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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주의 부추기는 트럼프 "오늘 밤은 '마가'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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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주의 부추기는 트럼프 "오늘 밤은 '마가' 나이트?"

트럼프 '총격 시작' 발언으로 전국적으로 시위 번져...지지자들에게 백악관 집결 요청

"백악관 앞에 모인 소위 전문적으로 조직된 '시위꾼들'은 조지 플로이드에 대한 추도와는 관련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말썽을 일으키기 위해 모였다. 비밀 경찰은 그들을 쉽게 처리했다. 내가 듣기로는 오늘 밤 백악관 앞에서 마가(MAGA, 트럼프 지지자들을 지칭하는 말) 나이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새벽(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일어난 백인 경찰에 의해 비무장 흑인 남성(조지 플로이드)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이 분노한 흑인들의 민심에 불을 지르고 인종적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을 연이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29일 워싱턴 DC에 모인 시위대가 다음 날 새벽까지 백악관 앞에서 자신을 비난하면서 집회를 이어간 것과 관련해 30일 자신의 지지자들인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 트럼프의 대선 구호)들에게 백악관 앞으로 집결해달라고 요청했다. '맞불 시위'를 벌여 분란을 일으켜 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트럼프는 앞서 29일 트위터에 미니애폴리스의 시위대를 "폭력배"라고 규정하고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고 시위대를 향한 발포 명령을 연상시키는 글을 올렸다. 이날 트럼프의 트윗에 대해 트위터는 '폭력을 조장하는 게시물'이라며 플랫폼의 규칙을 위반했다고 경고했다.

29일 워싱턴 DC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시위가 번진 것은 트럼프의 이 대응 때문이다. 이 발언은 1967년 흑인 시위 당시 경찰이 했던 말이기 때문이다. 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종적 불평등 문제가 다시 논의가 되고 있는 시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자 숫자에서 흑인들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인종간 경제적, 건강적 불평등이 확인됐다. 게다가 최근 조지아주에서 백인 부자에게 흑인 청년이 범죄자라는 오인을 받고 피살되는 사건까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전에도 2020년에도 흑인들이 미국 사회에서 '2등 시민'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정황이 확연히 드러났었다.

▲29일 워싱턴DC 등 미 전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다. ⓒ<워싱턴포스트> 화면 갈무리

그런데 트럼프는 이런 흑인들의 상실감, 분노에는 전혀 공감하지 못한 채 시위대를 "폭도"로 몰고 이들의 향해 주방위군이 총을 겨눌 수도 있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라고 할 수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금은 선동적인 트윗을 할 때가 아니다. 폭력을 선동할 때도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에서부터 플로이드 피살 사건에 이르기까지 인종간 불평등 이슈가 정치 전면에 떠오르면서 이 문제가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권자들의 민심의 방향을 거론하기는 이르지만, 트럼프가 29일에 이어 30일까지 사실상 인종주의를 부추기는 발언을 쏟아낸 것은 정치적, 도덕적인 평가와 무관하게 '백인 우월주의'를 자극하는 것이 오는 11월에 있을 대선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5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흑인 남성 조지 플루이드가 위조 지폐를 사용한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숨졌다. 특히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상태였던 플루이드가 자신을 짓누르는 경찰(데릭 쇼빈)에게 "숨을 못 쉬겠다"고 애원했지만,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려 9분 가까이 무릎으로 목을 짓누르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미니애폴리스에서는 다음 날인 26일부터 플로이드의 죽음에 분노하는 흑인들을 포함한 수많은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 가담한 경찰 4명은 해고만 되고 형사 처벌 수위를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미네소타 주지사, 미니애폴리스 시장 등이 사건 발생 직후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해당 경찰을 해고하고 29일 담당 검사가 3급 살인죄로 기소하면서 진정세에 접어들 수 있었던 항의 시위가 트럼프의 '망언'으로 전국적인 차원으로 비화됐다.

▲ 30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위대가 한 환전소 사업장에 불을 질렀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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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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