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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금지는 '안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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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금지는 '안전'의 문제다

[인터뷰]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

정의당의 차별금지법과 국가인권위의 평등법은 사유는 조금 차이가 나지만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등의 사유에서 차별금지사유를 열거하며 고용, 교육, 재화 및 용역의 제공과 이용, 행정서비스 등 4가지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차별은 좀 더 뿌리 깊다. 드러내 배제하지 않더라도 하대하는 눈빛으로,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음으로, 혐오와 멸시가 깔린 '농담'으로 소수자들의 발언권을 빼앗고 이들을 주변부로 밀려나게 한다. 차별은 이런 식으로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공기처럼 만연하다.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펴냄)의 저자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가 지적하는 부분도 이런 것이다. 차별구조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은 일상 곳곳에 퍼진 차별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보다 선량하며 누구보다 차별적이다.

차별금지법은 이런 일상의 차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프레시안>이 23일 김지혜 교수를 만나 차별금지법이 가져올 일상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하 일문일답.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저자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 23일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소수자간의 연대가 중요하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차별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차별은 정치적이다"

프레시안 :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일상의 차별구조를 지적했다. 사람들이 자신이 차별을 한다고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차별이 자연스러운 감정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자신을 구분 짓고 차별하는 건 본능인가.

김지혜 : 그게 본능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들이 타인과 자신을 구분 짓는 건 정치적이거나 제도적일 때가 많다. 책에도 있는 예시인데 한 실험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임의로 집단을 나눠 경쟁시켰다. 그러니까 정말 서로 다른 집단이라 인식하고 적대시하게 됐다. 반대로 서로 다른 사람들도 같은 편으로 놓고 울타리를 세우면 또 한 집단처럼 행동한다. 구분 짓고 차별하는 건 결국 선을 어디에 어떻게 긋느냐의 문제다.

소수자 사이에서도 선을 그을 수 있다. 같은 여성이지만 고용에 있어서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나뉘기도 한다. 억지로 선을 그을 수도 있다. 인종 문제가 그런 예에 해당한다. 흑인 차별의 경우에는 역사적으로 흑인을 노예로 삼았던 제도에서 이어진다. 인종이라는 게 원래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임의적으로 만든 관념이다. 완벽하게 구분이 되는가, 몇 대로 올라가면 여러 출신이 섞인 사람들이 많은데 그걸 피부색, 머리카락 이런 걸 기준으로 선을 긋지 않나.

프레시안 : 지금 차별금지법이 정의당에서 발의한 안과 인권위 권고안 두 개가 있다. 각각 21개, 23개로 차별사유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고용, 교육, 재화·용역, 행정서비스 등 네 가지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차별이 본능에 의한 것이라면 이렇게 네 가지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한다고 해서 사회에서 차별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김지혜 : 네 가지 영역은 최소한의 공공의 영역이다. 차별은 완전히 법으로 통제할 수 없다. 사람들의 마음을 다 통제할 수 없지 않나. 사적으로 누구는 좋고 누구는 싫다 할 수 있다. 거기서 차별적인 감정이 들 수는 있다. 그거랑 내가 고용주로서 특정 집단을 선호하고 배제하는 건 다른 문제다.

차별금지법은 모두가 함께 살아야 하는 최소한의 영역, 공공의 영역에서는 차별을 하지 말라는 거다. 차별금지법만으로는 차별이 완전히 해소되거나 완전한 평등이 이뤄지지는 않을 거다. 여러 법과 제도가 더 필요하다. 교육과 관련된 법이나 제도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프레시안 : 차별금지법이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되나.

김지혜 : 사회의 기본이다. 차별하지 말라는 건 상식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민주주의는 다 같은 권리를 가지는 평등한 사람들이 공동체를 만드는 데서 시작한다.

차별금지법이 생기면 차별에 대해 사람들이 좀 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어떤 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게 되는지, 이런 차별이 왜 나쁜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 차별에 대한 교육으로 이어질 거고 관련된 제도도 만들어질 거다.

차별은 공기처럼 존재...차별에 대한 민감성 높여야

프레시안 :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차별구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차별을 선택한다"고 했다. 차별에 저항하기 보다는 그 안에 순응하면서 '덜 차별받는 방법'을 택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차별금지법으로 이런 부분도 해결이 될까.

