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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는 가가호호 목소리와 주장을 모아 하모니로 만드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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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는 가가호호 목소리와 주장을 모아 하모니로 만드는 과정이다

[김주원 박사의 '마을자치에 학과 습을 이야기하다'] ㊺영혼을 울리는 좋은 음악소리를 만드는 교향악단처럼

마을하면 초등 교과서에 나왔던 동네 음악대가 떠올려진다. 오래전 마을별로 있었던 농악대와 같은 것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농자천하지대본야라는 깃발을 높이 들고 모내기 일꾼들에게 농악을 울리던 들판의 모습을 초등 시절부터 아직까지 오래 기억하고 있다.

농악은 힘든 농사일을 신나게 할 수 있게 하는 협력과 신뢰의 상징이자 수단이었다.

마을의 협력과 신뢰가 마을자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결과보다도 과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절차의 정당성이 없으면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는 일이 마을일이다.

마을자치는 ‘다 같이 돌자 동내한바퀴’ 노래와 더불어 음악대가 발맞추어 행진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최고의 화음을 만들려면 각자 인생을 걸고 악기연주를 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전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리고 합주를 위해서는 이를 리드해야할 지휘자가 필요하고 악보도 있어야 한다.

독주자들이 집단을 만들어 호흡을 맞추어 지휘자가 감동을 주는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마을 자치와 같은 원리다. 마을에서도 가가호호 가지고 있는 역량을 합쳐 마을 일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악보와 같은 마을계획도 필요하고 지휘자의 역량도 중요하다. 그리고 어떤 목적의식을 공유할 때 마을자치는 더 성과를 낼 수 있다.

음악대와 관련한 유명 동화중 브레멘 음악대가 있다. 주인에게 쓸모없다고 버려진 당나귀, 개, 고양이, 수탉이 주인공인 유쾌하고 흥미로운 동화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동물 친구들이 새로운 꿈을 찾아 브레멘으로 음악을 위해 떠나는 이야기, 네 명 친구가 힘을 합쳐 강도들을 물리친 이야기 등 어린이 친구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네 친구가 브레멘이라는 먼 도시까지 함께 의지하여 길을 떠나고, 강도들을 만났을 때도 각자의 장기를 살려 강도들을 물리친다는 내용은 마을사업원리와 같다. 마을의 의제를 정하고 이에 동참하도록 하여 마을자치가 시작된다.

마을자치가 어려운 이유는 사람들 간의 협력과 신뢰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는 의제 설정문제와 어떻게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느냐하는 일들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만약 혼자였다면 당나귀와 개, 고양이, 수탉이 용기를 내서 길을 떠날 수 있었을까? 무시무시한 강도들이 있는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갈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혼자가 아니라 함께 힘을 모아 협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을자치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다 함께 더불어 더 잘 사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이웃과 함께 살 때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 마을자치라고 생각한다.

마을자치는 마을의 문제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리더를 뽑아 이웃과 함께 극복하는 과정이다. 마치 브래맨 음악대처럼 도둑을 잡고 음악대를 조직하는 것과 같다.

마을주민들이 더 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어떤 목적을 정하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다. 형편없다고 생각했던 버림받은 동물들이 음악대를 조직하고 도둑을 몰아내듯이 말이다.

마을주민들이 더 잘 사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에서 마을자치는 시작된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사고방식에 차이를 가지고 있는 마을주민들이 어울려 마을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렇지만 어렵기 때문에 잘 조화를 이룬다면 더 잘사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쉬워진다.

마을자치에서 마을조직은 중요하다. 비영리 법인, 협동조합, 영농조합, 마을기업 등 다양한 조직들이 마을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경쟁력있는 조직으로 자생력을 갖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다.

어떻게 마을조직이 더 경쟁력을 갖게 할 것인가는 앞으로 마을자치와 관련한 성과측면에서 중요하다. 마을자치조직의 성과관리도 초일류기업을 닮아야 한다.

마을이 더 경쟁력을 가지려면 마을조직은 피라밋조직이 아니라 오케스트레이션형 조직이 되어야 한다. 미래의 조직이 더 경쟁력을 가지려면 피라밋조직이 아니라 오케스트레이션 조직이어야 한다고 경영학의 창시자이자 대가였던 피터드러커가 주장했다.

