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정말 강고한 한나라당 성향의 PK 민심에 균열이 가고 있는 것일까. 4.11 총선에 출마하는 두 사람을 만났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검찰을 생각한다>는 책을 출간한 민주통합당 김인회 예비후보, 김두관 도지사와 함께 경남도정을 이끌었던 정무부지사 출신의 통합진보당 강병기 예비후보다. 김 예비후보는 부산의 '정치1번지'로도 불리는 연제구에, 강 예비후보는 '디도스 파동'의 진원지인 무소속 최구식 의원 지역구의 옆인 경남 진주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편집자
김인회 "부산이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김인회 예비후보는 부산에서 태어나 동래고등학교를 나왔다. 그가 출마하는 연제구는 과거 동래구에 포함된 곳이었다. 64년 생인 김 예비후보는 사시 35회 출신으로 2000년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수석사무차장을 지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들어 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 사개추위 기획추진단 간사로 활동했고,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냈다.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으로 활동했고,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다.
▲ 김인회 예비후보 ⓒ프레시안(최형락) |
고성국 : 부산 지역에서 야권의 목표가 어떻게 되고, 어느 지역을 유력하게 보나?
김인회 : 과반을 얘기한다. 9개 정도다. 이른바 '낙동벨트', '서부벨트' 쪽이다. 중앙에는 부산진갑, 부산진을, 그리고 제가 출마할 예정인 연제, 일단 그 정도로 본다.
고성국 : 목표치가 가능하다고 보나?
김인회 : 부산이 3당 합당 이후 20년 동안 1당 체제가 이어져 왔다. 1당 체제라는 것은 부산에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새마을운동중앙회, 자유총연맹 등 관변단체가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통해 과반까지 당선시키기에는, 목표는 하지만 물론 힘든 상황이다.
고성국 : 실질적 목표가 궁금하다. 전략상 얘기를 못할 수도 있겠지만, 관찰을 하는 제 눈에 보기에 실제 목표는 '문재인 당선'에 있을 것 같다. 다른 곳 다 떨어져도 문재인만 당선시키면 일단 힘은 받을 수 있지 않나. 대선까지 바람을 몰고 갈 수 있지 않을까?
김인회 :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부산의 변화와 관련해 이미 35% 이상, 최대 44%, 45%까지는 (야권지지 유권자의 증가가) 증명이 된 것이다. 그 정도를 넘어서는 의원의 배출에 (목표가)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당선은 당연한 것이고, 몇 개 지역에서 낙동 벨트나 서면, 연제에서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해야 (대선 관련 유리한) 구도가 완성될 것이다.
고성국 : 이른바 '문성길(문재인, 문성근, 김정길)'이라 불리는 유력주자들이 부산의 중심부를 피해가는 것 아닌가?
김인회 : 피해간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일단 교두보 마련을 해야 한다. 낙동강 쪽이 부산의 변화를 먼저 몰고 올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고성국 : 부산이 농촌 지역과 달리 특별한 연고를 따지기 어렵다고 하지만, 문재인 이사장이 출마하는 사상구에 연고가 있는 것은 아닐 것 같고, 문성근 예비후보가 출마하는 북강서을 지역에 연고가 있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낙동벨트'라고 포장하지만 상대적으로 조금이라도 득표를 많이 할 수 있는 곳, 당선 가능성 높은 곳에 전략적으로 두 사람을 배치한 것 아닌가?
김인회 : 두 가지가 있다. 지역구의 선택이라는 것은 전체 구도를 놓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후보가 가진 브랜드 파워와 지역구의 관계다. 지금 현재는 낙동벨트 등 서부산이 전체 구도에서 먼저 부각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성국 : 김 예비후보는 출마하려는 연제구와 인연이 있나?
김인회 : 동래고등학교를 나왔다. 예전에 학군이 연제구를 포함한 동래구였는데 동래구에서 초중고를 다 나왔다. 이후에 (동래구에서) 연제구가 분구가 됐다. 아직도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연제에 많이 산다. 연제는 부산에서 시청, 법원, 경찰청 등 행정 기관이 모여 있는 행정의 중심지다. 부산에서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 민주 세력의 입장에서 볼 때 어려운 곳이지만 문재인 이사장을 포함한 부산 지역 민주 후보들과 함께 하면 (당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고성국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는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김 예비후보는 그 동안 활동을 수도권에서 했다. 30년 만에 고향에 내려가 출마를 했다. 기대도 있겠지만, '당신이 뭔데' 하는 것도 있을 것 같다.
