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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메달 따는 기계가 아니어야 한다"

[기능대회 잔혹사] ③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 인터뷰

지난 4월 8일 밤 11시 30분께, 신라공고 기능영재반(기능반) 3학년 학생 이준서 군이 자신의 기숙사 방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준서 군은 지난해 전국기능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할 정도로 장래가 촉망받던 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프레시안>에서는 준서 군이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 그리고 그가 속해 있던 기능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 기능대회 잔혹사 ① : '전국대회 동메달' 고3 준서 학생의 죽음을 추적하다)

(기능대회 잔혹사 ② : "정액 먹이고 구타 당하고"...'나가고 싶다'던 고3 준서의 좌절)

준서 군이 속해 있던 기능반은 메달 획득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기능반은 메달 가능성이 보이는 학생을 1학년 때부터 선발해 기능대회에 맞춤형으로 키운다. 이렇게 선발된 아이들은 학교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며 수업도 빠지면서 '교육'이 아닌 '훈련'을 받는다.

기능반에서 연마하는 '훈련'은 그나마도 교사에게 직접 지도받지 않는다. 2인1조로 묶인 선배에게 도제식으로 '훈련'받는다. 폭력과 괴롭힘이 빈번이 일어나는, 그리고 대물되는 핵심 이유다.

그렇게 받는 '훈련'은 기술을 이해하고 응용하는 능력보다는 단순 기능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것에 그친다. 기능대회 날까지 반복 훈련이 매일같이, 그리고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기능반 학생들은 사실상 메달 따는 기계인 셈이다.

이준서 군은 이러한 구조적 모순 속에서 기능대회를 준비하던 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이 준서 군 개인에게만 일어난 일일까. ‘신라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진상조사'에 참여한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은 "다른 학교도 경중의 차이만 있을 뿐 기능반 아이들 상황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진상조사를 위해 준서 군 학교 측 관계자도 직접 만났다. 과거 지도교사로 기능반을 운영하기도 했다. 기능대회의 문제점을 현장에서 살펴본 전문가다.

아래 그와의 일문일답.

▲ 신라공고 정문. ⓒ프레시안(허환주)

"조기 기능반, 아이들을 기계로 만드는 식"

프레시안 : 기능대회를 준비하다 기숙사에서 준서 군이 목을 매고 숨졌다. 이 친구는 입학 전부터 기능반 활동을 했다고 들었다. 3월에 입학인데, 그 전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다고 한다.

김경엽 : 보통 기능반을 운영하는 학교는 1학년 2학기 때 선발하는 게 기본이다. 경북 도의원이 교육청 질의 과정에서 준서 군 학교에 기능반 선발을 언제 하느냐고 묻자, 1학년 2학기 때 한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가 5월 14일 학교 방문 때, 학교 측은 중3 입학예정자를 미리 뽑는다고 답했다. 이 학교가 기능반 학생을 빨리 뽑는 셈이다. 보통 1학년 1학기 마지막에 신입생 3~4명 정도를 학과에서 데려와 기능반 경험을 하도록 한다. 그러면 고2~3학년까지 1~3명 정도 남는다. 대부분 학교에서 기능반 학생들을 뽑는 방식이다.

프레시안 : 그러면 왜 그렇게 일찍 뽑았다고 생각하나.

김경엽 : 좀더 기능반에 익숙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이런 방식은 필요 없다. 아이들을 기계로 만드는 식이다. '네 인생 목표는 메달이다'. 이렇게 특정 방식으로 살도록 주입하는 훈육이다.

프레시안 : 사실 기능반을 1학년 때부터 하는지 몰랐다. 구체적으로 기능반이 무엇을 하는 곳인가. 여기에 소속된 아이들은 학교 정규수업도 안 들어간다고 들었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경엽 : 분리해서 봐야 한다.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여기에 목을 안 맨다. 지적 발달이 있는 친구들은 기능도 금방 따라온다. 따라서 1학년 때부터 기능반에 들어가는 식으로 '올인'하지 않는다. 문제는 성적이 떨어지는 직업계고다. 취업률도, 진학률도 도드라지는 게 없다. 그렇다 보니 기능대회에 '올인'한다.

프레시안 : 마이스터고 학생의 경우, 자기 스펙 중 하나로 기능대회를 준비한다. 일정 시기를 두고 반짝 준비하는 식이다.

김경엽 : 과거에 일반 직업계고도 마찬가지다. 준비 시간을 길게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2000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많은 직업계고에서 기능대회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다보니 경쟁이 붙으면서 학생과 학교가 무리하게 기능대회를 준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프레시안 : 기능대회는 어떻게 준비하나.

