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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TK '묻지마 박근혜', 안철수는…

[고성국의 총선 견문록] 이상득ㆍ홍사덕 아성에 도전장 낸 신인들

T·K(대구·경북) 민심 관련 두 번째 기획 인터뷰다. T·K 물갈이론이 당내에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친이계의 실세 이상득 의원 지역구인 포항 남울릉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노선희 예비후보, 친박계 좌장 홍사덕 의원 지역구인 대구 서구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김상훈 예비후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대 계파의 최고 실세들 지역에 도전하는 정치신인들이다.

T·K 민심은 심상치 않다고 하는데, 사실 야당이 이 지역에서 선전하리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대안'도 뚜렷하지 않다. T·K 민심의 피로감 속에서 한나라당 신인들이 어느 정도 '신선함'으로 기성 정치인들과 차별화를 해내느냐, 이 부분에 한나라당의 총선 승패가 달려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2008년 총선에서 영남권 68석 중 20곳의 한나라당 후보가 고전하는 현상이 벌어졌던 것을 상기해봐야 한다. 나아가 '한나라당의 승리'가 아니라 '한나라당의 몇 %승리냐'를 가늠하면 T·K 의 대선 성패도 예상해볼 수 있다. 이번 총선 과정의 T·K 물갈이 여부는 이 지역의 한나라당 지지도를 예측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대선을 8개월 앞두고 총선을 치러야 하는 한나라당에게 최악의 수는 50%대 지지율에 그치는 경우다.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구 지지율이 69%였고,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은 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구경북에서 한나라당 지지율 하락이 곧바로 대선에 영향을 미치게 되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대구 경북 민심 이탈을 한나라당이 얼마나 막을 수 있을까? 관련해 '고령 의원'들, 그리고 기득권을 누려온 다선 의원들의 지역에서 신인들이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 이번에는 한나라당 '거물' 의원 지역구에 도전하는 신인들을 만나봤다.

<한나라당 노선희 예비후보>

한나라당 노선희 예비후보는 이력이 독특하다. 홍익대 미술대학 공예과를 졸업했지만, 현재 포항 지역에서 중소기업인 주식회사 씨알텍 대표 이사의 삶을 살고 있다. 한나라당 중앙당 부대변인을 지냈고, 중앙당 정책위 정책자문위원을 지냈다. 한국여성경제인총연합회 이사, 포항시 기업애로해소 대책위원회 위원, 국토해양부 공생발전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를 키워온 주부이기도 하다. 현재 이명박 정부 '실세 중의 실세'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 남구·울릉에 출사표를 던졌다.

▲ 포항 남울릉에 출사표를 전진 노선희 예비후보 ⓒ프레시안(박세열)

"이상득 덕에 인프라 좋아졌지만, 서민 체감도는 글쎄"

고성국 : 지역이 포항 남구, 울릉이다. 현역 의원이 이상득 의원이다. 이상득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예상 했나?

노선희 : 저는 개인적으로 예상은 했지만, 시기적으로 그렇게 빨리 할 줄은 몰랐다.

고성국 : 불출마 할 것을 어떻게 느꼈나?

노선희 : 여러 가지 민심을 죽 느껴왔다.

고성국 : 불출마 선언 이후 지역 민심은 어떻나? 포항 남울릉 지역에서만 6선을 했다. 지역민들이 보면 거목인데, 허무하게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노선희 : 만 24년 동안 한 사람만 뽑아왔고, 그 사람만 지켜 본 상황이다. 아직은 어떤 (이상득 의원의) 그늘 하에서 실감을 못 하고 있다고 할까. 그래서 한나라당 당원들은 그 분의 눈치를 보고 있다. 미묘한데, 현장에서 일반 유권자들을 만나면 '조금 더 빨리 바뀌었어야 했는데 늦은 감이 있다. 늦었지만 잘 됐다'는 말씀을 하신다.

고성국 : 포항은 대통령의 고향이고, 대통령 형님의 고향이다.

노선희 : 대통령에 대해서도 원성이 높은 부분이 있다. 지역 서민들이, 지역 경제가 너무 어려우니까 그렇다. 서민들은 '고향 출신 대통령을 뽑아주면 서민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를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세계 경제 흐름이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업, 서민들이 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그 언성이 그 쪽(이명박 대통령)으로 가더라.

고성국 : 예전에 김영삼 전 대통령 때도 사실상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서 비판이 많았다. 대통령이 일을 잘 못하면 고향에서 제일 먼저 욕을 먹게 돼 있다. 그래도 포항은 좀 낫지 않나. 산업이 돌아가니까.

