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맞아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학생 4명이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대학교 예배)에 참석했다. 개신교 및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대한 반성의 뜻을 담은 행위였다. 학교는 이들에 대해 유기정학·근신·반성문 제출 등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해당 학생들은 징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부터 징계 무효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학교는 요지부동이었다. 학교는 "징계의 절차가 위법하지, 내용이 위법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징계를 철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와 같은 행위에 더 쉽게 징계할 수 있도록 교칙을 바꾸기까지 했다.
14일 해당 학생 4명이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장로회신학대학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학생들은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학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기관으로서 학생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존엄성을 지켜야 할 학교의 책임 방기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소 제기 이유를 밝혔다.
장서연 민변 소수자위원회 공동대리인단 단장은 "학교의 대처로 원고들은 교단 내에 낙인이 찍혀 전도사로 사역행위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목사고시에 불합격하는 등 향후 목회자로서의 진로가 불투명해져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차별 없는 사랑'이라는 예수의 가르침에 따라 혐오에 맞서 용기를 낸 원고들의 행위를 장신대가 징계하고 낙인을 찍은 것은 헌법과 교육기본법의 교육 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며 소송 취지를 밝혔다.
장 단장은 학생들의 행동이 "애초 징계처분의 대상의 될 수 없는 행위"인데도 "장신대는 원고들의 징계처분 사실을 교단 내에 유포해 원고들이 심각하게 명예훼손을 당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신대는 징계처분 효력을 정지하라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도 거부해 원고들의 학교 복귀를 막았다"며 "원고들은 학습권 침해뿐 아니라 양심의 자유를 침해당했고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강조했다.
피해 당사자인 오세찬 씨는 "우리는 학칙에 존재하지도 않는 이유로 고발되고 스스로를 변호할 방어권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징계를 받았다"며 "오히려 '교단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단을 떠나라'라는 말을 들었다. 소송 이후 변화될 학교를 생각하며 결국 소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 씨는 "우리는 승소했지만 '동성애 옹호'라는 낙인으로 목사고시에 불합격하고 면접에서 탈락하는 등 양심을 짓밟히고 있다"며 반동성애 입학서약서·반동성애 처벌규정 등 시대착오적인 규정을 없애달라고 촉구했다.
이들과 연대하는 무지개예수 소속 임보라 목사는 "원고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 현실을 인지하고 혐오를 반대하는 작은 실천을 한 것"이라며 "학교 당국이 징계처분은 무효하다는 판결을 받고도 위법한 행위를 지속해 고통을 가중하는 모습을 보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임 목사는 지난 2017년 9월, '동성애를 옹호한다'라는 이유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에 의해 이단으로 지목됐다.
NCCK 인권센터 소속의 김민지 목사도 "기독교 정신으로 설립된 대학의 소수자 박해와 차별의 태도가 안타깝다"며 "차별은 기독교의 정신이 아니며 소수자를 박해하는 것은 예수의 가르침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짓밟는 일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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