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과 운전기사 등 직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에게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부장판사 권성수·김선희·임정엽)는 14일 이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 영향 아래에 있는 피해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한 것으로 그 자체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은 대기업 회장의 부인인 반면 피해자들은 피고인이 고용한 직원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부당한 폭력행위를 감내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가 이 사건 피해자 모두와 합의해 피해자들이 이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2011년 1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운전기사 등 9명의 직원에게 22차례에 걸쳐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하거나 피해자들을 때려 다치게 한 혐의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 상습특수상해, 업무방해 등으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출입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경비원에게 전지가위와 화분을 던지고, 서울 구기동 도로에서 차에 물건을 싣지 않았다며 운전기사를 발로 차 다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에 대한 수사는 지난 2018년 4월 이 씨의 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알려지면서다. 이후 이 씨가 인천 하얏트호텔 증축공사 현장에서 서류를 집어 던지고 직원의 등을 밀치는 등 행패를 부리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재판부는 지난 5월 6일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으나 검찰이 이 씨의 폭행 혐의를 추가로 포착해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변론이 재개됐다. 검찰이 추가한 혐의는 이 씨가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자택 관리소장에게 "화분에 물을 많이 안 주는 바람에 화초가 죽었다"고 화를 내며 화분과 모종삽을 집어던지는 등 24차례에 걸쳐 상습 폭행한 혐의다.
검찰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상습 폭행하고 피해자들은 생계 때문에 대응하지 못한 전형적인 ‘갑을관계’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며 이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 씨의 변호인은 "모든 공소사실이 자신의 부적절함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상습성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판단해달라"며 "모든 고소인과 합의한 점도 고려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앞서 이 씨는 이 사건과 별개로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또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산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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