김경엽 : 기능대회 출제문제를 모르는 상태에서 들어가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과거 문제를 알고 들어간 학생들이 있었다. 심사위원을 매수한 학교이다. 그것이 문제가 되니, 내부 청결방안으로 출제문제 관련, 도면을 미리 공개하자고 했다. 그런데 이것이 또 문제가 됐다. 미리 공개된 도면은 실제 시험에서는 20~30% 정도 바뀌지만 문제 틀은 달라지지 않는다. 자연히 기능대회를 준비하는 학생은 공개된 도면을 가지고 한 달가량은 죽어라 반복 작업만을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공개된 도면을 가지고 연습하는 것인데, 그것을 왜 고1때부터 준비하나.

김경엽 : 3학년인 대회 선수는 예상 대회 과제 내용만 훈련한다. 기능 훈련 준비과정은 기능작업만 있지 않다. 재료준비와 같은 준비작업, 가벽 설치와 같은 작업 공간 확보작업, 해체 작업 같은 정리작업 등이 있다. 1,2학년은 이러한 선수의 작업과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밑밥을 깔아주는 역할인 셈이다. 학교에서는 3학년 출전 학생들이 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배운다고 설명하지만 기능을 옆에서 배우는 시기를 이렇게까지 길게 잡지 않아도 된다.

프레시안 : 군대와 비슷한 듯하다. 1학년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게, 2학년과 3학년 '수발'을 들기 위해서인가. 학교 체육부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기숙사 생활을 할 필요가 없는 듯하다.

김경엽 : 학교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기숙사 생활도 자발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근거는 학생들이 제출한 동의서다. 그런데 학생들이 학교의 지시사항에서 벗어나나? 전혀 아니다. 학교 지시를 거스르면, 불이익이 상당하다. 그런 상태에서 자꾸 동의서를 언급하면서 학생들에게 자유를 줬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폭력적이다.

동의라는 건,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나 가능한 일종의 양해다. 대등한 관계가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 '학교-학생', 이 관계가 대등한 관계인가. 그런 점에서 '동의'라는 언어 선택은 매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동의서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동의서를 냈으니 아무 문제없다고 말하면 안 된다.

▲ 신라공고 정문에 걸린 현수막. ⓒ프레시안(허환주)

"학교가 기능반 학생들 비위 눈감아줬다고밖에"

프레시안 : 대부분 기능반 운영하는 학교가 다 기숙사 생활을 하나.

김경엽 : 모든 학교가 그러지는 않는다. 기숙사를 운영한다는 건, 그만큼 기능대회에 학교가 집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준서 군이 속한 학교는 2015년에 금탑을 획득했고 2017년에는 은탑을 받았다. 그리고 여러 해 동안 동탑을 받았다. 대회에서 획득한 메달 개수에 따라 순위를 매기고 그에 따라 기관 표창을 한다. 금탑이라고 하면 그해 성적이 가장 우수하다는 의미다. 세계올림픽대회에 나가서 우승한 종목도 있다. 이 학교는 기능대회에 말 그대로 총력을 기울인다고 볼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그렇게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서 학교는 아이들이 상당한 압박을 가할 듯하다.

김경엽 : 기능대회에는 한 종목만 있는 게 아니다. 상당히 많다. 학교별로 그 많은 종목들 중에서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 각각 있다. 기능이라는 것은 아래로 전수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종목에 다 집중할 수 없기에, 특정 종목에 네트워크와 물적 자원을 투입하는 식이다. 후발 학교는 경쟁이 덜 되는 직종을 선택하거나 메달 획득할 때까지 상당기간 준비작업을 한다. 내가 속한 학교의 경우 '타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여러 해 동안 전국대회에 금과 세계기능대회에서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프레시안 : 전수라는 건, 결국 선배가 후배에게 가르쳐주는 것 아닌가. 그것이 결국 폭력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준서 군은 1학년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여러 문제에 노출됐던 듯하다. 대표적인 게 폭행이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폭행이 발생했을 때, 학교의 대처다. 이렇다 할 사후 조치를 하지 않은 듯하다. 준서 군의 경우, 자신의 피해 사실을 학교에 알렸으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가해 학생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김경엽 : 학교 측은 제보한 학생을 믿고 관련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는 통상적인 학교 행정이 아니다. 조사했는데 증거가 없다? 준서 군이 피해자였다. 그리고 피해자 진술이 있었다. 그런데도 조사하지 않았던 것이다. 학교에서 기능반 학생들의 비위행위를 눈감아줬다고밖에 볼 수 없다.

