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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심상정 체제' 준비,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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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심상정 체제' 준비, 어떻게 해야 할까

[정의당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⑤] 막강한 대표 권한...집단지도체제로 분산해야

2020년 총선이 끝난 후 정의당 안팎에선 '혁신'을 둘러싼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만큼 기대가 컸고, 나아가 정의당의 체질과 한계를 목도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의 길이 무엇이었는지 희미해졌다는 평가와 함께 존재감을 발휘하기 보다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의당 혁신위원회는 그간 노선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리더십에 대한 안팎의 우려, 정의당이 새롭게 제출해야 할 정치적 비전의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는 당원들에 의해 기획되기보단 대표에 의해 '주어진' 것이었고, 그만큼 한계도 노정하고 있다. 혁신위원회 활동이 시작된지 어느덧 6주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것이 큰 성과를 보일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혁신위원회의 분투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복잡하고 중층적으로 쌓인 문제덩어리를 한 방에 해결할 묘책이 있을리도 만무하다.

하지만 분명 길은 있을 테고,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진보정당운동을 지역과 부문에서 이끌고 있는 활동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그동안의 정의당 노선과 방법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고, 이후 정의당의 혁신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긴 토론을 통해 정리된 의견들을 총론격의 문제의식, 정체성, 지역정치 활성화, 사회운동 정당, 지도체계와 의결체계, 청년 정치사업 등 분야별로 나누어 연재한다. 진보정당 운동에 관심 있는 분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을 기대한다. 편집자

혁신은 실패의 원인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내부를 진단하는 일이고 그 핵심은 지도·대의체계, 당원체계의 점검이다. 당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당론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은 당의 역량을 온전히 결집할 수 있는 적절한 체계인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특별하지도 낯설지도 않다. 정의당만 하더라도 창당 시에는 여러 세력들이 공존하기에 적합한 집단지도체제, 2기 지도부는 '소수정당으로서 기민한 정세대응력'을 위해 단일지도체제로 개편했다. 3기 지도부는 4자통합의 임시조치로 상임-공동대표 3인, 부대표 4인 체제로 운영했다.

우리가 검토해 볼 수 있는 지도체계들은 정의당 안에서도 실행해 본 경험이 있고 각각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경험이 있다. 따라서 지금 논의의 순서는 혁신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체계를 찾는 일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정의당은 △노회찬, 심상정을 대체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형성해야 하고 △지역과 부문 활동이 주요 당직과 공직 진출의 경로가 되는 지속가능한 구조를 마련해야 하며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수렴되는 당내 민주주의 강화로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정의당 의원총회 ⓒ연합뉴스

막강해도 너무 막강한 대표 권한부터 분산해야

현재 정의당은 단일지도체제에서도 대표의 권한이 무척 강하다. 당헌에 명시된 권한만 해도 △당무 전반에 관한 집행, 조정 및 감독 △전국위원회 등 당의 주요 회의 소집, 주재 및 안건 발의 △당대회, 전국위원회가 위임한 사항의 처리 △당 주요 집행기구 장의 추천 △중앙당 집행기구의 설치 및 폐지 △전국위원회 산하기구의 설치 및 폐지안의 발의 △중앙당직자의 임면 등이다.

전국위원회와 당대회를 제외하면 모두 대표를 보좌하는 기구들이고, 일상 시기에는 대표 혼자서도 당을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의 권한이다.

'상무 집행위원회'는 당의 일상적 사업 집행을 점검하고 심의하는 기구인데 대표를 보좌하는 역할만 있는 부대표와 대표가 임명하는 당직자들로 구성된다. '전략협의회'와 '위원장 연석회의'는 당헌에 운영 근거를 마련해 놓은 수준으로 실제 권한은 없다.

또한, 일상 시기 최고 의결 기구이며 현재 당헌 구조상 유일하게 대표와 토론이 가능한 전국위원회도 대표가 임명한 당연직 4명에 추천직도 선출 정수의 20퍼센트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현재 전국위원 총 89명 중 대표가 임명한 당연직과 추천직이 15명이다.

이러한 체계에서 대안이 제출되거나 이견이 조직되기 매우 어렵다. 그러니 토론도 활발할 수 없다. 소위 '원안 불패 원리'가 강력히 작동하는 체계 안에서, 결과가 빤한 도전은 의욕도 잃고 힘도 빠진다.

당무 전반에 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소집할 수 있는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는 주로 전국위원회 직전 안건 검토회의 성격으로 열려 왔다. 전국위원회에서 논란이 있을 법한 안건을 사전 설명-설득하거나, 미세한 조정이 필요한 안건들을 다루는 것이 임무다. 그마저도 "이 회의는 의결기구가 아니"라거나 "이견은 전국위원회에 제출하라" 등의 발언들 때문에 본격적인 토론이 가로막히기도 한다.