김인회 : 첫째 지역 주민들에게 알려진 친밀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게 문제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어색한 측면이 있다. 첫 번째 한계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두 번째 저는 활동의 베이스가 지역단위가 아니었다. 민변(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활동을 했고,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있었다. 전국적인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해 왔고, 그런 부분에 대한 어색함도 있다.
고성국 : 이번 총선은 수도권 전선과 PK 전선, 두 개의 전선이 중요하다고 본다. 전선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나?
김인회 : 선거는 후보로 귀결된다. 왜 부산인가,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다. 첫째, 부산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 부산은 지금 침체 일로에 있다. 인구 감소는 극심하다. 2005년 기준으로 352만에서 2010년 기준으로 341만 명이 됐다. 노령화 지수는 전국 7대 도시 중 가장 낮다. 출산율은 16개 시도에서 최하위다. 평균 수명은 2008년 기준으로 78.8세다. 서울이 81.7세다. 서울보다 3년 덜 사는 것이다. 3당 합당 이후 한나라당의 획일화된 정치세력이 부산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부산은 서서히 추락하고 있다. 부산이 변하려면 부산의 신진 정치 세력이 새로워야 한다. 능력 있는 후보를 중심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 부산 시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해결책은 기존의 '개발강박증'이 아니다.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풍요롭고 따뜻하고 품격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부산이 변하면 한국이 변한다. 한국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를 해소하고 정치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PK지역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당선 가능성과 별개의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사랑하는 고향 부산이 더 이상 추락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 어려울 때 출마해 부산을 바꿔보려 했는데 안된 그룹들이 있다. 각자가 가진 장점을 어필하면서도 힘을 모아 돌파하는 게 필요하다. 조그만 힘이라도 하나로 모아야 하고, 모아진 힘을 바탕으로 본선에서 싸울 힘을 만들어야 한다.
▲ 부산이 변하면 한국이 변한다. 한국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를 해소하고 정치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PK지역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프레시안(최형락) |
김인회 :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 새로운 민주정부에 대한 갈망의 바람이 불면서 아주 좋은 후보들이 여러 군데 배치돼 바람이 불도록 하고, 후보들이 좋은 모습으로 단일화 하고, 공동의 선거 캠페인을 하면 과거와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만들어야 한다.
고성국 : 2004년 탄핵 정국에서 노무현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대거 부산에 출마한 적이 있지만 조경태 의원 빼고 한 석도 건지지 못했었다. 그 때도 열린우리당 바람이 만만치 않았다. 지금 사정과 비교하면 어떤가?
김인회 : 당시 선거는 탄핵 때 정점을 찍은 후 (지지율) 그래프상 내려오는 시점에 선거가 있었다. 탄핵 정국의 힘이 빠져나가고 한나라당이 급속히 박근혜 체제로 재편되면서 개혁 공천을 해 냈었다. 우리가 자살골을 안 넣는 게 중요했는데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의 어르신 폄하 발언 등) 결정적인 자살골이 있었다. 지금은 '그래프상' 상승세다. 조금 다른 점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성국 : 문재인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인식은 어떻나. 대선 주자로 보나?
김인회 : 함부로 말은 못하겠는데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고성국 : 유력하다고 보나?
김인회 : 글쎄, 그것은 잘 모르겠다.
고성국 : 선거 결과가 중요하겠다. 선거에서 이기면 유력한 대권주자로 치고 올라갈 수 있겠고, 여기에서 지면 대선 출마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인회 : 문재인의 개인 성패도 크지만 PK에서 의미 있는 의석수가 안 나오면 대선 구도가 흔들리기 때문에 어려워질 수 있다.
고성국 : 문 이사장과 책도 함께 썼다. 가깝나?
김인회 : 그렇다. 민변 때부터 같이 일을 했다.
고성국 : 문재인은 어떤 사람인가?
