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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살리고, 김석기 살리고...황교안의 '공천 롤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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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살리고, 김석기 살리고...황교안의 '공천 롤러코스터'

결국 황교안 마음대로…통합당 공천파동 '강제진압'

미래통합당의 막판 공천 파동이 황교안 지도부의 뜻대로 귀결됐다. 당 공천관리위의 의견은 100% 무시됐다. 당 안팎에서는 '이럴 거면 공관위는 뭐하러 만들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황 대표는 자신은 공관위에 자율성을 부여했다면서 다만 일부 "잘못된 결정"을 정리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26일 오전 중앙선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가 당헌당규를 무시하고 공관위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저는 당 대표로서 저의 권한을 내려놓고, 공관위가 자율적으로 바른 공천, 공정한 공천, 특히 이기는 공천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런 협의 과정을 통해 오늘에 이르게 됐는데, 잘못된, 국민이 수용하기 어려운 결정에 대한 지적들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최종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당 대표로서 정리를 한 부분이 있다. 국민들에게 좀더 매끄럽고 보기 좋은 공천이 되도록 노력했지만, 그런 점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생기게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최고위의 월권'이라는 비판은 전날 일어난 일련의 '공천 뒤집기' 사태를 겨냥한 것이다. 전날 통합당 최고위는 밤 10시 반까지 두 시간에 걸친 심야 회의를 열어, 같은날 저녁 나온 공관위 결정을 뒤집었다.

공관위는 인천 연수을 후보로 결정된 민경욱 의원에 대해, 인천시선관위가 민 의원의 선거 공보물에 허위 사실이 적시됐다는 점을 들어 그에 대한 공천은 무효로 하고 민현주 전 의원을 추천하라고 권유했었다. 그러나 최고위는 "법률적으로 그렇게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며 공관위 요청을 기각했다.

연수을은 △민경욱 컷오프, 민현주 단수공천(2.28) △최고위의 재의 요구(3.12) △공관위의 재의 수용과 경선(3.22~23) △민경욱 경선 승리(3.24) △공관위의 민경욱 공천 취소 요청과 최고위 거부(3.25) 등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황교안 지도부와 김형오 공관위의 대립·갈등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지역이 됐다.

또 공관위가 부산 금정과 경북 경주에 각각 원정희, 김원길 후보를 단수 추천한 데 대해 최고위는 이들 지역을 경선 지역으로 결정했다. 후보등록 기간 첫날인 26일 하루 동안 ARS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하라는 것이다.

이로써 경주 현역의원인 김석기 의원과, 금정의 백종헌 전 부산시의회 의장이 부활의 기회를 갖게 됐다. 김 의원은 2009년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6명의 사망자를 낸 용산참사 사건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작전을 지휘했다. 백 전 의장은 지역구 현역의원이자 공천관리위원인 김세연 의원이 강하게 반대해온 인물이다. 지역에서 산악회 회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거나 지난해 민주당 입당을 타진하는 등의 전력을 김 의원은 이유로 들고 있다.

공관위가 애초에 '청년 우선공천 지역'으로 발표했던 경기 의왕·과천과 화성을은 최고위의 재의 요청에 공관위가 '그럼 최고위에서 알아서 공천하라'며 후보 추천권을 위임해 버렸고, 최고위 결정에 따라 신계용 전 과천시장(57)과 임명배 전 화성을 당협위원장(54)이 공천됐다. 공관위가 청년 후보로 내세운 이윤정(33), 한규찬(45) 후보는 배제됐다.

심야 최고위 결정은, 전날 새벽 최고위에 이어 오후 내내 이어진 공관위 회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황 대표는 전날 이례적으로 오전 6시 최고위를 소집해 금정 등 4개 지역구에 대한 공관위의 후보 추천을 무효로 결정했고, 공관위는 반발·비판을 하면서도 오후 회의를 통해 일정한 타협안을 마련해 최고위 넘겼다. 그러나 최고위 결정은 이에 대한 전면 거부였다. (☞관련 기사 : 황교안 '4명 공천 취소' 요구에 공관위는 '민경욱 무효' 반격)

컷오프된 TK·친박 의원에게 부활의 기회를 준 것이나 청년 공천 대신 '중년 공천'을 했다는 내용적 비판은 차치하고, 공관위 결정을 최고위가 좌지우지한 데 대해 당 안팎에서는 쓴소리가 나온다.

연수을에서 최종 탈락한 민현주 전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초반 공천 과정을 보면 '김형오 공관위'가 굉장히 잘 진행하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 많은 반성의(메시지), 그리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보수정치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공관위가 굉장히 과감한 공천 결정을 했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천이) 진행되면서 친박 교체율이 점점 높아지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민 전 의원은 "이대로 진행된다면 황 대표나 친박 지도부·의원들의 총선 결과, 그 다음 이후 행보에서 굉장히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공천 과정 중반 이후부터 지금과 같은 분위기 변화가 된 것"이라며 "결국 막판에 최고위가 권한도 없이 4곳을 전격 취소한다거나, 후보 교체를 한다거나 후보등록 첫날 ARS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이런 무리한 방법을 택한 것은 결국 선거 이후에 친박과 황교안 대표 체제를 어떻게든 고수하겠다는 그들의 마지막 발악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민 전 의원은 "황 대표가 최고위에서 공관위 최종 결정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은 황 대표 개인의 의지도 있겠지만 사실 강성 친박으로 구성돼 있는 지금 현 지도부를 황 대표가 이겨내지 못하는 그 한계 때문이 아닌가"라며 "황 대표는 결국 강성 친박 지도부의 입김·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당헌당규, 나아가 법 위반 논란도 일 수 있다. 공직선거법에는 지역구 후보자 공천과 관련해서는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당헌 또는 당규로 정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법 47조 2항)라고만 규정돼 있지만, 현 한국당 당헌당규는 후보자 추천 권한을 공관위에 거의 일임하고 있고 최고위는 공관위가 올린 추천안에 대해 의결권과 재의요구권만 행사하게 돼 있다.

통합당 지도부는 "불법 선거운동이나 금품수수 등 현저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을 경우 최고위 의결로 후보자 추천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당규 조항을 '4곳 무효 결정'의 근거로 들고 있지만,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은 "법률가로서 아무리 유추해석하고 확장해석해도 월권행위"라며 "당헌에 명백히 어긋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정치적으로 봐도, 통합당 지도부가 공천 결과를 직접 뜯어고친 것은 당 지도부의 공천 입김을 배제하고 공천 심사의 독립성을 높이려 노력해온 지난 역사, 특히 지난 2014년 기존의 '공천심사위'를 '공천관리위'로 변경했던 흐름에 명백히 역행하는 일이다.

특히 현재의 통합당은 '김형오 공관위' 출범 이후 현역의원 물갈이 비율을 민주당보다 높게 달성했고, 친황·친박계 의원들이 컷오프되고 여성·청년 후보들에게 우선추천을 주는 등 '혁신 공천'을 했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강조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관위 판단이 "잘못된, 국민이 수용하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뒤흔든 것은 결과적으로 양두구육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황 대표가 이날 "당 대표로서의 권한을 내려놓았다"든지 "공관위가 자율적으로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한 것은 아이러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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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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