노선희 : 제가 포항에서 24년을 살았다. 그 동안에는 포항은 경기를 타지 않는 지역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데 지금은 포항도 경기가 어렵다. 하다못해 미장원, 식당에 가도 오는 사람이 확 줄었다고 한다. 피부로 와 닿을 정도로 어렵다. 제가 경영하는 회사가 있는 철강 공단이 조용할 정도로 위축이 돼 있다. 힘든 상황이다.

고성국 : '형님예산' 소리를 들으면서 지역 예산을 많이 챙겼는데 서민들은 체감을 못한다는 얘기도 있다.

노선희 : 이상득 의원이 지역에 큰 사업을 추진했지만 실제 그것이 서민들, 지역민들에게 와 닿지 않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지역 인프라, 도로, 공단 유치 등 굵직한 사업을 많이 하신 것은 맞다. 그러나 지역민들은 내 삶의 질이 개선되고 내 삶이 평안해야 '잘했다'고 느끼는데, 좀 부족한 면이 있지 않나. 이상득 의원이 해온 토대 하에, 주민들의 실질적 삶의 질, 이런 것을 더 열심히 하겠다.

고성국 : 대안 같은 것을 갖고 있나?

노선희 : 일단 지금은 각 지역을 다니면서 지역 현안들을 들어보고 있다. 지금 포항 경기가 안 좋다. 지역 경제를 잘 알고, 경기를 살릴 수 있는 경제인이 필요한 것 아닌가. 국가적으로 가장 큰 문제가 일자리 창출이다. 1인 창업을 해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면서 현장을 경험했기 때문에, 벤처 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알고, 그 방향으로 해보고 싶다.

고성국 : 포항 남구에, 핵심 현안이라면 뭐가 있을까. 유권자들이 해결해달라고 말하는 것이 뭔가?

노선희 : 가장 시끄러운 부분이 비행장 문제다. 포항 공항이 거의 죽어가고 있다. KTX가 2014년 들어오면, 포항 공항이 더 어려워진다. 그런 상황으로 가면 공항이 군용 기지라 바뀔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에 대한 대안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군용 공항은 굉장히 소음이 많다. 개발도 제한된다. 이주 대책을 포함해 여러 가지 요구들이 많다. 10년 가까이 제기된 얘긴데 해결이 안 돼 있다. 그리고 시장 상인들이 잘 살게 해달라는, 장사가 잘 되게 해달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 들어오면서 상권이 죽어가고 있는데 심각하다. 그리고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책을,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달라는 목소리가 많다.

고성국 : 대통령 임기가 1년 남았는데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에게 뭘 주문하고 싶나?

노선희 : 저는 중소기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활성화 시키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달라고 말하고 싶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얘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논의된 것이나, 그 과정을 보면 중소기업에게 크게 도움되는 방향으로 갈지 걱정이 된다. 중소기업이 육성돼야 일자리 창출이 된다. 그래야 경제도 돌아간다. 중소기업 육성 방안을 많이 내줬으면 좋겠다.

"MB, 중소기업 경기 좋아질까 기대했었는데…"

고성국 :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우리 경제는 1조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사상 최대라고 한다. 그런데 포항의 철강 공단의 공장이 어렵다는 것은 심각하다.

노선희 : 안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부도 업체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고성국 : 노선희 예비후보도 기업을 경영한다.

노선희 : 저는 첨단 소재, 탄소 소재 제조업을 하고 있다. 다른 아이템은 포항이 철강 도시다 보니까 철판 사업을 한다. 공장 두 개를 운영한다. 근로자는 40명이다.

고성국 : 중소기업이다. 포항 경기를 피부로 느끼겠다.

노선희 : 그렇다. 저는 1인 창업을 해서 1 공장, 2공장을 만들어 만 12년 동안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고성국 : 그 12년 중에 작년이 제일 어려웠나?

노선희 : 그렇다. 올해는 더 어려울 전망이다.

고성국 : 세계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얘기도 있다. 올해부터 회복된다는 얘기도 있는데 실물에서는 그렇지 않나 보다.

노선희 : 중소기업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더 안 좋아지고 있다. 심지어 IMF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고 하는 말들도 나온다.

고성국 : 이명박 대통령이 실물 경제를 잘 아는 대통령 아닌가. 그래도 소용 없나?

노선희 : 경제 대통령이라고 해서 저희(중소기업인)들도 나름대로 기대를 했는데, 우리가 살림을 잘 못한 것은 아닌 것 같고, 세계적인 경제 흐름 때문에 영향이 큰 것 같다.