김인회 : 젠틀하다. 원칙주의자고 고집도 있다. 일을 굉장히 잘한다. 상하 관계(청와대 비서관으로)에 있을 때 보면 밑에 사람 얘기를 잘 듣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의 주장을 명확히 편다. 제가 겪은 일 중 하나를 소개하면, 국회에 보고를 하러 갈 일이 있었다. 보통 총무실에서 정리를 하는데, (보고하다가) 막히면 담당 수석이 답을 하는데 문재인 실장은 그렇지 않았다. 다 파악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국회의원들의 부당한 질문, 의견 표명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명확하게 얘기하고, 정정을 요청하더라. 당당할 때는 당당하다. 배석하는 아래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믿음직한 장수로서 모습을 보여줬다.
고성국 : 책 소개를 좀 해달라.
김인회 : <검찰을 생각한다>다. 책을 보면 알겠지만 내용이 쉽고 인간적으로 호소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고등학교를 바로 마친 친구들이나 대학 1, 2학년은 읽기에 다소 어려운 책이다. 굉장히 쉽게 쓰려고 노력했지만. 참여정부가 했던 수많은 개혁 작업 중 검찰 개혁이 있었다. 한편으로 검찰 개혁이 잘 안됐다는 비판이 많고, 한편으로는 검찰 개혁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제언들도 있었다. 그런 것을 정리한 것이다.
고성국 : 검찰에 찍혀서 어떻게 하나. 겁 안나나?
김인회 : 겁은 안 난다. 사법 개혁을 할 때 이미 찍힌 것 같긴 하다.(웃음) 그래도 검찰과 (개혁 작업을 위해) 같이 일했던 변호사들이 '(검사들이) 나라를 망치려고 하는 놈들일 줄 알았는데, 같이 일을 해 보니 애국심도 있고,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알았다'는 얘기를 할 정도였으니 (개혁 과정에서 각을 세웠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안 되는 것이다.
고성국 :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부산에서 인식이 어떤가?
김인회 : 사람들이 많이 얘기한다. 굉장히 유명해졌다. 능력있는 CEO로 본다.
고성국 : 부산 사람들이 안철수가 부산고등학교를 나왔다고 알고 있나?
김인회 : 알고 있는 것 같다. 부산 사람으로는 알고 있다.
고성국 : 대통령 나오기를 바라나?
김인회 : 그것은 잘 모르겠다. 좋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 본인과 관련해 그런 얘기가 없고 하니 부산 사람들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고성국 : 박근혜에 대해서는 어떤가?
김인회 : 박근혜는 고성국 박사도 그렇고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도 얘기하지만, 굉장히 단단하다. 부산 사람들이 가진 그런 것(향수)도 있다. 동구청장 선거에서 박근혜가 내려올 때마다 여론조사 결과가 바뀌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산에서 박근혜에 대한 (긍정적인)인식은 강고하다. 나경원 후보가 출마하는 재보선 때 서울에 가면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는데, 부산, 경남에 왔을 때는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났다.
고성국 : 문재인과 친노 세력은 박근혜와 싸워서 이겨야 할 것 같다. 수도권과 양상이 다르다. 이길 수 있나?
김인회 : 이겨야죠.
고성국 : 필승 전략은?
▲ 불균형이 심각하다. 일당 체제의 대안으로 부산의 새로운 발전 방안과 관련해 비전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프레시안(최형락) |
고성국 :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해 부산 민심이 악화됐는데, 박근혜 전 대표는 선거 공약으로 재추진한다고 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 쪽(밀양 유치)인지, 부산 쪽인지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김인회 : '반MB'로 돌아서는 민심이 박근혜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의문이다. 박근혜 위원장은 MB와 계속 거리 두는 전략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어떻게 결정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으로 승부를 할 생각은 아니다. 네거티브로 한다고 해서 표가 될 것도 아니다. 정공법으로 간다.
고성국 : 그래도 부산 사람들이 대안 부재 때문에 한나라당 욕하고 이명박 정부 욕하지만 '야권이 대안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동구청장 선거에서 재미있게 본 대목인데, 누가 이런 얘기를 했다. '(프로야구) 롯데 못 한다고 싫어하는데, 그렇다고 롯데 응원 안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바꾸자'는 부산 시민들의 열망과 행동의 의지가 어느 정도 느껴지나?
