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전월세 무한연장법? 거짓말...선진국은 임대차 시장 규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전월세 무한연장법? 거짓말...선진국은 임대차 시장 규제"

17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토론회

임차인 보호 조치를 강화한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안(이하 개정안)을 향해 보수 언론의 공세가 거센 가운데, 해당 보도가 악의적으로 개정안을 왜곡하고 있다는 질타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쏟아졌다. 언론이 임대인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편 들어 국민 절반 가까이가 전월세를 2년마다 전전하는 상황을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개정안은 세입자(임차인)가 계약 갱신을 요구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개정안이 나오자, 경제지와 보수 언론 등은 일제히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계를 왜곡했다"며 핵심 내용과 관계없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이와 관련해, 이날 박주민 의원실과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은 보수 언론이 제기하는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외국 사례를 들어 개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월세 무한연장법' 아니다"

이 변호사는 우선 개정안이 임차인의 입주 기간을 무한 연장한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보수 언론이 개정안의 임차인 보호 조항을 두고 '전월세 무한연장법'이라는 딱지를 붙이자, 공인중개사들과 주택 매수자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해당 네이밍이 빠른 속도로 확산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개정안은) 정당한 갱신거절 사유가 있으면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며 "'임대차 무한 연장', '전월세 무한연장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개정안 내용을 왜곡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실제 개정안은 △임차인이 3기(期)에 해당하는 차임액을 연체하는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주택을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주택을 철거 또는 재건축하는 경우 △임대인이 임차주택에 실거주해야 하는 경우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계약갱신 거부권을 임대인에게 보장하고 있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 만든 개정안이 오히려 임대료만 더 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이 변호사는 강조했다. 해당 제도 도입에 대비해 임대인이 제도 도입 이전에 전세값 등을 미리 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돼 왔다.

이 변호사는 "정작 해당 언론들의 과거 보도 태도를 보면 임대인 편을 들어 갱신 요구권 도입을 반대해 왔다"며 "(개정안이 나오자) 임차인을 위하는 주장을 한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고 비꼬았다.

이 변호사는 "특히 법 개정 당시 체결된 주택 임대차(계약)에도 개정 법을 적용한다면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미리 올리는 상황을 상당히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장차 임대차 거래 빈도가 줄어듦에 따라 임대차가 안정화될 것"이라며 "임차인에게 불안감을 조성해 법 개정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를 담은 보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해야"

개정안이 정부가 추진하는 전월세 신고제와 함께 임대인을 옥죈다는 주장에도 이 변호사는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전월세 신고제는 주택임대차 실거래가를 정확하게 신고하게 해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라며 "임대차 실거래 정보를 정부가 확보한다면 주택임대차 정책을 올바르게 시행하는 제도적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변호사는 조세 정의를 위해 이 같은 제도가 오히려 안착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도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에서 주택임대차 시장만 예외가 될 수는 없다"며 "그간 소득이 있었음에도 임대소득 과세가 제대로 안 된 상황이 비정상"이라고 전했다.

개정안이 '임대료 통제 정책'이라는 비판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임대료 인상률에 상한을 두는 규정을 두고 '통제'라고 표현하는 건 지나치다는 이유다.

이 변호사는 "유럽 대부분 국가가 임대료 인상률을 규제한다"며 "현 개정안은 대체로 5%(1~2년)를 상한으로 해 대통령령으로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정하도록 한 것"이라고 전했다.

▲임차인 권리 보장을 대폭 강화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보수 진영의 공세가 거세다. 임차인 보호 장치가 담겨야 한다는 의견이 17일 국회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14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창문에 붙은 매매·전세 가격 안내문. ⓒ연합뉴스

선진국은 다 규제한다

특히 이 변호사는 개정안이 "임대인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사회주의 제도"라는 비판 역시 허황되다며,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임대차시장에 적용한 규제 사례를 일일이 나열했다. 자본주의 선진국 어디에서나 임대차 시장 규제는 이뤄진다는 뜻이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 임대차 등록제를 시행하며, 계약갱신이 원칙이다. 즉, 임차인이 임대료를 계속 지불하는 한, 임대인이 임차인을 쫓아내는 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과 같다.

뉴욕시는 임대료 인상률 역시 규제한다. 뉴욕시가 시행하는 임대차 안정화 제도에 해당하는 임대주택의 경우, 최초 등록 임대료만 임차인과 임대인이 합의한 가격이다. 이후에는 임대료 가이드라인 위원회가 정한 임대료 인상률 상한 제한을 받는다. 작년 10월 현재 뉴욕시 임대료 가이드라인 위원회가 정한 인상률 상한은 1년 연장 시 1.5%, 2년 연장 시 2.5%다.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주거비용이 비싼 도시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역시 무기한 임대차가 원칙이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퇴거를 요구하려면 법정 사유를 확인받아야 하며, 행정기관 승인도 받아야 한다.

유럽에서도 특히 민간 임대시장 의존도가 큰 독일도 강력한 임대차시장 규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독일의 주택임대차에는 계약기간이 없다. 무기한 임대가 원칙이다.

한국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임차인의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독일도 계약 해지를 보장하지만, 이 경우에도 임차인의 이의제기권을 독일은 인정한다. 임대료 상승 한도도 제한한다. 표준임대료가 정해지며, 표준임대료에 따라 가격을 올리더라도 3년 간 20%를 초과하지 못한다.