고성국 :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초과이익 공유제가 나왔는데, 정부는 미온적이고 대기업은 아예 비협조적이다, 이런 상황, 어떻게 보나? 대기업이 왜 그렇게 소극적일까.

노선희 :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상황을 이해해주기 보다는 본인들, 대기업 본인들의 이익만 추구해가는 것 같다. 너무 근시안적이다. 저희의 경우 소재 개발을 하는데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린다. 끊임없이 연구개발비 투자를 해야 하는데, 대기업에 다니면서 '이런 기술을 개발하는데, 같이 투자하고 기술을 공유하면 어떻느냐'고 해 봤다. 그런데 대기업의 반응은 '우리가 그 기술을 사면 되지'라는 반응이다. 얻어낼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를 보지, 기술 개발을 위한 장기 투자는 꺼린다. 저는 피부로 정말 많이 느끼는데, 제가 (제조)하는 소재는 정말 중요한 첨단 소재다. 전략 물자로 지정이 돼 있는데, 미사일 노즐, 비행기 브레이크 등에 들어가는 대체 소재다. 전기 자동차 핵심 소재 등이다. 그런데 대기업에서는 투자하기보다 '외국에서 수입해서 하면 되지' 이런 단순 개념으로 접근한다.

고성국 : 전공은 무엇인가?

노선희 : 전공은 조금 다르다. 미술인데, 미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런 첨단 소재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꼭 전공 따라 가나? 이건희 회장이 전공 따라서 대기업 회장 하는 것인가. (웃음)

고성국 : 대학에서 미술 전공했고 바로 창업한 것은 아니지 않나. 중간에 뭘 했나?

노선희 : 미대를 졸업하고 처음에 입사한 회사가 디자인 회사였다. 5년 정도 하다가 대학에서 배운 공부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본에 공부를 하러 갔다. 건축 인테리어 쪽 공부를 하다가 제 남편의 직장이 포항으로 결정돼 함께 포항으로 들어왔다. 포항은 제가 공부한 것을 써 먹는데 좀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키우다가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 모 대기업 건설회사에서 연고지 근무가 가능한 과장 공채 광고가 났다. 우연치 않게 봤는데, 서울 공모가 아니고 지역별 공모였다. 저 정도면 내가 전공을 살릴 수 있겠다고 봤다. 93년에 대기업 근무를 6년 정도 했고, 그만 두고 내 사업을 하기 시작했다.

고성국 : 다양한 경험을 한 것 같다. 미술 전공에, 회사원에 주부에, 사업에, 파란만장하다. 대기업의 속성도 알고, 중소기업의 어려움도 알고, 주부들의 어려움도 알고 그럴 것 같다. 포항이 고향은 아닌가?

노선희 : 포항이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사실상 제 고향이다.

고성국 : 사투리를 안 쓰니까, 유권자들이 포항 사람 아니라고 느끼지 않나?

노선희 : 조금 변화하고 있다고 느낀다. 포항에 왔을 때 초기에는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인 부분을 느꼈는데, 많이 바뀌고 있다. 제가 현장에 들어가 인사하면 아주 간혹 '왜 사투리 안 쓰나. 고향이 어디냐'는 말씀 하시는 분도 있지만, 사실 포항은 원주민이 15%고 외지인이 많은 곳이다. 포항, 울산 등 대부분 공업도시들이 그렇다.

▲ 노선희 예비후보와 고성국 박사 ⓒ프레시안(박세열)

"박근혜가 대통령 돼야 MB 정부 제대로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고성국 :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떻나?

노선희 : 박근혜 비대위원장에 대한 평가라든지 인식은 나쁘지 않은데, 아직은 대통령의 고향이고, SD의 그늘이 있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호감을 보이는 것을 많이 느끼지 못했다.

고성국 :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세종시 등으로 싸웠다. 그러면 포항은 이명박 대통령을 응원했나?

노선희 : 아무래도 포항은 그렇죠.(웃음) 그런데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

고성국 : 한나라당 박근혜 위원장을 지지하는 쪽으로 분위가가 정리가 되고 있는 중인가?

노선희 : 그런 것 같다.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이다. 여기에는 다 같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이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을 해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민심도 있다.

고성국 : 박근혜 위원장 말고 이야기되는 정치인은 없나?

노선희 : 포항에서는 그렇다. 한나라당 색이 다른 도시에 비해 강한 곳이다.

