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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처음으로 마주한 좌현은 누더기가 다 된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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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처음으로 마주한 좌현은 누더기가 다 된 채였다

[현장] 세월호 직립 완료...6월 중순부터 미수습자 수습 작업

"세월호를 바로 세웠다는 것은 돈보다 사람의 목숨,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일깨우는 시금석을 마련한 그런 의미입니다. 역사적인 날입니다."(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누워있던 세월호가 올곧게 섰다. 참사 4년 24일 만이며, 육상 거치된 지 405일 만이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와 현대삼호중공업은 10일 오전 9시부터 전라남도 목포시 목포신항에 누워있는 세월호를 바로 세우기 시작해 오후 12시 10분까지 3시간 10분여 만에 작업을 마무리했다.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당초 예정보다 20여 분 일찍 끝났다.

▲직립 작업이 끝난 세월호. ⓒ프레시안(최형락)

현장에는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150여 명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조사관 등 관계자 50여 명,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 20여 명 등이 모여 작업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세월호의 직립을 가장 기다려온 이들은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유가족들이다. 미수습자는 단원고 학생 남현철‧박영인 군, 양승진 교사, 권재근‧권혁규 부자 등 5명이다. 이날 미수습자 가족 가운데서는 권재근, 권혁규 부자의 유가족 권오복 씨, 양승진 교사의 아내 유백형 씨가 참관했다. 나머지 가족들은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직립 작업이 진행되는 세 시간여 동안 줄곧 서서 초조하게 바라봤다. 선체조사위원회 조사관이 그들 곁에서 작업 경과를 상세히 설명해줬다.

▲세월호 직립 작업을 지켜보는 세월호 유가족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10시 30분께 45도 이상 기울기에 성공하면서 무게중심이 넘어갔다고 전하자, 유 씨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작업 상황을 지켜보며 "45도까지 올리는 것보다 그 다음 바닥에 내리는 작업이 더 위험하지 않나.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조사관은 "계산했던 것보다 와이어(쇠줄)를 더 넣어서 안전도를 높였다. 안심하셔도 좋다"며 다독였다.

작업 중간, 수차례 굉음 소리와 함께 선체 밖으로 잔해물이 떨어져나오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조사관은 "내부에 쌓여있던 물건들이 쏟아지는 것"이라면서 "내부 부식이 심한 상태이기 때문에 내벽, 천장구조물 등이 떨어져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시 40분께 선체가 60도 정도로 기울자, 드디어 옆모습(좌현)이 완연히 드러났다. 좌현은 지난해 목포신항에 거치된 이후 1년여간 철제 빔 두께만큼 여유 공간을 둔 채 부두 바닥과 맞닿아 있었다.

처음으로 마주한 좌현은 누더기가 다 된 채였다. 유 씨는 "좌현을 보기까지 4년이나 걸렸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미수습자 양승진 교사의 아내 유백형 씨. ⓒ프레시안(최형락)

오전 11시 57분, 육안으로 봐도 세월호는 이미 충분히 바로 선 모습이었다.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누워있던 선수 쪽 글씨 '세월'도 똑바로 서 있었다. 이정일 선체조사위 사무처장이 "현재 90도"라고 말하며 기자회견 준비를 알렸다. 선조위 측은 선체 왼쪽이 약간 찌그러져 있어 완전한 직립이 되려면 90도보다 오른쪽으로 4.5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오후 12시 10분, 유영호 현대삼호중공업 전무가 "세월호 직립 작업 완료"를 선언하면서 세월호 바로 세우기의 모든 작업이 끝났다.

ⓒ프레시안(최형락)

작업 기간 20일 줄었지만 사고 없었다 "향후 수색 작업도 안전이 최우선"

작업 완료 시기가 애초 계획보다 20여 일이나 앞당겨졌지만, 안전 사고는 단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다.

바로 세우는 작업은 세월호 뒤편 부두에 자리 잡은 해상크레인에 와이어를 앞·뒤 각각 64개씩 걸어 선체를 뒤편에서 끌어당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를 위해 선체 바닥면과 왼쪽에 'L'자 형태 받침대인 철제 빔 66개를 설치했다.

선조위는 앞서 9일 오전 세월호를 40도까지 바로 세우는 예행연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작업도 40도, 60도 올리기가 완료되면 작업을 잠시 멈춘 후 이상 여부를 점검하고 다음 공정을 이어가는 식으로 안전을 우선으로 진행됐다.

유영호 현대삼호 전무는 "(작업 완료 예상 시기보다) 20여 일 앞당기기 위해 치밀한 설계와 시뮬레이션을 했다"며 "저희의 기술력을 믿고 응원과 격려를 해준 유가족과 그간 휴일을 반납하고 20여 일 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임직원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성공하게 됐다는 데 대해 대단히 감사하다"며 "저희 작업을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주신 가족들에게, 그 순간순간마다 가슴에 눈물을 흘렸을 가족들에게 조그마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선체 직립은 국가가 한 약속을 틀림없이 실천하고 이행한다 하는 상징으로 봐주면 좋겠다"며 "앞으로 남은 기간 우선 미수습자 수습 작업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삼호가 마무리 보강 등 후속 공정을 완료하면, 그동안 미수습자 수색 작업 시 들어가지 못했던 기관구역과 4층 선수 좌현 구역에 대한 수색 및 사고 원인 조사 등이 이뤄진다.

조승우 해수부 후속대책추진단장에 따르면 선체 내 수색 작업은 6월 중순께부터 8주간 진행된다. 안전 통로를 확보하고 원활한 수습이 될 수 있도록 진흙을 수거하는 작업 등 기초 작업이 3주간 진행된 뒤 7월 초부터 5주간 정밀수색에 나선다. 조 단장은 "조금도 후회나 여한이 남지 않도록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온전히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전태호 일반인 세월호 일반인희생자 대책위원장은 "걱정과는 달리 안전하게 마무리돼서 서있는 세월호를 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면서,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진실 규명을 하는데, 안전이 배제된 작업이 절대 있어선 안 된다. 끝까지 안전하게 작업해주기를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수색이 시작되면 다시 목포신항만에 머무르면서 수색 작업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백형 씨는 "목포신항에 작년에 누운 모습을 매일 같이 1년을 보고 지내오면서 세월호 직립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도 못 자고 설레는 마음으로 왔다"며 "저희는 가족을 찾고 싶은 소원밖에 없다.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기도해주시고 수색 재개하면 현장에 계시는 분들이 아무 사고 없이 잘 마무리돼서 단 한 명도 미수습자 남지 않게 찾기를 바란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가장 안전하게, 국민들이 가장 안전한 나라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고 돈보다 인간의 존엄성이 중시되는 사회를 위해 세월호 바로 세우기를 한 것"이라며 "더 이상 제2의 세월호 참사를 겪는 국민이 없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영호 현대삼호 전무. ⓒ프레시안(최형락)
▲드론으로 촬영된 세월호 사진. ⓒ연합뉴스
▲드론으로 촬영된 세월호 사진. ⓒ연합뉴스
▲드론으로 촬영된 세월호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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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기자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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