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심판은 이제 여당도 피해갈 수 없는 4월 총선의 표심이 되고 있다. 여당도 이제는 이명박 정부와 거리를 두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포퓰리즘 비난과 달리 근로빈곤층 사회보험료 지원 등 전향적인 복지정책과 심지어 재벌개혁까지 여당식 개혁정책으로 내걸고 있다. 부자감세와 재벌규제 철폐 등 한국식 레이거노믹스 정책를 내걸고 재벌개혁, 부자증세와 대립하던 5년 전의 박근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왜 과거 정책을 폐기하고 180도 정책전환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절절한 반성이나 논리적 설득은 없다. 아마도 이명박 정부심판의 화살을 피해 보려는 책임없는 정치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위태로운 지경에 이른 민생경제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시대정신의 반영일 것이다.
여당까지 이제 복지확대를 통해 사회양극화의 해소를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군사독재정권의 랜드마크였던 관치경제를 극복하겠다며 문민정부-국민정부-참여정부, 그리고 이명박 정부까지 도도하게 흘러온 무차별적 규제완화, 시장(재벌)방임을 외치던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기조의 종말이 드디어 왔다는 느낌도 든다. 어찌보면 신자유주의적 재벌방임 정책에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복지국가적 정책 지향을 더욱 요구받고 있는 것은 민주통합당일 것이다. 그러나 야당 내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극복을 둘러싼 논쟁과 비판적 성찰은 사실상 금기시 되어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여당과 달리 활발한 정책논쟁은 찾아보기 어렵다.
천정부지의 집값, 저축은행사태, 그 뿌리는 ?
먼저 부동산정책부터 생각해보자. 무주택자 우선청약제 폐지, 토지공개념법(토지초과이득세법) 폐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어느 보수정권에서나 추진했을법한 부동산정책이지만 1998-2000년 불과 1-2년 사이에 김대중 정부에서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통한 경기를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추진한 정책이었다. 부동산투기가 만연하고 집값이 치솟자 공공임대 100만 호 건설,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러한 대책은 10년은 걸려야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 장기대책이었고 부동산투기 규제정책이 다시 부활한 것은 2007년 무렵이었다. 이미 너무도 때늦은 뒤였다. 서민들의 금융기관이었던 저축은행의 대출한도를 풀어주고 저축은행의 통폐합과 대형화, 건설회사에 대규모 PF대출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저축은행 부실의 단초를 마련했던 것도 노무현 정부에서였다. 각종 건설 PF대출의 주역인 시행사 제도를 개발한 것도 김대중 정부에서 주택경기 활성화차원에서 나온 대책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부동산투기 억제제도의 폐지, 저축은행 감독규제 완화의 논리적 근거는 관치경제의 극복, 시장자율, 규제완화였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자영업자의 위기는 ?
이제는 보편화된 대량의 정리해고, 기간제·파견 등 비정규직 고용형태는 불과 15년전만 해도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김대중 정부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고용보호와 고용형태 규제의 완화는 불가피하다며 정리해고, 기간제·파견 등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고용보험이나 직업훈련 등 복지정책을 통하여 그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다는 보완치유론도 있었고 아예 고용의 유연성과 안정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덴마크 모델이 이상형으로 제시되기도 하였다. 덴마크는 정리해고나 고용형태의 유연성을 허용하면서도 최대 4년까지 종전소득의 80%까지 지원하는 고용보험, 직업훈련 - 자격취득 - 재취업으로 이어지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 잘 결합되어 고용의 유연·안정성을 이룩한 나라로 소개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결과는 고용의 유연화는 불과 몇 년 사이에 백배, 천배 진행되었지만 고용의 안정화 정책은 덴마크의 문턱도 가지 못하는 불균형을 보였다. 고용관계 내에서 고용을 안정화하여 근로자의 복지와 중산층화를 구현한다는 고용전략 자체가 부재하였다. 안정된 일자리에서 쫒겨난 근로자들이 자영업으로 몰려 OECD평균의 2배로 과잉되고 자영업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중소기업·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중소기업적합(고유)업종 보호제도도 김대중 정부에서 폐지되었다. 우리에게 닥친 850만의 비정규직, 400만의 근로빈곤층(워킹푸어), 400만의 실질실업자, 110만의 청년실업의 참담한 현실의 단초는 이미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무원칙한 규제완화, 시장방임의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시장방임은 재벌이 독식하는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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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강국인 일본도 2011년 무역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세계경제의 상황은 어느 한 국가가 압도적 수출우위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 수출대기업을 밀어주기 위한 고환율 정책 등은 원자재를 수입·가공하여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경영을 압박하고 물가상승으로 민생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중소기업·중소상인, 서민 생존권의 수호와 내수경제 활성화를 통한 우리 모두의 살길이고,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여.야를 망라한 절실한 국가적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명박 심판이 참여정부의 부활인가 ?
노무현 정부의 전직관료, 비서관, 보좌관 등이 총출동하여 이명박 정부 심판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모멸적으로 평가절하되었던 노무현 정부에 헌신했던 그들의 이명박 심판에 대한 남다른 각오에는 정치적 욕심이나 공명심으로 치부될 수 없는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 경색된 남북관계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 등의 모습을 보면서 참여정부의 정치개혁. 남북관계 개선정책을 계승하여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만신창이가 된 물가대란, 전세대란, 가계부채대란의 등 민생위기에 대해 서민의 호민관으로 나서지 않고 시장과 관료에만 맡겼던 무책임,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등 노동개혁에 대하여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애써 논의를 피하는 등 철저하지 못한 태도, 권력이 재벌로 넘어갔다는 한탄처럼 재벌개혁에서 보인 무기력함, 등등 이미 우리 국민 대부분이 체감하고 참여정부의 한계도 명백하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치열한 논쟁과 비판적 성찰의 용트림의 과정을 거쳐 과거의 야당이 아니라 새로운 민생·복지 정당으로 탈바꿈했다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명박 심판으로 과거를 심판하는 총선에서는 이길 수 있어도 미래의 대안을 선택하는 대선에서는 자칫 국민의 열망인 정권교체가 좌절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민경선"의 그늘에 숨어 "혁신"을 피하려고 하는가 ?
민주당과 통합한 시민정치운동 "혁신과 통합"의 "혁신"이란 아마도 민주당의 뿌리인 참여정부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정치적 지향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결과는 "통합"만 있고 "혁신"은 없다. 통합이 되었으니 혁신은 국민경선이라는 최첨단의 민주적 절차과정에서 녹여내면 된다는 발상이라면 "이명박 심판 +참여정부 극복"이라는 시대정신을 읽지 못하고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기대어 승리해 보겠다는 무사안일의 또 다른 단면일 뿐이다. 재벌개혁을 주도할 인물, 노동개혁을 주도할 인물, 주거·서민금융·교육 등 민생개혁을 주도할 인물, 보편적 복지를 주도할 인물들이 나서서 과거 참여정부에서 재벌·민생·경제 개혁을 담당했던 관료·당료 출신 인사들과 치열한 노선논쟁을 벌이고 그 정책논쟁의 결과가 공천개혁으로 외화되는 역동적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경선이라는 최첨단(?)의 절차적 민주주의도 야당이 요구받고 있는 시대정신을 담으려는 "혁신"과 결합되지 않는다면 지역에서 열심히 인맥과 표밭을 다진 노회한 정치인들의 패권정치로 흐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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