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을 덮친 코로나19와 다양한 고용위기 양상
코로나19는 자본주의 구조적 위기를 가속화시키며 우리의 삶에 비가역적 변화를 만들고 있다. 공항·항공산업은 전대미문의 추락으로 붕괴 직전의 상태이다. 2020년 4월 공항의 여객수요는 전년동월대비 99% 감소했고, 2020년 순이익은 8823억 감소해 17년 만에 적자를 예악했다. 항공산업은 기존 공급과잉 위기가 코로나19 여파로 심화되어 국내 6개 주요 항공사 당기순손실 규모가 1조5000억 원에 달하며 모두적자를 기록하며 '6월 항공사 연쇄 파산설'이 대두되고 있다. 면세점, 관광업계 등 후방산업들도 모두 전례없는 매출하락을 겪고 있다. 이 모든 산업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천공항-영종도는 출구 없는 위기 속에 신음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첫 번째 피해자, 공항·항공산업 간접고용 하청 노동자
2월말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됐고 노동자들의 상담이 쇄도했다. 상담 유형에 따라 현재까지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1) 2월~3월 초 강제연차, 강제 무급휴직 강요 2) 3월~4월 무급휴직 강요에 더해 권고사직 회유 상담 증가. (이 시기에 이미 수 천명 단위의 유/무급휴직 및 권고사직이 된 것으로 추산) 3) 4~6월 휴직, 실업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정부 지원에 해당되는지 묻는 문의가 많다.
위기를 맞는 순서도 직종마다 달랐다. 첫 번째로는 비행기 정비가 제일 먼저 타격을 입었다. 넙디(영종도에 있는 청년 밀집 거주 지역)에 살며 일자리를 구하러 기다리고 있거나 임시로 정비를 하고 있던 젊은 친구들이 먼저 일터에서 밀려나 영종도를 떠났고, 그 다음은 면세점·호텔 순이었다. 이어서 항공사 지상조업에서 고용조정이 발생했다. 인천공항 노동자 7만6000명 중 5월 현재 민간부문은 50% 이상이 무급/유급휴직, 권고사직/희망퇴직으로 고용불안에 노출되어 있다. 다만, 정부의 1만명 공항공사 하청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공공부문으로 분류되는 1만7천명은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되었다고 진단한다(다만, 텅 빈 공항을 지키면서 심리적인 고용불안은 심각한 상태이다). 코로나19 위기는 간접고용 다단계 하청 구조가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큰 고용불안을 전가하는지 비극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먼저 쓰러지는 간접고용 하청 노동자
정부는 일자리 보호를 위해 △고용안정 특별대책(10.1조) △기간산업지원기금(40조)를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인천공항 노동자 일자리 보호 역시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기존 대책들은 '정규직·원청 중심 설계' 때문에 구조적으로 간접고용 하청 노동자들을 배제하고 있다. 지원 금액 규모가 커 기대를 받고 있지만 많은 공백들을 내포하고 있다.
원청 정규직 모델 중심의 고용안정 특별대책
고용안정 특별대책 중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확대와 고용유지지원금 개선이 대표적인 '재직자 고용유지 정책'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시 고용유지지원금 비율이 기존 2/3에서 9/10까지 상향 등 지원이 확대된다. 3월 10일 위기의 항공산업을 보호하겠다고 발표한 특별고용지원업종 고시의 경우 고용불안이 먼저 오고, 더 취약한 하청사는 전부 빠져있었다. 이후 공공운수노조의 문제제기로 1차 하청 지상조업사와 지상조업사 하청 인력파견업체 일부가 포함되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이 많다. 인천공항 노동자 7만6000명 중 25%를 차지하는 면세점, 호텔 관광업의 경우는 4월 27일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되었지만 실제 권고사직, 계약해지가 먼저 시작된 대다수 간접고용 하청 노동자들은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고, 정부는 계속 외면하고 있다. 무급휴직자에게 3개월간 150만 원을 지원하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에서도 역시 배제되었다.
5000억 원 규모의 고용유지지원금은 제도를 개선해나가고 있지만 '사용자의 선의'에 절대적으로 기대는 결정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코로나19로 매출감소가 생긴 경우 행정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서 신청을 유도하고 있지만, 많은 사업주들이 외면하고 있다. 25%~10%의 자기부담금을 거부하는 경우 노동자들은 어쩔 도리가 없다. 경영유지가 가능하지만 300명 중 '무기한 무급휴직'을 거부한 10명의 민주노총 조합원만 정리해고 한 금호아시아나 재단 자회사 KO가 대표적인 경우다. 아시아나 상표권으로 한 해 200억 이상 챙겨가는 박삼구 회장이 실질적 사용자인 업체에서 10명 휴업수당 중 25% 자기부담금이 없어서 정리해고 하는 건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KO는 단 1%의 자기부담금도 거부하며 고용유지지원금을 거부하고 있지만, 정부도 어쩔 도리가 없다. 대통령을 위시로 전 국민이 일자리 유지를 통해 재난을 극복하자고 하지만 박삼구 회장은 비웃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노동자가 직접 신청할 수 있게 하거나, 정부가 수용 가능한 사용자에게 강제로 지원금을 지급하여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개선이 필요
40조 원의 국민세금이 투여되는 제도인 만큼 노동자 고용보호가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혈세로 재벌만 배불리는 IMF구제금융 전철을 밟게 된다. 우선 40조원의 사용처, 고용보호 방식을 결정할 기금운용심의위에 배제되어 있는 △'노동자 대표'가 포함되어야 한다. 산업부 장관 추천 몫으로 대한상의 회장이 참여한 반면, 2000만 명을 대표하는 노동계는 배제된 편파적 구조이다. 앞서 언급한 하청 간접고용 사각지대 해소도 절실하다. 원청 항공재벌들은 다단계 하청 저임금 구조를 통해 이윤을 쌓고, 위험을 외주화해왔다. 하지만 기간선업안정기금에는 하청업체 고용보장 방안이 부재하다. 노동계 대표가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여해 원하청 전체 노동자 고용보장이 제도화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코로나 고용위기 미조직 노동자의 방파제, 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는 인천공항 미조직 노동자 조직사업을 지난 10여 년 간 꾸준히 추진해왔기에 위와 같은 급박한 상황을 민감하게 인지하고 영종특별지부를 설치했다. 사업장 과반을 점하고, 최소 3~6개월이 소요되는 임단협 중심의 일상 활동으로는 미조직 노동자 보호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조의 문턱은 최대한 낮추고 활동 범위는 최대한 넓혔다. 노동조합은 전체 노동자의 대표가 될 자격이 있는지 코로나19가 몰고 온 고용불안 시험대 위에 서있다.
정부는 예상되는 2차 공항·항공 고용위기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공공운수노조는 정부 보호의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받고 있는 간접고용 하청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왔다. 위기는 최하층 간접고용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 위기로 시작되지만 정부의 보호는 상층 사업주부터 내려오고 있는 것을 알려나갔고, 파도가 한 차례 휩쓸고 간 지금 정부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코로나19가 2차 팬데믹으로 장기전 돌입이 예상되는 것처럼, 고용위기도 보호제도 기한 만료, LCC파산 예상 등 9월부터 더 큰 파도가 덮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예상되는 2차 고용위기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7만6000 인천공항항공 노동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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