또한, 현제의 지도체계는 꾸준한 지역 활동 또는 정치적 성과를 올린 정치인과 리더의 진출을 가로막는다. 부대표를 제외한 모든 주요 당직자는 대표로부터 임명되어야 한다. 이는 대표가 필요로 하는 역할과 사업에 국한된 활동을 요구받게 된다. 모든 권한이 대표에게 주어진 만큼 단기적인 성과를 통해 이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상정 없는 정의당,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준비하자

새로운 지도체계는 앞서 제안한 혁신의 방향에 부합하고,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쉽지 않은 '심상정 없는 정의당'을 준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당의 곳곳에서 정치적 경험과 역량을 쌓아 온 정치인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다양한 당내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합의와 협력의 정신으로 당을 운영하는 집단지도체제(최고위원회제) 도입이 필요하다.

당연히 최고위원회제의 단점을 보완할 대책도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논쟁, 소모적인 경쟁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최고위원회제 중에서도 대표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할과 권한을 보장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가 적합하다. 대표는 최고위원과 분리해 선출하고, 최고위원회가 합의하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 결정권을 갖는다. 사무총장과 정책위 의장 추천권도 보장한다.

대외적 대표성과 당적 통일성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최고위원들에게는 명확하게 사업단위별 당무를 할당하고, 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도 부여하여야 한다. 최고위원이 제 역할을 못하고, 개인의 정치적 미래를 준비하는 자리로 전락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심상정 정의당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전국위원회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

전국위원회는 지도부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집행과 의결의 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중앙당과 원내 중심의 운영에 대해 지역을 중심으로 한 당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2년 임기의 지도부가 단기적인 성과를 중심으로 치우칠 때, 당의 가치와 중장기적인 전망의 관점에서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단 활동과 운영에 대해 일상적으로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있었던 '21대 국회 1호 법안 교체' 논란은 원내 활동이 의원총회와 정책위원회, 대표를 거치면 완결되는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외의 당 조직은 물론 대의체계에서 조차 원내활동을 점검할 권한이 부여되지 않았다. 원내활동은 오직 원내의 몫이었던 것이다.

전국위원회에 원내 활동을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여야 한다. 이를 통해 원내와 당 조직을 유기적으로 연결해내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위원회가 당 활동 전반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최고의결기구로서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다.

또 하나, 늘 지적되는 문제지만 당원들을 제대로 대의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정확히는 전국위원들이 일상적으로 당원들과 토론하고 함께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당의 최일선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당원들의 직접투표로 선출되는 지역위원장이 전국위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추천직 전국위원은 대부분 집행기구 장이기 때문에 전국위원회 배석하여 보고하고, 필요시 의견을 제출하면 된다.

당대회 운영의 혁신도 필요하다. 선출된 대의원의 임기 중 단 한 번의 당대회만 열린다. 2년마다 소집되고, 상징적 권한만 부여되어 있다 보니 형식적으로 운영된다. 당대회를 1년에 1회 소집하되, 당의 주요 정책과 의제를 지역위원회부터 토론해 올라오는 정책당대회를 도입하여야 한다.

당원 중심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지난 총선에서 중앙당이 내놓은 유일한 지역구 후보 조직전술은 비례후보 선거인단 모집 사업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상정 대표는 이들을 집토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총선을 마치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여기에 투여된 예산, 당직자와 후보자들의 노력을 생각해보면 황망하기까지 하다. 대부분의 선거인단은 특정 후보를 위해 동원된 것이지, 정의당의 정치에 동의하는 시민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비 인하 등을 통해 당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이 기획의 연장이다. 이를 통해 대대적인 입당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한 일이다. 진보정당의 당원은 지지자 관리체계가 아니다. 당을 지탱하는 뿌리이자, 당의 발전을 추동하는 원동력이어야 한다.

현재 당원 참여가 저조한 현상을 근거로 진성당원제를 흔드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당원들의 참여를 높이고 열정을 조직할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위원회부터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수입이 없거나 적어서 당비가 부담이 되어 당원이 될 수 없는 시민들에게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당비 인하 제도를 긍정적인 형태로 정비하여 적극적인 안내하면 된다.

아직 당원이 될 의지가 없는 지지자의 경우는 2,000원 후원회원으로 조직하자. 일단 후원회원이 되면 당의 일상적인 관리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다. 후원회원이 납부하는 후원회비는 전액 후원회 사업비로 집행하자. 후원회 관리 담당자를 두고, 홍보-교육자료를 제작하며, 다양한 형태의 모임 등으로 당원으로 멤버십을 전환하도록 독려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자. 원칙과 기준 없이 추진하는 양적인 성장은 되려 독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당의 민주주의와 소통을 위해 다음과 같이 지도체제와 의결기구가 혁신되기를 기대한다.

1. 대표와 최고위원을 9명 이내로 구성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도입

2. 다수파의 독점을 예방하면서 선택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1인2표제' 시행

3. 대표 선거에서 다양한 의견과 리더십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경합할 수 있도록, 2위 낙선자에게 최고위원 권한 인정하는 방안 검토

4. 최고위원회 구성은 여성할당을 적용하고, 그 외 부문 및 소수자 할당은 가산점 제도 등으로 운용할 것을 검토

5. 전국위원회는 지역위원장을 당연직으로 하고, 할당에 미달할 경우 시도당 운영위원회가 전국위원을 추천하여 전국위원회가 인준

6. 당대회는 1년에 1회 소집하되, 정책당대회 도입

7. 대의기구의 당대표 추천직 폐지

8. 진성당원제도의 실질적 복원을 위해 적극적인 당원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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