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선거운동 첫날인 2일, 미래통합당은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작년의 조국 사태 등을 거론하며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메시지 발신에 힘을 쏟았다. 김종인·박형준 위원장 등 선대위원장단과 유승민 의원이 수도권 지원 광폭 행보에 나섰고, 황교안 대표는 종로 선거전에 집중하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지기도 했다.
김종인 공동총괄선대위원장은 2일 자정 서울 중구 두산타워빌딩 앞과 경찰 지구대를 찾는 일정을 시작으로 선거운동의 막을 올린 데 이어, 아침부터는 경기 수원과 오산·용인·광주·남양주·의정부 등 수도권 전역을 훑는 강행군을 펼쳤다. 김 위원장은 수원에서 열린 경기지역 선대위 회의에서 "현재의 여론조사가 결코 선거 결과와 직결되지 않는다"며 후보들을 격려했다.
김 위원장은 "여론조사를 보면 통합당이 아주 열세"라고 하면서도 "제가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은 적이 있다. 초반 결과가 대세를 장악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은 2주 동안 열심히 선거운동에 임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자"면서 "선거 기간에 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밝히면 유권자 응답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실정'으로 코로나 대책과 경제 문제 등을 꼽았다. 그는 "현 정부의 경제 실정을 돌아보면 과연 이 사람들이 경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된다"며 "이념에 사로잡혀 되지도 않는 묘한 구호를 내세웠지만 일자리, 경제성장 등 아무 것도 해결이 안 됐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역량에) 자신이 없는 정부이기 때문에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이 사법부와 언론 장악"이라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외에 실질적으로 (코로나 예방) 조치를 취한 게 뭐가 있느냐. 정부가 노력을 했다기보다는 잘 구축된 의료체계와 헌신적 의료봉사 덕분에 수습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와 TV 방송 출연, 국회 기자회견 등 고공 여론전을 펼치는 동시에 서울 강서구 등 일부 지역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권이 철저히 친문·친조국 공천을 했다"며 '조국 사태' 관련 메시지를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공수처를 이용해서 윤석열 총장부터 손보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는데, 결국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이번 선거는 조국이 정치적 상징으로 소환됐다"면서 아예 이번 총선 구도를 "조국을 살리고 윤석열을 쳐내려는 쪽과, 정권의 위선을 드러내고 윤석열을 지켜내자고 하는 쪽의 한 판 승부가 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박 위원장은 선거 전망과 관련 "작년 가을에 광화문에서 보여줬던 국민들의 열망이 표출된다면 수도권 50석 이상을 포함해서 전국적으로 지역구에서 130석 가까이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이번에 여론조사가 들쭉날쭉해서 국민들이 조금 헷갈리시기는 하는데, 저희 여론조사나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민심을 종합해 보면 정권에 대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지난 번보다 훨씬 강하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다만 "통합을 해서 표의 분산을 막았기 때문에 지난 번보다는 더 많은 의석을 얻을 것"이라며 당 내부를 향해 "의도하지 않은 막말들이 선거 전체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초반부터 이 점을 우리가 특별히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경고성을 발하기도 했다.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유 의원이 지금 선대위에 합류하고 안 하고는 이미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됐다"며 "유 의원이 나름대로 큰 역할을 잘하고 있다. 선대위 차원에서 참 고마운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유 의원은 이날 서울 강서구와 마포구, 경기 성남시 분당구를 찾아 지원 유세를 펼쳤다. 유 의원은 강서구 방문 일정에서 "3년 동안 보수가 갈라지고 분열되는 과정에서 서로 손가락질을 하다가 이번에 겨우 합쳤는데, 아직도 통합당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피부로 느낀다"며 "이번에 당선되면 나라를 위해 제대로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피끓는 심정으로 국민에게 하소연해야 한다"고 '혁신' 메시지를 강조했다.
유 의원은 "통합당의 선거, 특히 수도권 선거를 위해서 건전한 개혁보수, 중도보수 세력이 덜 부각된 것이 굉장히 아쉽다"면서 "유권자들에게 (당의) 스펙트럼이 넓어져서 진보를 포용할 수 있는 세력이라고 하면 조금 더 마음을 열어주실 것"이라고 언급했다.
황교안 대표는 타 지역구 지원 유세에 나서는 대신 자신이 출마한 종로 지역구 선거전에 집중했다. 그는 선거운동 개시 기간을 20분 앞둔 전날 밤 11시 40분께 광화문광장에서 총선 출정식을 한 데 이어 아침부터는 통인동 재래시장과 골목. 마을버스 정류장, 편의점 등을 누볐다.
황 대표는 "조국 사태를 보면서 이 정권 위선의 진면목을 봤다"며 "이런 정권 밑에서 우리가 그냥 살 수 있나?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민주주의가 위기다. 선거가 정권 마음대로 될 수 있다"며 "부정선거할 것 같아 걱정이 많이 된다. 국민 혈세로 돈 뿌리며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통합당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후보들도 이날은 다른 지역구를 지원하거나 중앙당 행사에 참석하기보다는 지역구 표심 다지기에 나섰다.
전체적으로 보면 선거운동 첫날 당 지휘부와 주요 당직자들의 동선이 수도권에 집중된 셈이다. 박 위원장의 '수도권 50석' 발언 등을 고려하면, 통합당은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수도권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위원장은 다음 날부터 오는 5일까지는 충청권과 부산·울산·경남(PK)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수도권과 충청, PK는 모두 여야 한쪽으로 표심이 기울지 않은 '스윙 보터' 지역이다.
통합당의 비레대표 득표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도 조력에 나섰다. 원유철 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는 이날 새벽 김종인 위원장의 자정 유세와 수원 선대위 회의에 동참했고, 오전에는 광화문에서 출근길 유세를 펼쳤다.
원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과의 정책 협약식에서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형제당"이라며 "'미래형제당'이 반드시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했다. 원 대표는 이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실 저희는 한 가족이었다"며 "이산가족이 된 형제당은 선거 후 만나 한 가정을 이룰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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