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웅 정암사 주지스님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국보승격으로 모두에게 큰 위로 됐으면”

천웅 정암사 주지스님은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수마노탑이 국보로 지정 예고돼 모든 분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정선군과 군민, 불자, 기관단체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이 오는 23일 보물 제410호 ‘정암사 수마노탑’을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는 소식에 1년 이상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가슴을 부여잡고 밤잠을 설쳤던 천웅 주지스님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지난 20일 정암사 경내에서 천웅 주지스님이 정암사 수마노탑의 국보승격 지정 예고를 앞두고 소감을 피력하고 있다. ⓒ프레시안(홍춘봉)

그는 “수마노탑의 국보 승격과 관련, 지난해부터 언제 결과가 나오느냐는 문의에 곧 잘 될 거라 답변했지만 조바심도 컸다”며 “그래도 속으로는 항상 좋은 결과를 기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화재청 현지 실사팀의 좋은 심사와 많은 관심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정선군은 이제 유·무형문화재를 모두 갖춘 품격 높은 문화도시로 격상되는 의미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난 20일 정암사 요사채에서 천웅 스님으로부터 수마노탑 국보승격 지정예고에 대한 소회를 들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그렇게 염원하던 수마노탑의 국보 승격 소식이 전해졌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국보승격 소식이 전해져 더 없이 기쁘고 감사하다. 모든 분들의 뜨거운 성원과 응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연기되는 등 매우 어려운 시기에 국보 승격이 지정, 예고돼 모든 분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한다. 특히 누구보다 열렬히 성원해준 최승준 정선군수를 비롯한 8개 읍면군민, 관내 각 단체, 불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국보승격으로 정선과 정암사의 위상과 자부심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수마노탑에 불자들의 불심에도 한층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한다.”

-국보승격 추진과정에 정선군과 치밀한 협업이 돋보였다.

"지난 2012년부터 국보승격 작업이 본격 시작했다. 지난 2017년까지 모두 4차례의 학술심포지엄을 열고 수마노탑 종합학술자료집도 발간했다. 또 수마노탑의 역사적 고증을 위해 2014년 정암사 수마노탑 종합정비계획도 수립했다. 이어 2018년까지 3차례에 걸쳐 정암사 전역에 대한 정밀 발굴조사도 실시해 문화재적 가치와 위상을 확인 및 정립토록 했다. 이 모든 일은 정선군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정선군과의 협업도 훌륭했고 두 번의 실패를 교훈삼아 세 번째에서는 더 이상 실패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간절했다."

-국보승격을 앞두고 지난해 특별 이벤트가 유난히 많았다.

“그렇다. 정선군의 주도로 1500년 전 정암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숨결을 느끼며 힐링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생태탐방로 ‘정암사 자장율사 순례길’을 지난해 6월 개통했다. 이어 전통산사문화재 활용사업에 선정돼 ‘힐링 드림과 소망드림’을 주제로 마음을 치유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는 정암사 일원에서 수마노탑 국보승격 기원을 위해 정암사 자장율사 순례길 트레킹, 폐광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감탄콘서트 등 ‘희망공감 프로젝트’도 열었다.

이어 정선아리랑제에서는 하나 된 한반도 평화와 정암사 수마노탑 국보승격을 기원하기 위해 정선군민과 관광객 등 2000여 명이 ‘아라리 길놀이 퍼레이드’를 열어 힘을 보탰다. 정선군의 각별한 성원과 응원이 가장 큰 빛을 발했다.”

-강원랜드 휴장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지역이 매우 어려운 시점에 국보승격이 발표됐다.

“다른 곳도 많이 힘들겠지만 특히 강원랜드 인근지역은 2월 23일부터 카지노 휴장으로 내방객들이 전혀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사실상 강원랜드 인근의 상가는 개점휴업 상태이고 힘들어 하는 상인과 주민들의 모습을 2개월째 지켜보고 있다. 정암사 주변은 원래 탄광이 흥청대던 곳이었는데 198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폐광으로 몰락의 아픔을 겪은 곳 아닌가.

폐광이후 최근의 카지노 휴장은 그때보다 더 황량하고 삭막한 상황이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수마노탑의 국보지정 소식은 (주민들에게)무엇인가 이루어지는 것이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까운 장래에 카지노 재개장은 물론 폐특법 10년 연장 소식을 군민들과 함께 기대해 본다.”

-이번 국보 승격으로 정암사는 물론 정선군도 경사를 맞았다.

“그렇다. 정선군은 지난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정선아리랑과 함께 정암사 수마노탑이 유형문화재를 모두 갖추게 되면서 문화재도시로 격상되는 것으로 의미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도 매우 큰 축복이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2020년 정선군의 위상과 가치가 한없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국보승격추진 3수만에 성취한 값진 성과지만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3번째 (국보승격)신청은 마지막 기회였다. 정선군도 그렇고 정암사에서도 마지막이라는 사실 때문에 절박한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국보승격 발표가 5개월 이상 지연되면서 주변에서 ‘언제 되느냐’,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받고 많이 힘들었다. 대답은 곧 잘 될 거라 했지만 속은 타들어갔고 피를 말리는 날이 이어졌다.

이른 새벽부터 좋은 결과를 간절히 염원했다. 무엇보다 최승준 정선군수를 비롯한 전체 군민과 신도는 물론 개신교와 천주교 등 다른 종교단체에서 보내준 열렬한 성원이 결정적인 힘이 되었다. 지난해 정선군 일대에 나붙은 현수막에 이어 국보승격 축하 현수막이 잘 말해주고 있다. 이번 국보승격 발표는 정선군과 군민들의 쾌거이고 불자들 입장에서도 한없는 영광으로 생각한다.”

-수마노탑에 얽힌 설화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5대 적멸보궁 중 정암사가 유일하게 사리탑을 두고 있다. 정암사 수마노탑은 특별한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신라시대 고승 자장율사가 당나라 오대산에서 문수보살로부터 석가모니의 몸에서 나온 진신사리를 받아 귀국한 후 643년에 정암사를 창건했다. 당시 진신사리를 모실 탑을 쌓을 때마다 무너져 내렸다고 한다. 탑 위치 선정을 위한 100일 기도 후 칡 3줄기가 멈춘 곳에 수마노탑, 적별보궁, 법당자리를 세웠다고 한다. 그곳에 탑을 쌓으니 무너지지 않았고 그곳이 바로 현재의 수마노탑 위치다.”

-정암사 경내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사찰 진입로 정비공사가 한창이다. 올해 안으로 주변정비공사가 마무리되면 수마노탑과 정암사를 찾는 신도들을 위해 내년 초 신도 휴게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휴게시설이 설치되면 수마노탑 참배객들에게 편안한 휴식이 가능할 전망이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씀은.

“최승준 정선군수를 비롯한 정선군민과 사회단체장, 조계종 4대 교구 본사인 월정사의 정념 스님, 정암사 신도회를 비롯한 모든 불자님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국보승격에 각별한 애정과 도움을 주신 문화재청과 현장 실사팀에게도 다시 한 번 고맙고 감사하다. 모두에게 부처님의 자비가 가득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