프레시안 : 일종의 특혜일 수 있겠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폭력, 흡연 등 기능반 학생들 비위행위 관련해서 눈감아 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일이 있으면, 매번 징계를 내릴 수 없으니 교화하려 했다고 한다. 이를 특혜라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경엽 :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학교 내규 징계 절차가 있는데, 이를 적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학생의 비위행위를 발견했다면, 절차대로 하는 게 맞다. 만약 징계규칙을 교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너 이번에는 넘어가 줄 테니, 내 말 잘 들어' 이러면 어떻게 되는가. 또 다른 문제에 아이들이 노출된다.

프레시안 : 기능반 소속 학생들에게 실제로 특혜가 있는가.

김경엽 : 우리 학교의 경우, 1학년 학생이 그해 5월 기능반으로 선발됐다. 그런데 이 학생이 담임과 사이가 안 좋았다. 기능반으로 선발된 이후부터는 조회를 안 들어오고 바로 기능반으로 가버렸다. 담임은 인문교과 담당으로 우리 학교에 온 첫해였다. 기능반이 뭔지 모르는 분이었다. 그래서 그 학생을 무단결석 처리했다. 그랬더니 그 학생이 담임에게 왜 그랬느냐며 화를 내며 욕을 했다. 담임 입장에서는 그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 학생징계위원회를 요청했고, 그 학생에게는 '출석 정지 10일'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왔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에 생겼다. 기능반 담당 선생이 그 학생에게 상담해야 한다며 학교에 나오라고 했다. 그래서 그 학생은 징계 기간임에도 학교에 나왔다.

프레시안 : 나와서 무엇을 했나.

김경엽 : 교실로 간 게 아니라, 곧바로 기능반으로 갔다. 훈련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점심은 먹어야 하지 않나. 이 학생이 점심시간에 밥을 먹다가 담임을 정면으로 마주쳤다. 담임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하겠나.

프레시안 : 교장 등이 묵인하기에 가능한 것 아닌가.

김경엽 : 그럴 수 있다. 일례로 점심시간에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지 않나. 그런데 기능반 학생들은 줄을 안 선다. '기능반인데요' 이러고는 쑥 들어가면 끝이다. 처음에 기능반이 뭔지 모르는 선생들이 '뭐냐'고 다른 선생에게 물어본다. 그러면 이런 것에 익숙해진 다른 선생이 '아, 걔들 원래 그래' 이러고 만다.

▲ 김경엽 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 ⓒ프레시안(최형락)

"기능대회에서 메달만 따면, 모든 게 끝인가"

프레시안 : 기능대회를 준비한다는 건, 기술을 마스터하기보다는 숙련의 부분이 더 클 듯하다.

김경엽 : 갈수록 그렇게 되는 듯하다. 대회에서 출제되는 도면을 미리 주지 않나. 이렇게 되면 창의성은 사라지게 된다. 수능 시험 볼 때, 지면 문제를 다 주고 시험장에 들어간다고 생각해봐라. 그럼 학생들이 어떻게 하겠나. 지면 문제만 다 외운다. 지면 이외 다른 내용을 공부하려는 학생이 있겠나. 대회에 나올 도면이 미리 정해졌다는 건, 이미 방향이 나와 있고, 거기에 맞게 연습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프레시안 : 이렇게 3년 내내 준비하다가 메달을 못 따면 학생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김경엽 : 학생 중에는 메달을 따기 위해 휴학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메달이 절박하다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지방의 중하위 직업계고에서 기능대회에 집착하는 건,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고취할수 있는 것은 물론, 학교로서도 명성을 얻는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 명성으로 입학생들이 모여들게 할 수 있다. 메달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인 듯하다.

김경엽 : 기능대회에서 드러나는 기능은 매우 낮은 단계의 역량이다. 그런데 이것이 굉장히 과대포장 돼 있다. 여기에 입상만 하면 매우 뛰어난 학생이라고 말한다. 실제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기능대회에 참여하지 않나.

프레시안 : 기능지역대회에 학생 7000명이 출전하고 이중 1800명 정도가 전국대회에 나간다. 반대로 말하면 나머지 5000여 명은 지역대회 메달도 따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들은 그간 기능대회를 준비하느라 수업도 거의 듣지 못했다는 점이다. 즉, 기본적인 교과 수업을 받지 못한 친구들이다. 기본교육을 책임져야 할 학교가 이 소임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준서 군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능대회를 폐지하는 게 답인가.

김경엽 : 기능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공학만 가지면 공상적인 생각만 한다. 기능을 연마하지 않으면, 공학이론을 적용해 설계한다 해도, 실제 작업장에 반영되기란 어렵다. 그렇기에 기능이 중요하다. 다만, 학교에서 다량으로, 맹목적으로 기능만을 습득하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적절한 중용이 필요하다. 물론, 이와 관련된 관점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관련해서는 다음 기회에, 교육의 본질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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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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