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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 '언택트' 대신 '로컬택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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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 '언택트' 대신 '로컬택트'로

1일 국회 토론회서 각계 전문가들 '그린뉴딜' 밑그림

정부의 구체적인 그린뉴딜 안이 이달 중 나올 예정이다. 어느새 '그린뉴딜'이라는 단어는 누구나 익숙한 용어가 됐으나, 여전히 구체적 의미는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표적인 논란이 과연 정부 발 그린뉴딜이 이명박 정부 당시 녹색성장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형 뉴딜에 포함한 그린뉴딜이 사실상 녹색성장과 같다는 비판은 각계에서 그간 제기돼 왔다. 실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5월 20일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의 그린뉴딜이 "녹색성장을 지금 시대에 맞게 강화한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언급했다.

환경운동가들의 입장은 '2050 넷제로 사회'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체로 명쾌하다. 다만 정부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거시 담론이 집중되다 보니, 세부적 사안에서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재생에너지 투자 강화, 녹색 리모델링, 탄소발전 감축 등 큰 틀의 이야기는 여러 사람을 통해 언급됐으나, 실제 생활에서 적용 가능한, 혹은 민간이 실제로 관심을 기울일 만한 구체적인 그린뉴딜 목표 방안 제시는 미흡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1일 국회에서 사회 각 분야 현업에서 그린뉴딜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이들이 모여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린뉴딜-경제위기, 기후위기, 생태위기 극복을 위한 현장과 정책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육상생태계, 수자원, 대기, 교통, 여성, 농업, 해양, 동물복지, 금융 등 각 분야 관계자들이 지정토론자로 나서 그린뉴딜의 구체적 상을 그렸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환경회의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을 비롯해 이학영, 김성환, 안호영, 진성준, 강은미, 윤준병, 이해식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제는 승용차 억제 나설 때"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은 뚜렷한 승용차 억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언급했다. "승용차 억제 대책 없이 간선철도망과 간선급행버스(BRT) 확대만으로는 교통분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송 사무처장은 승용차를 억제하고 보행과 자전거 중심으로 도로/도보망을 전환하기 위해 큰 틀의 교통 정책 전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서구 대도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서서히 '승용차와의 전쟁' 고삐를 옥죄려 하고 있다. 파리 시장 재선에 도전하는 앤 이달고 시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파리 전역에서 자동차 운행속도를 시속 30킬로미터 이하로 제한한다는 방침을 비롯해 자동차 도로 축소, 소음공해 자동차 규제, 디젤차 완전 퇴출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한국 지자체 중에서도 충청북도 등이 일정 기간 '승용차 없는 날'을 운행하는 정책을 실시했으나, 지속성이 없는 이벤트형에 가까웠다.

송 사무처장은 아울러 철도 물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철도는 대량 운송 수단 중 온실가스를 상대적으로 가장 적게 배출해 미래를 대비한 교통수단으로 꼽히지만, 현재는 철도물류 분담율이 꾸준히 감소해 경쟁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송 사무처장은 아울러 대형차 연비 규제 기준을 확립하고, 대도시 대중교통 인프라를 확충해 승용차 비중을 꾸준히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2016년 기준 승용차 중 연비가 우수한 소형차 비중이 12.9%에 불과해 프랑스(52.2%)와 이탈리아(62.2%), 일본(37.1%)에 비해 절대적으로 작다. 연비 규제로 대형차 구매를 더 어렵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재생에너지 부품, 정부 투자 절실

박성문 에너지나눔과평화 정책실장은 신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를 정부가 크게 늘려 탄소 에너지 의존도를 시급히 낮춰야 한다고 요청했다. 재생 에너지 발전단가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나 한국의 투자가 지지부진한 사이, 이미 태양광 등 핵심 재생에너지 부품 시장은 중국산에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현업인들로부터 이어지고 있다.