고성국 : 박근혜 위원장과 인연이 있나?

노선희 : 개인적으로 안다. 박근혜 위원장이 고등학교 8년 선배다. 성심여고인데 학생 수가 적었다. 그래서 박근혜 선배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해 줬다. 선생님들이 '너희들의 고등학교 선배' 박근혜 위원장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찍 와서 바닥 걸레질도 하고, 대통령의 딸인데도, 선생님들을 통해 후배들에게 얘기들이 전해졌다. 선생님들이 입이 마르게 칭찬을 했던 기억들이 난다. 학교에서는 항상 낮춰라. 겸손해라. 어려운 사람을 도와라, 이런 것들을 배웠던 것 같다.

고성국 : 안철수 교수 얘기는 안 하나?

노선희 : 젊은 사람들은 얘기한다. 시장에 인사를 드리러 다니고 하면 확연하게 드러난다. 젊은 세대는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 굉장히 심하고 명함도 안 받으려고 한다. 그런데 나이 드신 분들은 '무조건 한나라당 공천만 받으면 찍는다'고 한다. 후보를 보더라도 당을 먼저 본다.

고성국 : 젊은 층과 대화 노력을 많이 해봤나. 대화는 되나?

노선희 : 저는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또 제 아이들이 그런 세대다. 노력하면 젊은 층도 만날 수 있고, 대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고성국 : 그런데 왜 한나라당은 그 노력을 안 하나?

노선희 : (웃음) 안타까운 부분이다.

고성국 : 안철수에 대한 얘기도 젊은 층 일부 빼고 별로 안 한다?

노선희 : 그렇다.

"경북 유일 여성 후보, '나를 따르라' 아닌 소통 정치 할 것"

고성국 : 결국 포항 지역에서는 누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후보가 많나?

노선희 : 그렇다. 무주공산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고성국 : 여성 후보는 유일한가?

노선희 : 그렇다. 포항 뿐 아니라 경북 지역에서는 제가 유일하다. 대구 쪽은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에서 네 명 정도 후보가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고성국 : 우리나라에서 정치문화가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경북 지역에 여성이 지역구 출마를 한다는 것,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현장에서 뛰면서 여성으로써 느끼는 것이 있나?

노선희 :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제가 느끼기는 한다. 그러나 지금은 여성 후보, 이런 것을 따지기에, 일단 선거 분위기 자체가 형성이 안 돼 있다. 올 4월에 선거가 있다는 데 대해 지역민들은 아직 관심이 없다. 제가 여성 후보라고 말씀 드리고 인사를 해도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분도 있다. 인사 끝나면 남편 대신에 온 줄 안다. 이게 저다. 하고 대놓고 하면 깜짝 놀란다. 박근혜 위원장이 한나라당 전면에 나서고 야당에서도 한명숙 대표가 나오면서 지역에서도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는 있는데, 아직은 체감이 힘들다.

고성국 : 18대 국회 대구 경북 지역을 통 털어서 여성 지역구 정치인은 박근혜 위원장 한명 뿐이다. 여성 후보 가산점 주는 문제가 중앙당에서 논의되고 있다.

노선희 : 왜 차별하나. 저는 당당하게 가고 싶다. (웃음) 여성 CEO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있었고 논의되고 있는데, 여성이 정치에, 특히 제조업 분야에 있는 저 같은 여성이 뛰어드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러나 그게 오히려 차별 아닌가. 경북 지역에서 유일한 여성 예비후보다. 지역에서 제 주변 지인들이 '왜 이렇게 무모한 도전을 하느냐' 하면서 말린 분들도 많았다. 비례대표를 준비하지 그러느냐는 말도 있었는데, 어차피 지역구에 도전할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아예 지역구로 방향을 잡았다. 막상 부딪혀 보니 생각한 것보다 저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도 많다. 새롭다. 신선하다. 참신하다. 기존 정치인과 차별화된 모습이 기대된다고 하는 분들도 많다.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소통과 공감 속에 대화를 하다보면, 부족한 면도 풀리지 않을까. 출마를 결심하기 잘한 것 같다.

