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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성이 홍콩 제물로 美·中 신냉전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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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성이 홍콩 제물로 美·中 신냉전 개막

中전인대 홍콩보안법 압도적 가결...美 초강경 대응 예상, 트럼프의 선택은?

중국이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표결을 강행해 통과시켰다. '거수기'로 불리는 전인대의 표결 결과는 예상대로 전인대 대표단 2885명 중 찬성 2878표, 반대 1명, 기권은 6명으로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제13기 3차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홍콩보안법은 초안으로 홍콩에 정보기관을 세워 반(反)중국 행위를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수립하는 이 법안은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최종 통과된 뒤 홍콩의 헌법인 기본법 부칙에 삽입한 뒤 시행할 계획이다.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 반중 시위 등에 참여하는 사람이 최고 3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홍콩인권법을 통과시킨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등장하고 있다. ⓒAP=연합

"홍콩은 자치권 상실"...트럼프 '극단적 선택' 으로 가나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홍콩보안법 이슈를 중국의 내정 행위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국제 금융허브이자 무역 자유도시 홍콩에 경제적으로 특별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미국은 "더 이상 홍콩은 중국으로부터 자유로운 도시가 아니다"고 규정짓고, 사태를 이렇게 만든 중국 관료들을 처벌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홍콩은 중국의 영토이지만 영국의 지배하에 오랫동안 국제 자유도시로 형성되어왔기에 중국도 사법권 등 홍콩의 자치를 인정해 왔다. 홍콩은 특별행정구 자격으로 2047년까지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사법 자율권을 보장받았다. 이를 1국2체제의 의미로 일국양제라고 한다.

이 원칙에 따라 홍콩의 법률은 기본적으로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통해 제정된다. 하지만 중국 의회인 전인대는 홍콩의 법률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데 홍콩보안법을 직접 제정하는 행위를 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홍콩의 자치권을 인정하기로 해서 1992년 홍콩정책법을 제정해 관세·투자·무역·비자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대우를 보장해왔는데, 중국이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기 위해 맺은 홍콩의 자치권을 인정한 1984년 홍콩반환협정협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해 11월 중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홍콩인권법을 제정해두었다. 홍콩의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경우 중국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이 법에 근거해 홍콩을 탄압하려는 중국 관리와 기업·금융기관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리의 미국 내 자산 동결과 입국 금지는 물론 홍콩이 누려온 경제 특별지위 박탈이란 초강수까지 거론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말 전에 매우 강력한 무언가를 발표할 것”이라며 “홍콩이 국제 금융허브로 남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27일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의회 보고는 홍콩인권법에 따른 의무사항이다. 국무부는 미국의 특별지위를 부여받은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충분한 자치권을 확보하고 있는지 '인증'을 해 최소 1년에 한 번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홍콩이 자치권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홍콩인권법에 따른 제재는 불가피해졌다.

다만 미국이 홍콩 특별지위와 관련해 어떤 수위의 공세를 취할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특별지위 박탈 등 고강도 제재조치를 취할 경우 미·중 갈등은 영토 전쟁 수순으로 격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호주의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의 연구원 나타샤 카삼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일부라도 박탈한다면 그것은 '극단적 선택(nuclear option)'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선택하면 되돌릴 수 없는 사태가 초래될 것이며, 기대한 효과를 발휘할 지도 분명하지 않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 수위에 고심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했다. 홍콩에는 많은 미국 기업들도 활동하고 있기에 경제회복을 앞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수위 높은 제재를 결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홍콩보안법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26일 중국군과 무장 경찰부대 대표단이 참석한 전인대 전체 회의에서 “훈련과 전쟁 대비를 전면 강화하고 국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결연히 지키며 국가 전략 전반의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며 홍콩·대만 등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가뜩이나 미국이 코로나19 사태의 원흉으로 중국을 맹비난하면서 '반중 경제네트워크'로 불리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을 결성해 중국을 글로벌 가치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홍콩인권법 통과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전쟁 수준으로 치닫는 발판이 되고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홍콩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사상 최악의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홍콩 시민들은 홍콩보안법 등 중국과 홍콩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법안들에 대해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홍콩인권법에 반대하며 지난 27일 홍콩 센트럴 인근 도로를 점거하며 홍콩 경찰과 대치한 시위대는 삼파 투쟁(총파업·동맹휴학·철시)을 동반한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상태이다. 이 와중에 이날 홍콩 입법회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모독하는 사람에게 최고 징역 3년 형을 내릴 수 있는 국가법 2차 심의를 했다. 이에 홍콩 센트럴과 코즈웨이베이, 몽콕 등의 지역에서는 각각 수백 명의 시위대가 모여 국가법과 홍콩보안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홍콩 정부가 추진하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막아낸 것처럼 이번에도 홍콩 시민의 힘으로 홍콩보안법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이어져 온 시위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직접 송환법보다 훨씬 강력한 홍콩보안법을 강행하고 나서면서 시위 동력이 힘이 많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홍콩의 경제는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홍콩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동기 대비 8.9%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아시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시민들이 지친 나머지 민주화 요구 시위보다는 사회 안정을 더 원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갈등과 홍콩 사태는 한국에게도 외교적 입장을 정하기 어려운 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외교부는 28일 미·중 갈등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제7차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를 열었다.

외교전략조정회의는 미·중 갈등과 일본의 경제보복 등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서 능동적인 대외전략을 마련하고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인 대응을 지원해나가기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한 민관협의체다. 이날 통합분과회의는 올해 7월쯤 열릴 예정인 3차 외교전략조정회의 본회의의 사전준비회의 성격의 모임이다. 올해 첫 외교전략조정회의의 준비회의 격인 이번 회의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직접 주재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고조되는 국제사회 갈등과 그 파급 효과와 관련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외교부를 비롯한 우리 정부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회의에서 미·중 관계 관련 보고서가 공유되고 사안별에 따른 현안 점검과 의견 교환도 이뤄졌다. 특히 핵심 의제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외 외교전략이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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