김인회 : 김정길 전 장관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득표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풍요로움, 따뜻함, 품격, 참여, 이런 것을 전체 부산의 발전 방향으로 잡아야 하고, 그 중심에 제가 출마하는 연제구 뿐 아니라 부산 전체가 문재인 이사장과 함께 가야 한다.
고성국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인회 : 문재인 이사장과 저는 새로운 민주정부의 첫 개혁과제로 검찰개혁을 상정하고 있다. 책을 집필하면서 공유한 내용이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후퇴된 민주주의와 인권을 신속히 복원시키기 위해서는 공권력 행사기관의 개혁과 정상화가 필요하다. 핵심은 검찰이다. 검찰개혁을 시작으로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의 개혁이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경제민주화, 인권에 기초한 복지, 시민이 참여하고 함께 하는 남북관계 및 외교, 사회문제나 갈등의 참여적 해결 등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보장되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한 소통의 정치, 참여의 정치, 공개의 정치, 시민의 정치를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인권이 지금보다 훨씬 더 보장돼야 한다. 이러한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은 권력기관의 개혁으로 시작된다. 검찰 개혁은 대한민국 개혁의 출발점이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부산 시민들이) 부산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강병기 "부산경남에서 약진이 대선결과를 가르는 계기"
경남 진주을에 출사표 던진 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는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민주노동당 경남도지사 후보로 나와 김두관 현 지사와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 지사가 당선된 뒤, 부지사를 맡아 함께 '민주 도정'을 이끌어 왔다. 60년 생인 그는 부산대 1학년 때 부마항쟁에 참여했고, 이후 농민 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진주시농민회 사무국 국장을 시작으로 이후 전농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이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현재 그는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서부 경남의 유서 깊은 교육 도시' 경남 진주을에 19대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 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 ⓒ프레시안(최형락) |
고성국 : PK지역 민심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경남 지역 민심은 어떤가?
강병기 : 지난 지방선거 때 김두관 지사 당선이 보여준 게 압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김 지사님 개인적으론 세 번째 도전 만에 당선된 거긴 하지만, 그 전에는 꿈도 꾸기 어려운 것이었다.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쳐서, 6% 정도의 차이로 이겼으니 크게 이긴 거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방선거 때 (야권이) 창원에 9명인가 10명인가 출마를 시켰는데 도의원 포함해서 한 명 떨어지고 다 됐다. 전반적으로 지역 민심, 경남 지역만 해도 소용돌이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실망이 점점 깊어지고, 급기야 여러 가지 악재들이 겹치면서 지금은 총선에 출마하는 사람들도 한나라당 공천 신청을 해야 하나, 무소속으로 나가는 게 유리하나, 이런 걸 저울질 할 정도로 가고 있다. '반한나라당 정서'가 축적되고 있다.
고성국 : 한나라당 텃밭인데, 민심 악화의 특별한 계기가 있나?
강병기 : 정치적 연원이 있다. 원래 경남부산은 야권 지지성향이 강했던 지역이다. 그런데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정당과 3당 야합을 한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흐름 커지면서 여권지지 성향으로 바뀐 거다. 그게 지속이 되다가 지금 다시 (원상태로) 회복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부산도 보통이 아니지 않나.
고성국 : 경남에서 소위 '김두관 파워'는 어떻나? 도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강병기 : 사실 김 지사가 당선된 후에도 조심스러운 게 있었다. 도의회가 압도적 다수의 한나라당으로 구성돼 있다. 지역 정서나 정치 정황이 대체로 한나라당 성향이 커 매우 조심스럽게 출발했다. 처음에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바짝 긴장을 했었다. 4대강 사업 등으로 중앙정부와 부딪히고, 정책을 내놓으면 한나라당 도의원이 태클을 걸고 해서 도민들이 '이게 제대로 되겠냐'는 걱정을 했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됐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지만 김두관 지사가 차기, 혹은 차차기 대권 후보군의 반열에 오르지 않았냐고 할 정도니까. 지금은 한나라당 인사들이 김 지사를 굉장히 경계하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고성국 : 야권 성향의 지사고, 시장들은 한나라당인데, 경계한다기보다 김 지사가 포위된 상황 아닌가?