고성국 :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노선희 : 이상득 의원의 큰 결단으로 포항 지역은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희망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제가 그 공간에 들어가 포항 지역 분들을 위해 새로운 정치를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제가 아직까지는 경북의 첫 여성 후보다. 남성 위주의 정치가 갖는 부족함이 있을텐데, 여성으로서 지역민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친구 같은, 아내이자, 엄마 같은, 딸이자 며느리 같은 정치인이 되고 싶다. 또 포항 지역에도 많은 다문화 가정과 새터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이 안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가 2세 교육 문제다. 모든 부모들이 자식의 교육에 어려움을 안고 있지만 특히 다문화가정의 경우에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더욱 필요하다. 앞으로 농촌 지역의 다문화 가정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다문화 가정의 부모들이 교육 등의 문제에 부담 없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나라당 김상훈 예비후보>

김상훈 예비후보는 대구 서구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고,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33회 출신으로 대구시 경제산업국장, 기업지원본부장, 경제통상국장을 지낸 '대구통'이다. 미국 오레곤대학교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받았다. 서울 지역에서 주로 활동한 이른바 '서울TK'와는 결이 다른 '토착TK'라고 한다. 박근혜 위원장의 측근이고, '친박계 좌장' 홍사덕 의원이 있는 대구 서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 대구 서구에 출사표를 던진 김상훈 예비후보 ⓒ프레시안(박세열)

"'한나라당 안 찍을 것'이라는 시민, 분명 늘었다"

고성국 : 최근에 김종인 비대위원과 원희룡 의원, 이근식 교수, 안상훈 교수 등이 집담을 했는데 이근식 교수가 '한나라당이 좋은 야당을 하는 것도 정치 발전을 위해 좋은 게 아닌가'라는 얘기를 했다. 그만큼 한나라당에게 현 상황이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느끼는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 온기가 남아 있나?

김상훈 : 제가 출마하고자 하는 대구 서구는 상당히 보수적인 곳이다. 연령별로 나뉜다. 50대 이상 분들은 한나라당이고 30대, 40대는 한나라당에 대해 부정적인 정서가 의외로 상당히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분들은 직접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팍팍한 세상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이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있다는 실망감, 분노가 많다. 사실 20대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고성국 : 서구는 대구에서 구도심에 해당한다. 상대적으로 고연령층 유권자들이 많다. 20대, 30대 젊은 층은 생활 문제 때문에라도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에 비판적이라고 했는데, 그 사람들이 한나라당 안 찍을 것 같나?

김상훈 : 부정적인 정서는 굉장히 강한데,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그 지역은 다시 한나라당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고성국 : 이명박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가진 분들도 '대통령은 박근혜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한나라당을 한번 더 믿어줄 수 있다는 것인가?

김상훈 : 그런 분위기다. 조금 전에 '한나라당이 좋은 야당 하는 것도 좋다'고 했는데, 그런 것은 한나라당이 어느 정도 자초했다는 것을 다들 느끼는 것 같다. 일반 중산층 서민들이 느끼는 한나라당은 기득권 정당, 고위층 정당, 부자 정당 이렇게 인식이 돼 있다. 살림살이가 팍팍하다고 느끼는 그런 중산층, 서민 계층이 이명박 정부에 뭔가 기대를 많이 했는데, 변한게 별로 없다. 그런 점 때문에 '한나라당은 아닌 것 아닌가'라는 분들이 꽤 많아졌다. '나는 한나라당은 절대 찍지 않기로 했다'고, 일언지하에 밝히는 사람도 만나봤다. 전통적인 보수 성향의 서구 지역에서도 그런 게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은 심각하게 봐야 한다.

고성국 : 이명박 정권이 TK 정권 아닌가. TK 분들은 '우리 정권이다' 하는 생각이 강하지 않나?

김상훈 : 서울에 있는 분들과 지역에 있는 분들을 나눠서 봐야 할 것 같다. 대구 경북 출신으로 서울에 있는 분들은 중앙 정부, 공기업, 의정 활동 하는 국회의원은 TK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많은 혜택을 받아온 분들이다. 그런데 혜택을 받은 분들이 정작 지역을 되돌아보는 관심은 많이 약한 것 같다. 정권이 키워준 인물들인데, 의외로 출세 가도를 달린 분의 지역에 대한 관심, 애정은 많이 부족하다. 언론 뿐 아니라, 서민층 사이에서 그런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토착TK'를 키워야 하지 않나 하는 얘기들도 한다.

고성국 : 그 지역이 강재섭 전 대표가 4선 의원을 한 곳이다. 그런데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 분당에 출마하면서 자기는 '분당 토박이'라고 했다. 서구 주민들이 서운해 하고 실망하고 화도 냈다는데?

