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김모 씨의 이른바 '헤엄 탈북' 사건에 대해 군 수뇌부가 국회 상임위에 출석한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모든 부분의 무한 책임을 국방 장관이 지고 있다"며 "백 번 지적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다만 "우려하는 바처럼 경계작전 태세가 취약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각종 시스템과 장비들이 굉장히 많이 보완돼 있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씨의 월북 루트로 지목된 한강 하구 배수로의 수중 장애물에 대해서는 "침투저지봉 훼손이나 이런 게 있는 게 아니고, 그 사이로 빠져나가지 않았나 생각된다"며 "철조망의 경우 거의 외부 형상으로는 (훼손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박한기 합참의장도 같은 자리에서 "월북 상황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고,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박 의장은 "작년 6월 15일 삼척항 목선 입항 사건 이후 미흡한 경계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절치부심의 노력을 다했다"며 "그런 중 올해 초 주둔지 경계작전 실패 상황이 발생했고, 태안 밀입국 상황으로 해안 경계 실패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보완 대책을 강구하는 중 강화도 월북 상황이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박 의장은 "배수로에서 강으로 이어지는 곳을 차단하기 위해 철근으로 마름모꼴의 장애물이 있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면 윤형(輪形) 철조망을 감아놨다"면서 "(그러나) 김 씨는 신장이 163센티미터, 몸무게 54킬로그램으로 왜소해 장애물을 극복하고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장애물을 벌리고 나갈 여지를 확인했다"면서 "장애물이 좀 오래됐다. 윤형 철조망의 경우 많이 노후화한 부분이 식별됐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다만 "아침과 저녁에 정밀 점검하는데, 그날도 현장을 보고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장애물에 대한 훼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해, 육안으로는 훼손 정도를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야당은 공세를 폈다. 합참차장 출신인 미래통합당 신원식 의원은 박 의장의 발언에 대해 "(훼손 식별이 어려웠다는 것은) 형식적으로 점검했다는 것"이라며 "정신 전력이 문제"라고 했다.
같은 당 강대식 의원은 "국민이 한강을 헤엄쳐 월북을 했는데도, 우리 군은 북한방송에 보도된 후 이러한 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며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상황 아닌가. 이렇게 허술한 군사대비태세에 적군의 간첩이 침투해 마음껏 활보하다가 탈출하지 않았다고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느냐"고 군 당국을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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