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전 의원으로부터 과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이 증거로 제시한 사진과 이메일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증이 모두 끝났다.
지난 3월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와 정 전 의원이 서로를 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공방을 벌인 지 3개월 만에 경찰 수사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정 전 의원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A씨가 제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과 이메일의 검증 결과를 최근 국과수로부터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이 사진과 이메일은 A씨가 정 전 의원과 '진실 공방'을 벌이던 지난 3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증거라며 공개한 자료들이다.
기자회견에서 A씨는 자신이 2011년 12월 23일 오후 렉싱턴 호텔 1층 카페 겸 레스토랑 '뉴욕뉴욕'에서 정 전 의원을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어 위치기반 SNS에 올렸고, 사진을 올린 직후 성추행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성폭행 시점으로 지목된 때 렉싱턴 호텔에 가지 않았다며 알리바이를 내세운 정 전 의원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A씨는 또 이 SNS 사진과 함께 성추행 피해 직후 남자친구에게 보낸 이메일이 성추행 증거라며 수사 기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A씨는 정 전 의원을 고소하지는 않았다. 2013년 6월 '친고죄' 규정이 폐지되기 전 사건은 성추행 피해자가 1년 안에 가해자를 고소해야만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정 전 의원이 실제 A씨를 추행했더라도 처벌이 어렵다.
경찰은 A씨가 낸 사진의 출처가 SNS인 만큼 진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지난 4월 말 국과수에 검증을 요청했다. 국과수는 A씨 사진에 조작 흔적이 없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으며 경찰은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경찰은 정 전 의원이 고소한 부분은 무혐의로 마무리하는 쪽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으나 프레시안의 고소 내용에 대해서는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수사팀 내에서도 프레시안의 보도에 반발해 보도자료를 낸 정 전 의원의 행동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은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이 A씨의 폭로 내용을 지난 3월 7일 보도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당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던 정 전 의원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프레시안 기자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고, 프레시안도 정 전 의원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후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시점으로 지목된 날 오후 6시 43분 렉싱턴 호텔 카페에서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고소를 취소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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