김상훈 : 화가 나셨죠. 할머니들이 올라와 데모도 했다. 대구가, 서구 지역 주민들이 들러리냐는 것이다. 사실 강재섭 전 대표는 서구에서 배출한 걸출한 정계 거물이다. 서구 지역 주민들은 '우리가 당선시켜준 사람이다'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지역에 뭔가 보탬이 되는 활동이 많이 부족해서 여전히 어렵고 낙후됐고, 다른 데보다 발전 속도가 더뎠다. 그런 배신감이 있던 차에, 분당 보궐선거에서 '분당 15년 토박이'라고 하니까 지역 주민들이 격노하신 것 같다. 그 감정이 현역 의원에 대한 서운함으로도 전이되고 있는 것 아닌가.

고성국 : 현재 홍사덕 의원이 현역 의원인데, 홍 의원에게도 그런 느낌을 갖나?

김상훈 : 분위기가 그렇다. 서울에 계신 분은 잘 못 느끼는지 모르겠으나, 유명한 정치인이지만 지역을 돌아보는 애정, 스킨십이 부족한데 대해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다. 특히 최근에는 골수 당직자들 중에서도 그런 섭섭함을 표명하는 사람이 많다.

고성국 : 큰 정치인은 지역에 머물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지 않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예전에 부산서구 지역 국회의원이었다. 그런데 선거 때도 전국 유세 다니느라 지역구에 잘 못 내려갔다. 그래도 서구 분들이 김 전 대통령을 지지해주고 그랬다. 큰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상훈 : 대구 지역 시민들이 대구 경제가 낙후됐다고 느낀다. 정권을 창출한 지역인데,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한다. 유명한 정치인들이 서구에서 활동하지만, 국회의원을 당선시켜준 지역민들의 마음은 '국가 발전과 함께 지역 발전도 돌아봐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서운한 감정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지방이 지금 먹고 살기 어렵다. 수도권의 경제 집중을 지방이 뛰어넘을 수 없다. 지금 지역민들은 지역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주문을 많이 한다.

"MB의 부족했던 부분, 박근혜가 채울 수 있을 것"

고성국 :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 진다는 얘기가 많다. 대구 분들은 어떻게 보나? 대구 경북에서 야당이 얼마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을까?

김상훈 : 한나라당의 1당 구도에 식상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한 지역구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사람이 선출되기 때문에 금년 총선에서도 무소속은 모르되 야당에서 의석을 가져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고성국 : 야당 정치인 중에 대구 출마를 선언한 민주통합당 김부겸 최고위원은 떨어질 가능성이 큰가?

김상훈 : 참신성을 높이 평가하는 분들이 많지만, 수도권 지역에 몸담고 있다가, 갑자기 이쪽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이라고 보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전체적으로 한나라당에 부정적인 정서가 있지만 대세는 박근혜 위원장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당선은 어렵지 않겠나.

고성국 : 한나라당이 분열하면 어떻게 되나, 공천 불복 등으로 무소속 출마가 속출해 지역별로 3파전, 4파전이 되면 민주통합당이 몇 자리라도 할 가능성이 없나?

김상훈 : 솔직히 말하면 그것조차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분열이 된다고 치더라도 대구 경북 지역 정서는, 우리 지역을 대표해서 앞으로 대권을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인 박근혜 위원장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 저는 그렇게 본다.

고성국 : 그만큼 박근혜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다?

김상훈 : 그렇다.

고성국 : 실제로 박근혜 위원장이 대구를 많이 찾아 시민들을 만나거나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대구 시민들은 왜 박근혜 위원장을 좋아할까?

김상훈 : 표현하기 어려운 정서라고 본다. 대구 지역 주민들에게는 박근혜 전 대표가 가진 특유의 소신, 담백한 결단이라든지 하는 부분에 대한 신뢰감이 있다. 그 다음,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대표적인 지도자, 그런 이미지가 오버랩 돼 있는 것 아닌가.

고성국 : 대구 지역 분들이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이 되면 살기 좋아진다고 생각하나?

김상훈 : 기대를 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 지역의 여러 어려움에 대해 다른 사람보다 많이 헤아려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도 나름대로 지원을 받고자 했지만 부족한 게 있으니, 그 공간을 박근혜 위원장이 채워줄 것이라고 본다.

고성국 : 안철수 교수에 대한 얘기가 지역에서 많이 나오나?

김상훈 : 나온다.

고성국 : 뭐라고 하나?

김상훈 : 힘든 토너먼트를 거치지 않고 결승전에 부전승으로 올라가 있는 느낌이라는 것이 제 생각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갖고 있는 소신을 높이 평가하는 분도, 최근 살림살이가 안 좋아지면서 안철수 교수 등 제 3의 인물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는 있다. 그러나 이 세계는 현실적으로 정치적 훈련과 혹독한 검증 과정을 통해 올라서야 하는 세계다. 안철수 교수가 존경받을만한 분이고 능력 있는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런 (정치인이 되는) 과정을 통해서 인정받아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지 않겠나.