김지혜 : 차별금지법은 개인이 겪는 문제라고 생각했던 차별을 우리 사회의 공적인 이슈로 끌어올리는 거다. 어려서 차별에 대해 교육하게 된다면 차별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를 배울 수 있다.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걸 누군가는 누리지 못한다, 혹은 특정한 사람들만 무언가를 누리는 데 이건 불공평 한거다, 이건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이런 걸 배울 수 있다.

김영란법을 예로 들자면 김영란법이 생긴 후에 내가 선물을 줄 때 이게 청탁인지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 그 전에는 사람들 사이에 이정도 주고 받는 건 미덕이다 생각했는데 이제 원칙이 바뀐 거다. 이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다. 차별은 항상 존재했다. 이전에는 어차피 세상은 불평등하고 다 차별하고 산다고 생각했다. 차별당하지 않기 위해 개인이 노력해야 했다. 차별금지법은 이 원칙을 바꾸는 거다. 개인이 차별 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차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자는 거다.

지금 고용에서 분명 어떤 차별이 있다. 학벌에 의한 차별이라고 해보자. 개인이 가진 직무 적합성이나 능력을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특정 학교 출신을 선호하는 거다. 그런데 사람은 20살 즈음 이후에 자기의 적성을 찾을 수도 있고 인생이 많이 바뀔 수 있다. 특정한 시점에 간 학교 때문에 평생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다는 건 불합리하다. 지금까지는 "그러길래 학벌이 더 좋았어야지"라고 본인에게 그 책임을 물었다면 이제는 "이건 불합리하다"고 책임을 돌리는 거다. 이건 큰 전환이다.

프레시안 :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우리 국민 10명 중 9명이 차별금지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국민적인 요구에 비하면 국회가 상대적으로 잘 안 움직이는 거 같다. 어떻게 보나.

김지혜 : 국회가 차별 이슈에 무딘 것 같다. 아마 국회의원이라는 위치가 영향을 미칠 거다. 어떤 경험과 과정을 거쳐 국회의원이 됐든 그 지위가 가진 속성이 있다. 책에 쓰기도 했는데 만화 <송곳>에 나오는 말처럼 서 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다르게 보인다. 분명히 존재하는 차별이 자기의 위치에 따라 보이지 않게 된다.

연령차별을 예로 들면 특정한 연령에서는 연령차별을 많이 경험한다. 그런데 내가 그 연령을 벗어나면 연령차별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내 위치가 바뀌어서 안 보이는 건데. 비정규직이었던 사람이 정규직이 되면 더 이상 비정규직 차별을 받지 않는다. 그럼 사회에 비정규직 차별이 없어졌냐면 그건 아니다.

그 다음으로는 국회도 차별적인 공간이라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국회의원의 면면을 보면 특정한 연령, 학력, 배경이 과대 대표되고 있다. 국회의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모든 국민을 대변하지 못하고 정책 반영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의 국회는 차별 이슈에 민감도가 높기 어려운 공간이다.

프레시안 : 지금 차별금지법에서 성정체성이랑 성적지향이 과도하게 조명 받는 거 같다.

김지혜 :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이 과도하게 조명 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종교계 일부에서 말하는 '동성애 조장법'이라는 프레임이 10년 넘게 작동하고 있다.

과거에 인종차별이 그랬다.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에는 기독교 일부에서는 인종차별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기도 했다. 인종을 분리해야 하고 인종 간 결혼도 안 된다고 했다. '인종차별을 하면 안된다'는 원칙을 세우는 과정도 꽤 오래 걸렸다.

누구나 차별 당할 수도, 차별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개별적인 차별금지법은 있다.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이유로 교차성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 차별에서 교차성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김지혜 : 현실의 차별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력과 경력 등 다른 조건이 모두 같고 성별만 다르다 했을 때 차별 사유는 명확하다. 그런데 차별이 그렇게만 존재하지 않는다.