이와 관련해, 특히 유럽 각지의 젊은이들이 베를린에 몰리면서 최근 베를린의 집값 인상은 독일 내에서도 큰 논란거리였다. 이처럼 일부 대도시의 집값이 급등하자, 독일은 2013년 법을 개정해 인구과밀지역에서는 상한률을 종전의 20%에서 15%로 더 낮췄다. 아울러 베를린의 경우, 올해부터 앞으로 5년간 임대료가 동결됐다.

영국, 임대차 자유화 후 임대가격 급등

프랑스의 경우 임대기간은 3년이 최단 기한이다. 독일 등과 같은 무기한 임대 조항은 없다. 다만 계약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음이 입증돼야만 계약이 해지된다. 사실상 법정갱신이 보장된 셈이다.

특히 임차인이 66세 이상의 고령자며 저소득층인 경우, 해당 임차인의 대체주거지가 마련돼야만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프랑스 역시 임대료를 과거 12개월 간 담뱃값과 임대료를 제외한 소비자물가변동 평균치를 반영한 '비교기준 임대료지수'를 초과해 올리지 못한다.

아울러 프랑스는 주택이 밀집한 과밀주거지역의 경우, 계약갱신 시 임대료는 물론, 최초 계약 시 임대료까지도 규제한다. 갱신 시 임대인이 임대료를 올리려 해도, 임대료가 명백히 작은 경우에만 인상이 가능하다.

일본은 주택 임대차 시 계약 기간이 없다.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하려 할 경우, 해약을 신청한 후 6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정당한 사유를 입증해야만 종료가 가능하다. 기간이 정해지고 갱신청구권이 없는 '정기임대차 제도'가 도입됐으나, 이 제도는 그리 사용되지 않는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영국(잉글랜드, 웨일스)의 임대차제도는 △규제 임대차 △보장 임대차 △단기 보장 임대차의 3가지 형태로 나뉜다.

규제 임대차는 가장 강력한 임차인 보호 제도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임대료에 합의하지 못하면 공정임대료 등록을 신청하고, 이에 따라 임대료를 결정한다. 1988년 주택법 개정 이후 민간 주택 임대차가 보장 임대차 제도에 따라 이뤄지면서 현재는 찾기 어렵다.

보장 임대차는 별도의 임대료 규제가 없다. 임대기간 만료 시 임대인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경우, 자동으로 기존과 동일한 조건으로 기간이 연장된다. 계약 기간에는 임대인이 일정한 사유를 충족해야만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다.

단기 보장 임대차는 가장 보편적인 임대차 형태다. 계약 갱신을 하지 않는다는 서면 통지를 2개월 전에만 하면 정당한 사유가 없어도 계약이 종료된다. 임차인 보호에 취약한 계약 형태다. 이 제도가 보편화하면서 임대료가 급등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최근 런던의 집값은 심각한 수준으로 치솟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변호사는 "1988년 이후 보장 임대차, 단기 보장 임대차 제도를 시행하면서 부작용이 커지자, 스코틀랜드는 2017년 법을 개정해 단기 보장 임대차 제도를 없앴다"며 "이에 따라 임대인이 갱신거절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있어야만 계약을 중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가구 중 4가구가 임대 전전...법 개정해야"

외국의 규제 사례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임차인 보호를 위한 강력한 조치가 담긴 법 개정은 불가피하다고 이 변호사는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국토교통부 주거실태 조사 자료를 인용해 "주택 임차인의 평균 거주기간은 3.2년에 불과하다"며 "그 사이 공공임대주택과 민간등록임대차제도 비중이 커졌음을 고려하면, 민간임대차 임차인의 주거 불안정성이 더 커졌다"고 개정안의 필요성을 전했다.

박주민 의원도 개정안 제안 이유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주택 자가 점유율이 지속적 하락세에 있다"며 개정안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해당 통계 제시 당시 박 의원실은 2008년(자가 점유율 56.4%)부터 2014년(53.6%)까지 자가 주택 점유율이 지속 하락한다는 내용을 최초 제시했으나, 이후 점유율이 상승하는 부분은 누락했다. 이 때문에 보수 언론 등이 '통계 왜곡'이라는 지적을 쏟아냈다.

이후 박 의원실은 지난해까지 점유율을 반영해 개정안에 담았다. 2016년 자가 점유율은 56.8%, 2017년 57.7%, 2018년 57.7%, 지난해 58%다.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나 그 크기는 매우 작다. 여전히 10가구 중 4가구는 전월세를 전전하는 상황은 같다.

다만 개정안에 있는 일부 내용은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대인이 거주를 목적으로 임차인과 계약을 해지 가능'한 조항이다. 가족 등에 현재 거주하는 집을 임대하는 등의 '꼼수'를 부려 임대인을 쫓아낸 후, 임대료를 더 올리는 일을 막기 위해 오직 1주택자, 즉 현 임대 주택에 입주해야만 하는 사유가 명확한 경우 등으로 계약 해지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른 한편,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부동산 중개인 상당수가 생계 위협을 받을 상황을 고려해, 이에 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 건수의 4분의 3가량이 임대차 계약이며, 매매 계약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민주주의 국회에서 현 실태에 맞게 수정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최초 이 법은 전두환 쿠데타 군부의 국보위가 1981년 제정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대희

독자 여러분의 제보는 소중합니다. eday@pressian.com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