고성국 : 같은 정치 신인이 하는 얘기니 안철수 교수가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문재인, 김두관에 대한 얘기는 대구 경북 분들은 안 하나?

김상훈 : 상대적으로 그 분들에 대한 논의는 적은 것 같다.

고성국 : 관심이 없는 것인가. 잘 모르는 것인가.

김상훈 : 관심이 떨어진다고 봐야죠. 앞으로 한국 정치에서 필요한 것은 어떤 (유력 주자의) 이름이 아니라고 본다. 그 사람이 뭘 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자질을 가지고 있는가, 이런 질문이 필요하다. 어느 한 쪽에 대한 실망감의 반대급부로 다른 한 쪽을 지지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이번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실망감, 분노의 반대급부로 다른 쪽에 기대감이 쏠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이 필요하다. 100% 만족시키는 정책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한 쪽이 정책을 펴다가 잘 안됐다고 한다면, 등은 돌릴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쪽의 후보자, 기대주가 그럴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 이런 부분은 따져봐야 한다.

고성국 : '반노무현'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을 찍고, '반이명박' 때문에 야당 누구를 찍고 하는 것은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상훈 : 그렇다. 베일에 가려진 후보, 그런 신비감이 정확한 판단을 흐리는 것 아닌가. 세계사에서 대한민국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직면해 있는데, 어떤 검증과 논의 없이 지금 정부에 대한 실망 때문에 '이 사람이다'라고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 김상훈 예비후보와 고성국 박사 ⓒ프레시안(박세열)

"대구, TK 출신 잘난 관료들 있는데 발전은 답보"

고성국 : 대구 경제가 어렵다고 계속 말씀하셨다. 서민들이 어렵다는 것인데, 따지고 보면 박정희 정권, 전두환, 노태우 정권 등 30년 간 사실상 TK 정권들이었지 않나. 다른 지역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일 수 있다. 실제로 왜, 얼마나 어렵나?

김상훈 : 경제 지표상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가 있다. 그게 14년, 15년 째 전국 최하위다. 내륙 지역의 한계이기도 할 텐데, 부가가치를 크게 생산할 수 있는 대기업의 부재, 이런 것도 있는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 1인당 GRDP는 신뢰할만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놓고 보면 서울은 부동의 경제 도시다. 수도권 인구가 과밀화되면서 인천은 비약하고 있다. 대전은 중부권에 위치해, 세종시라든지, 정부청사가 운집한 지역이고 정부 R&D 예산이 운집한 곳이다. 부산은 바다를 끼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가운데 기회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광주, 대구 쪽은 내륙이기도 하거니와 특별한 정부의 지원이 없었던 지역 아닌가. 특히 대구는 정말 잘난 관료, 정치인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답보상태다. 인구도 정체 상태에, 오히려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자존심 강한 대구시민들이 거기에 대해 상처를 많이 받고 있다.

고성국 : 대구 중에서도 서구가 특히 낙후된 곳인가? 책을 내셨는데 제목이 '서구는 섬이다'이다.

김상훈 : 그게 서구 주민들의 느끼는 정서일 수 있다. 서구는 옛날에는 대구의 중심이었다. 지금 현재는 집값이 높게 형성돼 개발 사업에 용이하지 않은 지역이다. 게다가 시 외곽 지역이 발전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개발 사업을 많이 놓쳤다. 서대구공단 등 좋은 개발 사업의 핵심 공간이 될 수 있는 지역인데, 그런 기회를 상실한 곳이다. 전체로 보면 아파트, 지하철, 도시가스, 이런 공급이 많이 부족하다. 젊은 주부들이 애를 데리고 들어왔을 때 살만한 여건이 못 된다는 것이다. 취학 이전에는 어린이집에 맡겨놓았다가, 취학 연령이 되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곳이 서구다. 복지예산도 많이 필요한 곳이다. 개발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점점 슬럼화되고, 악순환이 일어나는 곳이다. 새벽에 시장에 나가서 주민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서구에서 삶이 어떻나'라고 물으니, '서구는 소외돼 있잖아요. 지하철도 안 다니고'라고 하더라. 그게 서구 사람들의 정서다.