강병기 : 기초단체장은 압도적 다수가 한나라당이고, 도의회 59명 중 38명이 한나라당이다. 기본으로 정치 상황 자체가 한나라당에 포위된 형국에 다름 아니다. 김 지사 본인이 갖고 있는 개혁적 마인드가 있다 치더라도 그것을 조율해서 접근갈 수밖에 없는 한계도 분명 있다.
고성국 : 최근 안철수 원장 얘기가 많이 나온다. 문재인, 안철수에 대한 PK 지역 민심은 어떻다고 보나?
강병기 : 제가 사는 진주는 아직도 상당히 보수적이다. 특별히 그 분들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안철수 돌풍 등을 보면 그런) 국민들의 마음이, 기성정당과 정치에 대한 환멸때문에 나온 거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여나 야나 다 별것이냐'는 민심, 그런 걱정은 있다.
고성국 :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인식은?
▲ 정권교체까지 내다봤을 때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야권의 약진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대선 결과를) 가르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고성국 : 경남 지역의 경우 지방선거에서 모범적으로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 내년 총선을 앞둔 지금 경남 지역 야권 상황은 어떤가?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을까?
강병기 : 이번 총선에서 부산경남지역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정권교체까지 내다봤을 때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야권의 약진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대선 결과를) 가르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부울경의 의석이 41석이다. 지난 총선에서는 5석을 차지했었다. 한나라당이 압도적이었지만, 현재 많게는 15석을 목표로 한다. 3배 이상으로 약진을 하도록 뛸 것이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런 식으로 수도권 민심에 부울경 민심까지 뒷받침 되면 정권 교체는 필연적이라고 보고 있다.
저의 출마는 개인적인 의미만 있지 않다. 그것(대선)까지 내다 봤을 때 저 개인의 당선도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고 준비에 임하고 있다. 경남 지역 야권의 경우 지방선거를 통해 단일화의 경험을 쌓아 왔다. 특히 (김두관 지사 당선 이후) 민주 도정의 과정을 통해 한 자리에서 의논하고 조율해온 경험이 있다. 큰 어려움 없이 단일화로 가지 않을까. 상대적으로 여권은 분열 가능성이 높고, 야권은 통합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성국 : PK 지역 뿐 아니라 이번 총선이 대선 몇 개월 전에 있다. 야권의 승리 방법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강병기 : 대체로 인정하듯 야권은 분열된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겠나. 그리고 중요한 것은 새로운 대안과 전망을 제시를 하는 일이다. 민주당 10년 집권에 대한 실망이 결국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거 아닌가. 새롭게 집권을 하려면 그와는 차원이 다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새 비전 없이 정권교체만으로 (외친다면) 국민들에게 수용이 안 될 것이다. 두 가지가 결합됐을 때 정권 교체가 가능하지 않겠나.
고성국 :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망을 제시해야 하나?
강병기 : 대체로 절차적, 정치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왔다. 그러나 여전히 양극화는 심각하고 경제적 고통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맞는 경제민주화, 이것이 첫 번째일 것이다. 복지를 포함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맞는 경제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두 번째, 이 정부가 남북관계를 파탄시키지 않았나. 남북관계를 복원시키고 발전시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남한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경제 교류 협력에 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세 번째, 우리는 검찰 권력의 폐해를 직접보고 있다. 권력 기구에 대한 개조, 그 1번이 검찰개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핵심 권력 구조의 개편이 필요하다. 네 번째, 교육 문제다. 국민들의 요구나 진보진영의 마인드에 맞는 교육 개혁을 제시해야 한다.
고성국 : 김두관 지사를 대권후보로 어떻게 평가하나?
강병기 : 제가 옆에서 볼 때 지금 김 지사의 포지션(입장)은 현재 맡은 경남 도정을 잘 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그것이 향후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매우 중요하다는 스탠스를 (김 지사는)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테면 총선 이후 정치판이 큰 변화를 거치게 될 경우 국민들의 요구나 야권의 요구 등 여건이 조성된다면 (대권 도전은) 못할 일도 아닐 것이다.
고성국 : 진주을에 출마한다. 이 곳은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의 지역구다. 한나라당에 맞설 자신의 강점은? 어떻게 승부를 볼 것인가?
