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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된 배달앱, 독점 횡포 잠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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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된 배달앱, 독점 횡포 잠재돼 있다

수직 상승한 배달앱 플랫폼, 자영업자와 상생할 수 있을까

플랫폼. 사람과 집단 간 내지는 집단과 집단 간 소통하는 틀이다. 일종의 디지털 인프라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스스로 시장을 형성하지 않는다. 다양한 집단 내지 사람을 연결해주는 인프라만 제공할 뿐이다.

이러한 플랫폼은 연결되는 사람 내지 집단이 많아질수록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페이스북이 대표적이다. 누군가 SNS에 관심이 생겼다면, 이미 주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인 페이스북에 가입하는 게 당연하다. 사용자가 또 다른 사용자를 불러오는 구조다.

부작용도 존재한다. 특정 플랫폼 산업이 독점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 플랫폼 산업은 제조업처럼 거대 공장이나 대규모 노동자가 필요 없는, 오직 정보와 네트워크만으로 성장한다. 그렇기에 매우 빠른 속도로 규모가 거대해진다. 페이스북, 아마존,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 대표적이다. 전통 산업에서 보여주던 성장 속도와는 비교가 안 된다.

그렇게 거대 산업으로 성장한 플랫폼은 정보와 네트워크의 독점을 이용해 기존 룰을 수정하려 한다. 한국의 대표적 플랫폼 '배달의민족'도 마찬가지다. 최근 수수료 인상 논란이 빚어졌다.

ⓒ프레시안(최형락)

배달앱과 자영업자, 일방향 구조 됐다

배달앱 시장이 본격화될 당시인 2015년에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플랫폼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수수료 할인에 나섰다. 정보와 네트워크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당시 배달의민족은 자영업자 매출의 5.5~9% 정도로 받던 모바일 결제 중개 수수료를 한 푼도 받지 않았다.

그러자 경쟁업체인 요기요도 모든 수수료를 없앤 월 고정비 상품을 제시했다. 자연히 배달앱에 가입하는 자영업자들도 늘어났다. 공급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수요, 즉 소비자도 늘려야 한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대규모 할인 쿠폰을 소비자에게 무료로 뿌리면서 배달앱 가입을 유도했다.

그렇게 네트워킹을 만든 배달앱들은 이제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들이 제시한 기존 룰을 수정하려 한 이유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 배달앱 가입 자영업자들에게 기존 월정액(8만8000원)으로 받던 수수료를 전체 주문액의 5.8%로 받겠다고 발표했다. 요기요의 대주주인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다고 발표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요기요와 배달의 민족이 합쳐질 경우, 배달앱 전체시장 점유율은 98%나 된다.

독점과 다름없는 구조가 된 배달앱 시장 속에서 자영업자들에게 선택의 폭은 없다. 인상된 수수료 때문에 배달앱을 탈퇴하자니, 막강한 네트워크와 정보를 독점하는 배달 플랫폼이었다. 자영업자들이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위한 절대적인 도구가 되어버린 셈이다. 배달앱을 탈퇴한다는 건, 소비자와의 네트워킹에서 배제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나마 여론 악화로 배달의민족 측은 수수료 인상안을 철회했지만,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언제든 수수료를 인상해도 이상할 게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배달앱과 자영업자간 관계는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이다.

"배달 플랫폼, 필수불가결한 통로됐다"

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배달앱 상생과 소상공인 ‧ 자영업자 지원 대책 점검을 위한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배달의 민족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산업의 문제는 '일방향'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정 자문위원장은 "배달 플랫폼은 소비자와 판매자 간 발생하는 상권특성, 소비자 선호품목, 업종‧시간‧요일‧지역별 매출 데이터 등 빅데이터를 독점한다"며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네트워크 효과는 일반 사업자가 가지는 통제력보다 훨씬 강력한 거래상 우월적 지위와 협상력을 가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 자문위원은 "이에 자영업자들은 (배달앱에) 거래 의존도와 예속관계가 심화되고 이는 곧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는 수순으로 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 자문위원은 그렇다고 자영업자들이 기존 배달앱과의 관계를 끊을 수도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 자문위원은 "배달 플랫폼의 독과점 체계가 구축됨에 따라 배달광고 시장을 소수의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장악했고, 전단지 등 전통적인 판촉수단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했다"며 "자영업자에게 배달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통로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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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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