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뒤늦게 '정권 실세'를 향해 칼을 뽑았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윤희식 부장검사)는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고발ㆍ통보된 주요 인물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단행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차장을 비롯해 '다이아몬드 게이트'에 연루된 인사들이 줄줄이 출국금지를 당한 것이다.
일견 검찰이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수사 대상인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 업체 CNK의 핵심 인물 오덕균 회장은 이미 카메룬으로 출국한 상태다. '뒷북 조치'라는 말도 나온다. 검찰이 전날 CNK를 압수수색한 데 대해서도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미 늦어서 증거인멸 할 것은 다 했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제기했었다.
검찰이 금융 당국, 감사원 등의 고발 대상자에서 빠진 박영준 전 차장 등에 대한 혐의를 찾아내지 못할 경우 정치권의 큰 반발이 있을 수 있다. 한때 박 전 차장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 경선 캠프 핵심 조직 안국포럼 멤버였던 정태근 의원까지도 박 전 차장을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수차례 지목한 적이 있다.
유독 정권 실세 관련 수사에 약한 모습을 보였던 검찰의 칼 끝이 이번에도 사건의 핵심을 비켜갈지 주목된다.
"김은석, 오덕균, 박영준 등 정권 실세와 빈번히 접촉"
감사원은 전날 "박영준 전 차장,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 CNK 오덕균 회장이 '카메룬 다이아몬드 매장량 4.2캐럿'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 수시로 접촉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었다.
박 전 차장이 이 사건에 개입돼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들 네 인사에 대한 인연도 주목된다.
김은석 대사는 안국포럼을 드나들며 현 정권 실세들과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영준 전 차장은 안국포럼 핵심 멤버 중 하나였다. 안국포럼 출신인 무소속 정태근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가) 2006∼2007년도에 안국캠프를 들락날락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덕균 회장도 현 정권의 실세들과 끈이 닿아 있는 인물이다. 정태근 의원은 "오덕균 대표가 '내 뒤에 박영준이 있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고 주장했었다. 오 회장은 현 정부 들어 청와대 경호과장 출신 서준석 씨를 영입해 김은석 대사와 조중표 전 실장을 소개받았다. 오 회장은 김 대사를 통해 박영준 전 차장을 소개받았다고 한다.
결국 조중표, 김은석, 오덕균, 박영준의 관계, 그리고 이번 주가조작 사건으로 누가 이익을 봤는지 등에 검찰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정태근 의원은 이날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의 핵심은 바로 약 248만 주의 신주인수권을 오덕균 회장이 보유를 하게 됐는데, 그 신주인수권을 과연 누구에게 제공을 했는지 부분이 이 사건의 굉장히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며 "권력실세의 주변 인물들이 이미 신주인수권을 받았다고 제가 듣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권 실세가 박영준 전 차장이냐"는 질문에 정 의원은 "그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만 말했다.
박 전 차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며 "(1차) 보도자료를 내는 날 아침에 (김 대사가) 그쪽(카메룬)에서 대통령 사인이 났다고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다는 얘기를 전화로 해줘서 '잘됐네'하고 끊었다. 그게 전부"라고 말했다. 박 전 차장은 "(정 의원이) 자신 있다면 변죽만 울리지 말고 떳떳이 (구체적인 이름 등을) 밝혀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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