강병기 : 30년 전으로 돌아갔을 때, 우리 진주는 경남의 가장 중심이고 1번지와 같았다. 그런데 83년 도청이 창원으로 옮겨가고, 산업화 바람이 불면서 진주를 포함한 서북부 지역이 굉장히 낙후됐다. 진주의 '30년 정체기'다. 왜일까 생각해보면, 그간 일방적으로 한나라당을 밀어줘서 나온 결과라고 본다. 진주 시민들은 활기 있는 진주를 고대하고 있다. 기존에 (30년 간) 진주를 책임져 왔던 정치 세력을 교체해 새로운 진주를 만들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야권의 승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거기에 발을 맞춰야 할 것이다.
강병기 : 경남은 현재 김두관 지사 체제다. 야권 도지사다. 기초단체는 광역단체와 조율하고 그를 통해 중앙정부와 연결이 돼야 하는데, 저는 김 지사와 소통할 수 있고 그를 통해 진주에 필요한 예산과 정책을 따낼 수 있다. 야권에 코드를 맞출 수 있고, 도지사와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새로운 진주를 만드는데 선두에 서야 하는 것이다. 그런 얘기를 하면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저를 만나는 사람들도 '이번엔 뭔가 다르겠다'라고 하셔서 상당히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있다.
고성국 :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경남에서 유리할까? 김 지사도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강병기 : 천하가 다 알듯이 저는 민주노동당 출신이다. 진주 시민들도 다 알고 계신다. 한편에선 무소속이 당선에 유리하다고 말씀을 해주시는데, 아무래도 아직 진보정당에 대한 편견이 있다보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판은 그게 아니라고 본다. 국민들이 많이 달라졌다. 어느 특정정당에 얽매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런 민심의 변화가 있다. 특히 여권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가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도 무소속을 가면 변별력이 없다. 차라리 분명한 색깔로 승부를 내야한다고 본다.
▲ 경남 진주 선거, 유념하고 봐 달라. 멋지게 승리하겠다.ⓒ프레시안(최형락) |
강병기 : 제가 만나본 한나라당 소속이나 보수 인사들이 굉장히 동요하는 게 눈에 보인다. 작살났다. 이제 끝나는 거 아니냐. 이런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최 의원의 경우 아마 진주에서 공천 받는 게 물 건너 간 것 아닌가. 현역 의원이 공천 받겠나 하는 얘기들도 많이 들린다. 경남 진주 선거, 유념하고 봐 달라. 멋지게 승리하겠다.
고성국 : 특별히 할 말이 있나?
강병기 : 국민들께서 한나라당에도 정권을 줘 봤고, 민주당에도 정권을 줘 봤다. 그런데 다 안됐다. 그럼 남은 게 누구냐, 그 깃발을 받을 곳은 이제 진보 진영이라고 본다. 국민의 눈높이로 볼 때 아직 우리가 준비가 덜 됐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 (국민들의) 기대가 몰려오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을 통해 진보 진영이 원내교섭단체 이상으로 의석을 얻게 되면 대한민국의 정치는 그 때부터 질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진보 진영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진보 진영이 본래 가졌던 정책적 대안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실현시키고, 그런 정책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실감이 있게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 차기엔 진보진영에게 권력을 맡겨야 한다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으로 본다. 그 시대의 초석을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둬야 한다.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 저도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기필코 내년에 여의도에 들어가겠다.
고성국 : 지역 유권자들에게도 한 마디 한다면?
강병기 : 저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역 한나라당의 일당독주와 장기집권에 맞서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를 통해 민주진보진영의 단합된 힘으로 김두관 지사를 당선시켰다. 김 지사와 함께 일군 도정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진주를 만들겠다. 저는 부산대 1학년 때 경험한 부마민중항쟁 때부터, 오랜 농민 운동의 해 왔다. 서민을 위한 정치 철학이 있다.
대동공업을 시작으로 진주의 대표기업들이 진주를 떠나면서 시작된 잃어버린 30년을 마감하고 진주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청년창업벤처타운을 조성하고 '교육 도시' 진주를 만들기 위해 혁신학교특구 지정을 위해 노력하겠다. 진주에 산부인과 전문 공공의료원, 노인건강학교,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 임금 인상 등 복지 확충에도 노력하겠다. 특히 식량 자급율 50%을 법제화해 농가 소득을 보장하고 식량 주권을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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