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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백악관이 볼턴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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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 "백악관이 볼턴을 버렸다"

NYT·WP '리비아 모델' 비판…英 <인디펜던트> "볼턴 앞날 위태"

북한이 지난 16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전격 연기하고 미국에 대해서도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북한의 주된 반발 이유로 분석되고 있는 '리비아 모델'에 대해 외신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자(이하 현지 시각) 분석기사 '존 볼턴이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제안했다. 평양은 그에 대해 왜 그리 화가 났나?'에서(☞원문 보기) "북한의 입장은 '평화와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게 임한다면 리비아는 언급도 하지 말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진행 중인 한미연합 공군 훈련 외에, 북한이 특히 실망한 것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제안"이라고 지목했다.

WP는 북한이 김계관 외무성 1부상 담화에서 "대국들에게 나라를 통채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거론한 대목을 언급하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2006년 처형당했고,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는 2011년 반군에 사로잡혀 살해당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어 "볼턴이 '리비아 모델'에 대해 말한 것은 아마 2003년 리비아 비핵화 당시의 일을 언급한 것이겠으나, 북한이 이해한 것은 2011년의(아랍의 봄 당시의) 마지막 일이었을 것"이라며 "볼턴의 언급은 북한에는 '심히 불순하게'(awfully sinister) 들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WP는 "북한이 오랫동안 중국에 의존해온 반면, 중동에서는 미국이 2000년대 초반 지배적 위치의 강대국이었고 이는 카다피에게 거의 선택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며 북핵 협상에서 '리비아 모델'의 적용 가능성은 높지 않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신문은 "볼턴이 '리비아 모델'에 체제 전환(레짐 체인지)가 포함됐다고는 적어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다"며 "볼턴이 강조한 것은 신뢰 구축과 비핵화에 대한 검증이었지만 북한은 이미 10년 전인 2008년 리비아 모델에 기반을 둔 검증 시스템을 거부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16일자 '왜 북한은 '리비아 모델'에 화가 났나'라는 기사(☞원문 보기)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에서 왜 갑자기 리비아 모델이 난제가 됐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며 "북한은 '왜 미국이 다른 나라를 무장해제(disarm)시키려는 노력을 믿어서는 안 되는가'에 대해 다른 나라와 다른 지도자의 운명을 예로 들었다"고 북한의 반발을 분석했다.

NYT는 리비아 비핵화 협상에 대해 "카다피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보고 아마 자신이 다음일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카다피는 영국 및 미국과 길고 비밀스러운 협상 끝에 자발적으로 핵개발 관련 장비를 양도하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하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카다피와의) 협상을 발표하면서, 명백히 북한과 이란을 언급하며 리비아의 행동을 '다른 지도자들도 사례로 삼기 바란다'고 말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NYT는 그러나 "불과 10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 김정은의 두려움의 원천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은 민간인 대량학살을 막기 위해 리비아에 군사행동을 시작했다"며 "북한이 리비아와 같은 운명을 맞을까 하는 두려움, 또는 아마 더 정확하게는 북한 지도자가 카다피와 같은 운명을 맞을까 하는 두려움은 북한이 자신들의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에서 한 요소가 돼왔다"고 짚었다.

NYT는 당시 오바마 행정부의 대(對)리비아 군사행동에 대해 "상황실에 있던 누구도, 이같은 결정이 미국이 무기를 포기하라고 설득하고 있던 다른 나라들에게 어떤 메시지가 될지는 검토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은 미국의 리비아 군사행동 직후부터 "(비핵화는) 침략을 위한 무장해제 전술"이었음을 주장하거나 '만약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카다피는 살았을 것'이라고 믿어 왔음을 지적했다.

NYT 역시 WP와 마찬가지로 '리비아 모델'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봤다. 신문은 북한이 이미 6차례 핵실험을 했고, 미 정보기관도 20~60발의 핵무기를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북한의 상황은 핵개발 초기 단계였던 리비아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NYT는 다른 기사에서 북한의 반발을 산 볼턴 보좌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신문은 "볼턴은 핵 프로그램 전체를 조건 없이 국외로 반출한 리비아가 대북 협상의 전례가 돼야 한다며 북한이 (리비아와) 똑같이 하기 전까지는 제재 해제를 포함한 어떤 보상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면서 "어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을 제어해야(rein in) 한다고 제안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볼턴 보좌관의 입지가 이번 일로 인해 흔들릴 것이라는 외신 분석도 나왔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아예 '볼턴이 스티브 배넌과 같은 운명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배넌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으나 지난해 8월 의견차로 해임됐다.

신문은 "(북한의 반발 이후) 필연적으로 스포트라이트는 볼턴에게 돌아갔다"며 "볼턴은 트럼프보다 훨씬 똑똑하고, '그림자 대통령'이 되고 싶어했다고 알려진 스티브 배넌처럼 대통령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그러나 배넌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을 기억해 보자"면서 트럼프는 이란과의 핵협상 파기를 내각이나 자문단과의 상의 없이 내렸고, 볼턴은 트럼프의 트위터를 보고 결정에 대해 알게 된 처지였을 뿐이라고 비꼬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볼턴이 북한을 열받게 만든(infuriate) 후, 트럼프가 딜레마에 빠졌다' 제하 기사에서 볼턴의 언급이 "꽤나 고의적(deliberate)"이었다는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소장의 말을 인용했다. 루이스 소장은 "우리는 모두 카다피가 어떻게 죽었는지 안다"며 "비참한 죽음을 유인책으로서 언급하지는 않지 않느냐"고 말했다. 루이스 소장은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나는 그것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리비아 모델'과 선을 그은 데 대해 "샌더스가 볼턴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버렸다)"고 비꼬기도 했다.

영국 언론들 역시 '리비아 모델'의 북한 적용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인디펜던트>는 "한 독재자가 그의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길을 택했으나, 몇 년 후 미군과 나토군의 폭격으로 쫓겨났고 사냥당해 죽었다. 또다른 나라 역시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했고, 협정을 준수했으며 다른 6개국도 이에 서명했으나, 그 나라 중 하나인 미국의 새 대통령은 독단적으로 협정서를 찢어발겼다"며 "이것이 리비아와 이란에서 일어난 일이다. 미국 정부와의 핵 협상이 국제적 합의로 지켜지리라고 북한이 신뢰하지 못하고 의심을 품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북한은 '만약 리비아가 핵을 갖고 있었다면 서방의 공격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며 "카다피와 그 아들의 시신을 본 우리 입장에서는 왜 김정은이 그에게도 (카다피와) 같은 운명이 닥치기를 원치 않는지 잘 이해할 수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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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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