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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굴욕' 까먹은 민주, 한나라당 손 '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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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굴욕' 까먹은 민주, 한나라당 손 '덥석'

여야, '국회 정상화' 합의…"민주당 분노는 고작 2주 짜리?"

한나라당의 한미FTA 비준동의안 단독 날치기로 정국이 경색된 와중에 여야가 국회 일정 정상화에 전격 합의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만나 오는 12일 임시국회를 소집하기로 합의했다. 세부 의사 일정은 추후 논의키로 했다.

12월 임시국회와 관련해 여야는 △201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미디어렙법 △국회폭력방지법 △한미FTA 피해 보전 대책 관련법 등을 처리키로 했다. 한미FTA 피해 보전 대책 관련법은 중소상인적합업종보호특별법, 농업소득보전법 등이다. 특히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양당 원내대표는 "연내에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김용덕, 박보영 대법관 후보 임명 동의안, 조용환 헌법재판관 선출안 등 인사 관련 안건도 최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열어 △선거구 획정 △정치자금법 개정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 경선제) 등을 포함한 선거제도 개선 방안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뉴시스
그러나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민주당이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내건 △국회의장단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한미 FTA 강행 처리에 대한 사과 △ISD(투자자-국가간 제소제) 재협상 즉각 착수 △단독 상정 방지 보장 등은 이뤄진 것이 없다.

'박희태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사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한나라당 황영철 원내대변인은 "그 분들 사이에 교감이 있어서 이런 합의 사항이 나오지 않았겠느냐"고 다소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비공식적으로 김진표 원내대표 등 야당 지도부에 사과를 했고, 이를 야당이 받아들였지 않았겠느냐는 것.

ISD 재협상에 대해서도 황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약속한 것을 지키려 노력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비준안 발효 3개월이내 ISD 재협상을 시작해 1년이내에 국회에 보고한다'고 돼 있는 지난 10월 31일 여야 원내대표 가합의안 내용을 추진해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재협상 즉각 착수'를 내걸고 있다.

결국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나라당의 요구에 덜컥 합의하면서 "사고를 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민주, 야권 통합 앞두고 또 '분란 거리' 만드나?

이번 합의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또 한 번 당내 강한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가 국회의장의 한미 FTA 날치기에 대한 사과 등 3가지 전제조건을 여전히 거론하고 있다고는 하나, 사실상 등원을 결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 비준안이 날치기로 처리된지 보름밖에 지나지 않아 나온 합의였다. 3가지 전제조건도 전혀 충족되지 않은 상태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일정까지 합의한 것은 아니며 반드시 논의해 처리해야 할 법안이 있음에 동의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당내 등원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예산 문제 등에 민감해하는 의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열렸던 야4당·한미FTA 범국본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당내에 등원을 요구하는 흐름이 있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알아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이같은 합의에 사전에 동의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홍 원내대변인은 답하지 않았다.

문제는 원내지도부가 등원의 명분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홍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3가지 전제조건 이행 문제까지 폭넓게 여당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내 강경파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정동영 최고위원, 이종걸 의원 등이 대표적인 강경파다. 이종걸 의원은 여야 원내대표 합의 뒤 "임시의총을 열어 등원여부를 전체 의원들의 공개기명투표로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한미 FTA 일방통과에 대한 폐기조치와 디도스 공격 특검 등에 야당 및 시민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원하는 것은 시민들에 대한 배신이며 민주당의 존재에 대한 자기 부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자칫하다가는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거부되는 사태가 다시 벌어질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지난 10월에도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한미 FTA 처리 문제를 합의했다가 당내 반대로 파기되는 '수모'를 겪었었다.

야권공조 흐름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오전 야4당-범국본 대표자 연석회의에서도 "지금 야당이 해야할 일은 국민이 나설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하고 책임지는 것"이라며 "한미 FTA 발효 중단 없이 야당의 국회 등원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승수 통합진보당 의원도 "그동안 민주당이 보여준 분노의 크기는 고작 2주짜리 였단 말이냐"며 "이번 합의는 한미 FTA 날치기 만행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이런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에 매우 실망이며 유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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