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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배우 존 조, 신문 기고 통해 '코로나 인종주의' 정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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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배우 존 조, 신문 기고 통해 '코로나 인종주의' 정면 비판

"아시아계 미국인은 조건부 미국인이 아니다"...산드라 오 등도 인종주의 비판

"전염병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우리의 소속이 조건부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한 순간 우리는 미국인이고, 다음 순간 우리는 모두 외국인이다. 그들은 여기서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미국 내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장문의 글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22일(현지시간) 기고했다.

존 조는 <스타트렉 다크니스>, <스타트렉 비욘드>, <콜럼버스>, <서치>, <당신은 나라를 사랑하는가> 등에 출연한 배우로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는 지난 달 23일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바이러스를 두고 칭챙총 하는 미국인들은 그렇게 죽을 것이다. 멍청이들아!"라며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글을 짧게 올리기도 했다. '칭챙총'은 미국인들이 동양인을 비하하는 말이다. 존 조 뿐 아니라 배우 대니얼 대 킴, 산드라 오, 가수 티파니 등도 자신의 트위터 등을 통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입장을 밝혔었다.

▲배우 존 조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코로나 인종주의'를 비판하는 기고를 했다. ⓒ<로스앤젤러스 타임스> 갈무리

트럼프 정부 관계자 "수백만 중국인이 박쥐 피 빨고 개미핥기 엉덩이 먹어"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편견, 차별을 가장 부추기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말까지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우한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을 지나치게 감쌌기 때문에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이 온 것이라며 WHO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고 밝힌데 이어 15일에는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실험 도중 생성된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돼 전염병이 시작됐다'는 의혹에 대해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코로나 사태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려는 정치적 포석이다.

지난 주 임명된 보건후생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 신임 대변인도 수차례 중국과 중국인들을 조롱하는 트위터 글을 올렸다가 지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CNN 보도에 따르면, 마이클 카푸토 대변인은 지난 3월 1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수백만 명의 중국인들이 전채 요리로 박쥐의 피를 빨아먹고 개미핥기의 엉덩을 먹는다"고 주장하는 등 지속적으로 혐오 발언을 했다. 뉴욕에서 공화당 당직자로 일하다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그는 최근 발령을 앞두고 트위터 가입 이후 모든 게시물을 전부 지웠다고 한다.

이처럼 트럼프 정부는 편견과 무지에 기인한 인종주의적 발언과 폭력 사태를 방치해왔고,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불안과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다음은 존 조의 기고문 주요 내용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나와 같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우리의 소속이 조건부라는 걸 상기시켜 준다"

(Coronavirus reminds Asian Americans like me that our belonging is conditional)

며칠 전 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외출할 때 조심하라고 말했는데, 폭언이나 심지어 신체적인 학대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너무 이상한 느낌이었다. 우리의 역할이 뒤바뀌어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원한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은 수많은 아시아 혐오 범죄를 낳았다. 미 전역에서 아시아계 부모와 아이들이 내가 부모님과 한 통화와 같은 내용을 주고 받는다. 친구들끼리 문자 메시지로 피해 사례를 직접 공유하고 페이스북에 기사를 올리며, 항상 불안한 '안전하게 지내라'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나는 자라면서, 우리들이 미국인이 되고 나면, 그런 경고는 필요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부모님은 나와 남동생에게 가능한한 텔레비전을 많이 시청하도록 해서, 우리가 백인들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우게 했다. 희망은 만약 우리가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사용한다면, 다음 세대에게 인종이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배우가 되어서 정말로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부모님의 희망이 결실을 맺는 것을 느꼈다. 문은 열려 있고 낯선 이들조차 친절했다. 어떤 면에서 나는 인종이 없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인종이 무엇보다도 당신을 정의한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배웠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지금 그런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전염병은 아시아계에게 우리의 소속이 조건부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한 순간 우리는 미국인이고, 다음 순간 우리는 모두 외국인이다. 그들은 여기서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중 12%가 빈곤선 아래에 살고 있다는 것은 신경쓰지 마라. 모범적인 소수민족 신화는 모든 유색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현상유지를 돕는다. 그러나 아마도 이 신화의 가장 음흉한 효과는 그것이 우리를 침묵시킨다는 것일 것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은 칭찬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우리를 포함한 사람들은 반아시아 정서가 덜 심각하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우리가 현재의 아시아 증오 범죄의 파장을 사소한, 고립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잘못된 긍정과 함께 부정적인 고정관념(당신은 교활하고, 당신은 일자리를 훔치고, 당신은 부패했다)도 있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이런 부정적인 고정관념들이 널리 퍼진다.

나는 1978년 여섯살 때 이 나라에 왔다. 걸프전이 시작되기 전 군사력을 증강하던 때인 1990년 11월 21일에 귀화했다. 나는 귀화 시험을 보는 자리에서 판사가 '조국(미국)이 요청하면 내가 제복을 입고 조국을 지킬 것인가'를 물었을 때 놀랐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과 나는 시간을 들여서 여러가지 예상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준비를 했지만, 그 질문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고, 이는 진심이었다.

나는 부모님이 원했던 시민권을 주장했고, 나는 그것을 얻기 위해 내 인생의 상당 기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도 나를 닮아서 우리가 진짜 미국인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만약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이 있다면, 널리 퍼진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짜깁기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 대한 의존이 더 명확했던 적은 없었다.

당신은 어떤 일들은 옹호해서는 안 된다. 바이러스처럼, 억제되지 않은 공격성은 마구 퍼질 가능성이 있다. 증오를 최소화하거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당신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길에서 이런 일을 보면 비판을 하라. 회사에서, 가족들 사이에서라도 감지되면, 말하라. 당신은 당신의 동료 미국인들을 옹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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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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