박 실장은 "태양광 모듈과 풍력의 경우, 이미 국내 보급시장에서마저 외국산에 밀린 게 현실"이라며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라도 노동력과 기술력 부문에 정부가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박 실장은 특히 온실가스 배출 주범 산업으로 꼽히는 철강, 자동차, 섬유, 전자 산업 등의 설비 효율화에도 정부가 투자 등의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용환 서스틴베스트 녹색금융태스크포스팀장은 그린뉴딜 투자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정부가 "녹색산업분류체계를 명확히 설정"해 투자 의향을 가진 이들에게 기초적인 지표를 설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석 내용을 투자의사결정에 반영하도록 관련 인덱스를 개발하고, 펀드 등의 투자 상품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그린뉴딜 선도하는 농어촌, 발상 전환할 때

무엇보다 다가올 기후위기 파국 시 가장 위협적 문제로 고려되는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농촌을 활성화하기 위한 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4%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박종서 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쌀, 밀, 콩 등 주요작물 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그 달성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공공수급제를 도입하고 △강력한 농지 보호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귀농과 귀촌 활성화를 위해 농촌 생활환경과 교육, 문화시설 투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아울러 농업을 더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농업과 어업 등 1차 산업은 친환경을 위한 보루인 동시에, 일차적으로 환경을 오염하는 산업이라는 문제의식을 안고 있다. 실제 전 세계 온실가스의 약 25%가량이 동식물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무총장은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전 농촌으로 확대 시행하고, 유럽연합(EU)의 '팜 투 포크(farm to fork)' 전략을 벤치마킹해 친환경유기농업 목표치를 과감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칭) 친환경농업국을 설치하고, 공공 기관 등에 친환경농산물을 우선 공급하는 등의 정책 시행도 필요하다고 박 총장은 언급했다.

'팜 투 포크(농장에서 식탁까지)'는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화학농약 사용량 50%, 비료 사용량 20%, 항생제 사용량 50% 감축'을 목표로 한다. 유기농지 비율을 유럽 농지의 25%까지 확대하고 EU 농업예산의 40%를 기후위기 대응에 사용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지욱철 통영·거제환경연합의장 어촌계장은 어촌 그린뉴딜을 위해 해양자원 활용과 관리 방안을 구체화할 것을 주문했다.

지 계장은 우선 해양자원 보호를 위해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원인인 스티로폼 부자(EPS)를 대체할 친환경 부자를 개발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썩지 않는 플라스틱 어구를 대체할 생분해성 어구 개발에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이미 버려진 해양쓰레기는 해당 해역 어민에게 관리를 맡기는 방안도 고려할 때라고 지 계장은 강조했다.

지 계장은 아울러 '바다의 숲'으로서 한국 해양 생태계의 중요한 자원인 잘피(보호종) 보호를 위해 잘피 전문 연구소를 설립하고, 환경 오염원으로 지목된 양식 굴 껍데기를 발상을 바꿔 탄소 포집용 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도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택트 말고 로컬 택트"

그 밖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그린뉴딜을 위한 구체적 실행 대안이 제시됐다.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육상생태계 보호(생물다양성 보전)를 위해 "국가 차원의 기후위기-생물다양성-환경보건정책 연계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아울러 동북아 차원에서 야생동물 보전과 연구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윤 사무처장은 아울러 코로나19와 디지털 전환 시대를 거치면서 마치 반드시 가야할 길인 것처럼 평가되는 '언택트' 대신 '로컬 택트(local+contact)'를 심도 있게 고려해 생태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몰 예정인 도시공원을 근린공원으로 전환하고, 공장식 축산을 줄이는 한편, 시급히 4대강을 재자연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전했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수자원 보호가 지역민에게도 혜택으로 이어지게끔 상수원 보호구역 내 거주민에게 상수도 수혜자가 일정한 대가를 지볼하는 '생태계서비스지불제도' 도입을 건의했다.

신 국장은 아울러 환경부의 3차 추경안에 그린뉴딜의 가장 기본이라 할 생태계 보호와 복원 개념이 빠졌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김은희 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여성학적 관점을 반영한 외국의 그린뉴딜 개념화 사례를 소개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기후위기 대응에 더 적극적이라는 미국의 여론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정부의 그린뉴딜 관련 공론화 과정에 이 같은 고민을 담아야 한다고 김 위원은 강조했다.

그 밖에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시민의 참여를 보장해야만 정책 저항이 없다는, 정부를 향한 뼈 아픈 비판이 나왔다. 플라스틱세를 도입하는 등 자원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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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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