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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언제까지 얼마나 탄소 배출을 줄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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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언제까지 얼마나 탄소 배출을 줄일 것인가

[기고] 한국판 그린뉴딜이 도달하려는 목적지는 어디인가

정부는 7월 14일, 코로나 19 시대 이후 등장한 뉴 노멀과 저성장·양극화에 대응하는 경제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하겠다며 한국판 뉴딜 정책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은 그린뉴딜, 디지털 뉴딜,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삼두 마차가 끌게 된다. 정부와 여당, 민간기업, 광역지차체를 망라해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겠다며 내놓은 사업계획은 휘황찬란했다. 하지만 아둔한 탓에 한국판 뉴딜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어디선가 본듯한 기억을 더듬다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창조경제 실현계획이란 문서를 찾아 보았다.

"지난 40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끈 추격형 전략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신흥 산업국가의 추격 등에 따라 한계에 봉착했으며....경제운영의 패러다임을 그간의 모방·응용을 통한 추격형 성장에서 벗어나 국민의 창의성에 기반한 선도형 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하여...(창조경제 실현계획, 2013)"

VS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도약(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2020)"

"우리의 강점인 과학기술·ICT 역량 등을 활용한 한국형 창조경제 추진 전략(창조경제 실현계획, 2013)"

VS

"우리의 강점인 ICT 기반으로 디지털 초격차 확대하여 경제 전반의 디지털 혁신과 역동성을 촉진·확산(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2020)"

창조경제나 한국판 뉴딜이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의 강점을 살려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것 같은데 화려한 수식과 도표 속에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 창조경제 추진과제가 24개였다면 한국판 뉴딜은 28개로 수행해야할 과제가 늘어난 것이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린뉴딜은 말그대로 "딜"을 전제로 한다. 패러다임의 전환 과정에서는 영향을 받는 여러 당사자들의 참여와 합의가 필수적이다. "한국판 그린 뉴딜 계획"에서도 지적했듯이 경제·사회구조 대전환과 노동시장 재편은 양극화 심화 요인이다. 하지만 그린뉴딜은 플랫폼 노동수요 증가 전망을 밝히면서도 여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는 제도적 전망은 없다. 최소한 "딜"이 되려면 중요한 이해 당사자인 비정규직이나 플랫폼 노동자 등 불완전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과의 사회적 합의가 먼저다.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은 1933년의 1차 뉴딜 때 재벌 타파와 금융개혁, 1935년의 2차 뉴딜 때 노동관계와 근로기준 및 사회보장 관련 개혁이 핵심 요소였다. 루즈벨트의 뉴딜이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해 거대 토목공사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대공황의 어려움 속에서 기업 체질을 개선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 실업을 줄이려는 노력이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 냈고 위기를 극복하는 동력이 되었다.

한국판 그린뉴딜이 그 이름값을 하려면 최소한 확산되는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해 비정규 불완전 노동자들의 생활을 보장하는 입법 목표가 존재해야 한다.

한국판 그린뉴딜은 녹색과 환경이라는 수사를 동원하지만 정작 중요한 알맹이는 빠져있다. 그래서 언제까지 얼마나 탄소 배출을 줄일 것인가? 또 이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가? 화석연료체제를 탈출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가 완전히 생략되어있다. 전기차와 수소차로의 전환이 시대를 선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도시 간선도로를 경유나 휘발유차 대신 전기차와 수소차로 가득 메우는 것이 그린 뉴딜의 목표인가?

최소한 국토부와 환경부는 머리를 맞대고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와 철도의 수송분담률 목표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인프라 계획, 자동차 억제 프로그램 정도는 제시해야 그린뉴딜이란 이름값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린 뉴딜이 지향하는 바는 과거의 방식을 절대 훼손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주도 정부 지원의 큰그림이 바탕이다. 이 과정에서 민자사업의 확대는 필연적이다. 그린뉴딜 사업의 총재원은 73.4조원이고 이중 국비는 58%인 42.7조원이다. 디지털 뉴딜의 경우 58.2조원이고 이중 77%인 44.8조원에 국가 재정이 투입된다. 나머지는 민간 투자로 채운다는 것이다. 1호 민자 인프라 사업으로 수소충전소 계획이 발표 됐다. 그동안 민자사업은 대기업의 현금인출기 역할을 해왔다. 정부가 공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이 기업의 수익을 보장하는 장치가 되었다.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에는 기업이 손을 떼고 빠져 나감으로서 사회에 손실을 전가하는 일도 일어났다. 그린뉴딜 민자사업 추진을 두고 벌써부터 민간의 수익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민간투자사업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측면에서도 공적인 규제와 제한이 필요하다. 기업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과도한 정부지원과 높은 이용료가 마치 민자사업의 표준인 것처럼 자리 잡았다. 현재까지 드러난 민자사업의 문제를 극복하지 않는 사업추진은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더 촉진할 뿐이다.

코로나 팬더믹과 기후변화는 지금까지 자리잡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방식의 대전환을 요구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공공부분의 확대와 기능 강화로 사회의 공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 첫 번째라고 말한다. 또한 자원의 무분별한 채취와 사용, 환경파괴, 성장우선주의를 벗어나 지속가능한 생태·환경·녹색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한국에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우상을 절대적으로 신봉한 나머지 이 틀을 벗어날 생각을 못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에 몰아닦친 기아와 난민, 전쟁, 민족분쟁, 불완전 노동, 양극화, 환경파괴, 온실가스 같은 문제는 바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라는 굴뚝의 연돌을 통해서 나온 것들이다. 이 사회의 모든 것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원칙을 적용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사고를 뛰어넘지 않는다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만이 남을 뿐이다. 시장경쟁체제가 포괄하지 못하는 생태, 환경, 교육, 의료, 공공부분을 비롯한 인간 삶의 많은 영역에서 대안 경제체제가 실험되고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 19는 지금 인류가 수행하는 생존 방식에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코로나 19보다 더 본질적이고 치명적인 문제인 기후변화 위기가 코앞에 닥쳐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할 과제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내는 일이 아닐까? 한국판 그린 뉴딜에서도 패러다임 변화를 이야기 하지만 기업과 성장을 위한 변화다. 철학자 펠릭스 가타리는 "사고방식과 집합적 습관을 전환하지 않으면, 단지 문제가 되는 물리적 환경에 대한 대증요법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금 인류가 당면한 문제는 자본주의적 생산과 축적의 결과물로 나온 것이다.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제적 경쟁을 권장하는 집단적 습관을 버리지 않으면 위기는 심화될 것이다.

한국판 그린뉴딜이 도달하려는 목적지는 어디인가? 대전환기, 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다지는 터전인가? 관료들이 붙여넣기로 만든 화려한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속 미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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