고성국 : 그런데 대구시 경제국장을 했다. 시장을 지내지 않아서 묻기가 좀 그렇긴 하지만, 서구의 낙후된 상황에 대해 김상훈 예비후보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대구시 고위 공무원을 지냈는데?

김상훈 : 저도 반성을 해 본다. 그러나 제가 담당한 것이, 미개발 지역 사업 개발이었다. 이를테면 달성군에 대규모 국가 산업단지를 만든다든지 하는 것이다. 신규로 조성되는 산업단지도 개발이 안된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시 외곽 지역을 찾아다녔다. 그런 사업을 하다가 이 쪽 서구에 와 보니, 구도심의 개발 사업의 성공 모델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고성국 : 대구시 경제국장이면, 안정적인 직장 아닌가. 그런데 사직하고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지역 사회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있었을 것 같다. 왜 그랬나?

김상훈 : 지역에서 개발 사업을 많이 했다. 특히 국가 산업단지 등, 열매를 맺으면 좋은 파급효과를 가져올만한 사업들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서구 지역에 오니까 나름의 '오기'가 생겼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인데, 방치됐다. 이 지역의 유명한 분들의 무관심도 느껴졌다. 내가 했던 일들을 여기에 접목시키면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름대로 진정성,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고 있다. 내가 도전해 서구 발전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도 받아보고 싶다. 대구시 경제국장을 거쳤으니 국회의원이 되면 대구시와 협력을 잘 할 수 있다.

고성국 : 지역 현안 하니까 생각난 것이, 동남권신공항 사업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백지화했다.

김상훈 : 절체절명의 사업이다.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으로 보고 있다. 최근 IT 관련 전자 정밀 부품 무역은 주로 항공 화물을 통해 90%를 소화하는데, 지금은 인천공항을 통과할 수밖에 없다. 대구 인근 업체들이 바이어들과 접촉할 수 있는 편의성을 봐도 동남권 신공항은 필요하다. 통상적인 비즈니스 관행을 보면 인천에 도착해, 대구로 내려와 시찰하고, 계약하고 하는 등, 수출입 기업들이 부담을 느낄만한 부분이 있다. 동남권 신국제공항은 편의성의 문제라기보다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본다. 실제로 그렇다.

"MB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퇴임후 고향에서 박수는 받지 않겠나"

고성국 : 정치판에 들어온 지 얼마 됐나?

김상훈 : 12월에 사직서를 냈기 때문에 지금 만 두 달 됐다. 아직까지 한국 정치판에 신인이 출사표를 던진다는 데 있어서는 상당한 각오와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고성국 : 그래서 많은 시민들이 공천 과정에서 좌절을 겪기도 한다. 김 예비후보는 공천을 받아 총선에 나가 이기겠다는 필승 전략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것인가?

김상훈 : 솔직히 저는 공천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자치단체가 중앙정부 정책의 종합 실험장이다. 그 현장에서 제가 경제국장만 4년 반 했다. 전국 최장수 경제국장이다. 그 자리가 바람을 많이 타고, 다들 힘들어하는 자리다. 조금만 잘못하면 바뀌는 자리다. 저는 그 자리에서 금융위기도 겪으면서 중산층 서민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이해하게 됐고, 체득하게 됐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지금 중산층 서민의 민심 이반을 극복해나가고자 한다면, 저 같은 사람이 일조할 수 있지 않겠나.

고성국 : 정치 멘토가 있나?

김상훈 : 예전에 모시던 문희갑 전 시장님이 있다. 개인적인 자리에서 저에게 덕담이나 조언을 해 주시곤 한다.

고성국 : 시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하나. 어떤 것을 느끼는 것 같나?

김상훈 : 저는 공직에 있다보니, 이명박 대통령의 덕을 많이 봤다고 느낀다. 피부로 느낄만한 도움은 아닐 수 있지만, 그 분이 이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중앙 정부에 가서 여러 가지 설득 작업 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데 든든한 배경이 됐었다고 본다. 동남권 신공항의 경우에 대해서는 공약인데 실현하지 못해 안타까워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그 때 당시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전체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론이 있긴 하지만 대구 경북 사람들은 그래도 따사로운 눈길로 지켜보고 있는 것 아닌가.

고성국 : 퇴임 후라도 고향에 내려오면 따뜻하게 박수를 쳐 주고 격려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인가?

김상훈 : 그럴 것이다. 대구 경북 사람들의 심성이 그렇다. 고향 분이고, 또 어찌됐든 그 자리에서 5년간 국정을 수행했다는 자체는 고생을 많이 한 것이니까.

고성국 :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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