책에는 인종과 여성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한 회사가 흑인 고용정책과 여성 고용 정책에 따라 절반은 흑인을 고용하고 절반은 여성을 고용한다 했을 때 흑인 여성은 전혀 고용이 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흑인은 남성만, 여성은 백인만 고용한 결과다. 이 때 흑인 여성은 흑인으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차별을 받은 거다. 한 가지 사유만으로는 흑인 여성이 받는 차별은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인종차별 사건 중에 성공회대 후세인 교수 사례가 있다. 버스에서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들어 모욕죄로 고소했었다. 그때 후세인 교수 옆에는 동료인 한국인 여성이 있었다. 그 분도 같이 욕설을 들었다. 이 여성은 왜 욕을 들어야 하냐며 문제를 제기한 인권운동가들이 있었다.

한국 사회에는 외국인과 결혼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이때 그 외국인이 백인이냐 비백인이냐에 따라 시각이 달라진다. 인종차별이 여성에게 투여되는 거다. 또 여성은 누구와 결혼했느냐에 따라 지위가 변동된다는 식의 차별도 작동한다. 이건 여성차별인가 인종차별인가. 한가지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분명 존재하는 차별이다.

프레시안 : 책에 예멘 난민 사례가 있었다. 비슷하게 모 여대의 트랜스젠더 입학 거부 사건이 있었다. 보통은 차별을 겪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차별에 더 잘 공감할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발생한다. '소수자 간의 연대가 실패했다'라고도 표현하는데, 각자의 입장이 있지 않나. 소수자들이 연대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김지혜 : 소수자의 경험을 가진다고 해서 언제나 소수자인 건 아니다. 누군가에 비해 권력을 가지는 상황도 있다. 그걸 스스로 인식하기가 어렵다.

예멘 난민이나 트랜스젠더 입학 거부나 모두 여성을 중심으로 일어난 사건이다. 모두 '안전'이 이슈였다. 여성들의 핵심 이슈가 안전이다. 여성 폭력이나 성범죄 등 여성 대상 범죄가 만연한 사회다. 예멘 난민이나 트랜스젠더가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집단으로 형상화된 거다. 그게 사실이 아님에도.

아이러니하게도 난민도 안전 문제다. 자기 나라가 안전하지 않아서 온 사람들이다. 트랜스젠더에게도 안전은 큰 이슈다. 그래서 소수자간에 '당신이 나의 안전을 위협한다'가 아니라 '우리의 공통 이슈인 안전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이야기해야 한다. 연대라는 건 공통의 이슈에서 시작한다.

페미니즘을 예로 들면 처음 시작할 때는 가부장제에서 여성의 지위에 관한 연구였다. 그러다 차별이 여성만의 이슈가 아니라 인종 등 다른 소수자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걸 발견하면서 페미니즘 이론 연구가들의 시야가 굉장히 넓어졌다. 그러면서 페미니즘은 소수자에 관한 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엄청나게 기여할 수 있었다. 나의 경험이 다른 소수자의 경험과 어떻게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발견하는 게 시작이다.

프레시안 : 예멘 난민은 사실 나도 두려웠다. 예멘 난민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내가 그들과 비교해서 특권적인 지위를 가졌다고 단정할 수 없는 거 같다. 밤에 골목길에서 내가 예멘 난민 남성을 마주쳤을 때 누가 공포심을 느낄까 생각할 때 그건 나일 가능성이 높다. 또 무슬림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여성차별이 심한 사회에서 온 남성들인데, 과연 내가 그들을 존중하는 만큼 그들 역시 나를 존중할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김지혜 : 예멘 난민 문제에서는 두 가지 측면을 이야기할 수 있을 거 같다. 먼저 '안전을 위협한다'는 건 모든 혐오의 공통적인 레퍼토리다. 나치가 소수자들을 탄압할 때도 '학살이 좋다'가 아니라 '그들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선동했다. 비슷한 예로 관동대지진때 어땠나. '조선인이 일본인의 목숨을 위협한다'였다. 공포심을 자극해 내가 약자가 된다. 이런 패턴이다.

지금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도 그런 식이다. 저 사람들이 병을 전파한다, 아이들을 망가뜨린다, 이런 식이다. 나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한다는 위협감, 그게 혐오의 레퍼토리다. 성소수자 혐오는 영어로 '호모포비아'다. 포비아는 공포다. 낯선 것에 대한 공포.