그는 미래사회의 경영조직을 논하면서 앞으로 점점 더 CEO의 직무는 내가 아는 가장 복잡한 직무, 즉 오페라를 운영하는 일과 한층 더 닮을 것 같다. 스타에 해당하는 주연급 가수들에게는 명령을 내릴 수 없다.

조연급 가수들이 있고 반주를 맡는 오케스트라가 있다. 무대 뒤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청중들이 있다. 각 집단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러나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비롯해 사람들은 서로 같은 악보를 갖고 있는데, 오페라단 경영을 맡은 CEO는 모든 집단이 바람직한 결과를 생산하는 일에 집중하도록 확실히 만들어져야 한다.

교향악단 경영원리는 미래 마을자치의 CEO의 직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예다. 그것은 절대적인 중요도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역할마다 그에 따른 중요성이 깃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명령을 내릴 때가 언제인지, 그리고 다른 사람을 하나의 파트너처럼 취급할 때가 언제인지를 아는 것이다. CEO의 직무는 재무적 목표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일은 악단 단원들의 각각의 소리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김주원 농도상생포럼 회장·전 강원연구원 선임연구위원

CEO는 자신이 맡은 회사의 재무 목표와 회사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과제와 통합하는 법을 통찰력을 갖고 매일 매일 피와 땀을 쏟아야 한다. 단원들과 함께 공연을 앞두고 각자의 기량뿐아니라 리허설을 통해 조율해야 한다.

마을은 다양한 사람들의 생활터전이다. 이미 가가호호 자기 삶의 전부를 자기 생활속에 최선을 다하는 생활인이다. 그리고 자기 일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다. 전문가인 사람들을 다루기가 가장 어렵다.

전문가들이 모인 조직을 우리는 복합조직(complex)이라고 한다. 마을주민들은 이미 자기 인생의 주인이자 전문가다. 가장 경영하기 어려운 조직이 대학과 병원이라고 한다.

이러한 조직을 복합조직이라고 한다. 마을은 리더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더 복잡하다. 각자의 시선, 입장, 경험에 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을은 그 영역안에 사는 사람들이 다양하고 이해관계도 직접적이고 복잡하다. 각자 자기 인생살이 속 전문가들이다. 이들 전문가를 마을자치로 이끌어 가려면 이를 이끌어가기 위한 훌륭한 명지휘자가 필요하다.

각 가정의 행복이 보장될 수 있도록 조정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지휘자가 필요한 것이다. 때문에 드러커가 논의한 것처럼 마을자치 조직은 오케스트라 조직처럼 움직여야 한다.

여기서 악보는 마을계획이라고 생각한다. 악보는 작곡가가 만든 것으로, 하나이지만 이것을 연주하는 사람들의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정해진 악보를 갖고 있다고 좋은 소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교향악단 지휘자는 토스카니니 같은 악단 단원들을 무섭게 호통치며 강훈련을 하여 좋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도 필요할 것이다.

농촌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카라얀처럼 상업성 있는 지휘자도 필요하다. 교향악단장중 이런저런 이유에서 ‘최고의 거장’으로 불리는 지휘자는 많다. 각자 취향에 따라 꼽는 지휘자가 다르다.

그렇지만 민주적 리더십을 가지고 균형있게 지휘했던 아바도는 그들 가운데 단연 으뜸이었다. 그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과 레너드 번스타인 이후 최고의 스타 지휘자였고, 특유의 ‘민주적 리더십’으로 지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연 인물이었다.

훌륭한 교향악단 지휘자를 우리는 마에스트로라고 한다. 좋은 지휘자는 각 파트의 연주자들이 내는 소리에 집중하고 악보를 중심으로 작곡자의 의도를 충실하게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각자 내는 소리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균형을 맞추어 하모니를 낼까? 통찰력을 가지고 끊임없이 자기 수련을 쌓아가야 하는 마에스트로의 역량은 역사에 남는 연주를 만들어내기 위해 교향악단 단원들과 지휘자의 피나는 훈련,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 만들어진다.

마을에서도 주민들과 리더가 혼연일체가 되어 진실의 음악, 영혼의 음악이 만들어 마을이 더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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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준

강원취재본부 전형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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