 여권에 범죄사실을 적시하는 문구를 인쇄하여 표시하고 있다.

그나마 우리 사회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아동 성범죄는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개정으로, 신체적 및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저지른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사라졌다. 또한 심신미약 역시 인정받지 못 하도록 법규가 개정되었다. 그러나 심신미약의 불인정이나 공소시효 폐지가 재발 방지를 위한 근원적인 처방은 아니다. 즉, 영국이나 독일의 사례를 볼 때 두 번째 시사점은,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그와 같은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등하교 시 아이를 절대 혼자 보내지 말도록 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

영국에서 공부할 때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는, 아이들이 등교할 때 반드시 부모가 함께하고, 수업을 마쳤을 때 역시 보호자가 학교를 찾아가서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었다. 보호자가 오지 않으면, 선생님은 아이 혼자 귀가시키지 않으며, 보호자가 올 때까지 아이와 함께한다. 발생하는 사고의 대부분이 등하굣길 (특히 귀갓길)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보호자의 안전한 동행만으로도 상당한 사고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아름다운 대한민국의 건설>(박병일 지음, 서울경제경영 펴냄) 인용)

하지만 늘어가는 맞벌이 등으로 인해 아이를 동행할 수 있는 보호자가 없는 경우 난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파트타임 정직원 제도를 시행한다면 여성인력이 육아와 사회활동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동행할 보호자도 없고, 부모 모두가 전일제 근무를 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혼자 등하교해야 하는 아동의 경우, 사립학교처럼 모든 학교가 스쿨버스를 운행하여 안전한 등교 및 귀가를 도울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국가에서 재정을 부담하여 귀가도우미를 고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어떤 방안을 마련하든 우리 아이들을 보다 더 안전하게 보호하고, 참혹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마련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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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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