무슬림에 대한 공포가 작용했다. 그렇다면 먼저, 무슬림을 제대로 알고 있느냐가 우선이다. 두 번째는 예시로 든 그런 상황이다. 그 상황에 예멘 난민 남성이 있고 한국인 여성이 있으면 경찰이 출동했을 때 누구를 보호할까. 누구의 이야기를 더 잘 들어줄까.

실제로 최근에 그런 일이 있었다. '블랙라이브스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일어날 때, 한 백인 여성이 흑인 남성이 자신을 위협한다고 경찰에 전화하는 영상이 논란이 됐다. 영상 속에서 흑인 남성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개를 조심시키라고 했을 뿐인데. 백인 여성은 자신이 진짜 위협받고 있다고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위협이 실재하느냐.

미국의 현실을 보면 경찰은 흑인에게 훨씬 강압적이다. 흑인들은 어려서부터 경찰을 조심하라고 배운다고 들었다. 잘못하지 않아도 경찰이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 영상에서 보면 조지 플로이드는 경찰에게 아무 저항도 하지 않는다.

▲지난 7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대학가·청년 서명운동 기자회견 ⓒ연합뉴스

공정·역차별은 어쩌다 청년들의 담론이 됐나

프레시안 : 우리 사회에서 공정도 뜨거운 이슈였다.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정규화 때 반발이 컸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면 이렇게 역차별이나 공정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김지혜 : 어려운 문제다. 인천국제공항 상황이 많이 속상했던 게 왜 우리 사회가, 청년 세대가 '공정성'에 목소리를 높이게 됐느냐다. 사회의 불평등 구조와 상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차별이 심한 게 현실이다. 정규직이 되려고 노력하는 건 차별당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이 구조에서 한발 물러나서 보면 우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구분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공항이든 어디든, 비정규직이든 정규직이든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는 이유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해서다.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없어도 되는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곳의 구성원으로서 마땅한 목소리를 내고 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다. 제대로 된 권리는 없고 고용은 불안하다. 그걸 알기 때문에 정규직을 가려고 하는 거다.

지금 어떤 업무는 비정규직으로, 또 어떤 업무는 정규직으로 구분돼 있다. 정규직 비율이 적을수록 여기에 들어가려는 경쟁은 심해진다. 공정성 이슈는 점점 더 민감해질 거다. 그러니 질문을 바꿔야 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공정한가'가 아니라 '이들은 왜 비정규직인가', '이 구분은 공정한가'라고.

이런 구조를 만들어 놓은 사람들이 제일 문제다. 불평등 구조는 한 번 만들어 놓으면 바꾸기 어렵다. 예전에 신분제도 그랬다. 천민이었던 사람과 평민인 내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반대가 심했을 것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에서 가장 책임이 큰 사람들은 불평등한 노동자 계층을 만든 사람들이다. 그런 정책을 만든 사람의 책임이 크다. 그렇게 만들어놓고 뒷감당은 지금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들에게 지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그 구조 안에서 공정성을 이야기한다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다는 거다. 내가 정규직으로 가도 이것만큼은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모든 노동자들이 노동자의 권리를 평등하게 누릴 수 있을까.

프레시안 : 차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유가 뭔가. 그리고 차별금지법이 차별연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거라 생각하나.

김지혜 : 교육을 예로 들면, 교육에 대한 권리 하나를 보장하기 위해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교수 방법도 있어야 하고 어떤 내용을 교육할지, 인간의 학습 능력은 어떤 건지 등등. 평등 이슈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는 구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 제도가 어떤지, 이건 어떻게 바꿔야 할지 연구해야 한다.

지금 사회학이나 법학 중심으로 이야기되고 있지만 평등 이슈는 과학기술의 문제이기도 하다. 버스는 어떻게 만들어야 모든 사람들이 다 잘 이용할 수 있을까. 건축의 이슈이기도 하고 디자인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미디어도 큰 연관이 있다. 장도연 씨가 그랬다. "누구도 상처주지 않는 개그를 하겠다"고. 각 분야에서 모두가 연구해야 하는 이슈다.

차별금지법, 평등법이 제정된다면 각자의 위치에서 내가 하는 일에서 평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연구하게 될 거다. 차별금지법으로 평등을 위한 국가의 정책도 생길 거다. 원칙과 정책이 생긴다는 건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모두가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평등을 위해 노력하게 될 거다. 그렇게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지금 차별금지법이 중요한 이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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