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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배재대, ‘장애감수성 증진의 날’ 장애체험

“매일 하던 계단 오르기, 승강기 타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시각장애인들이 이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해내는지 정말 대단해요.”

9일 오후 배재대 아펜젤러기념관 일원에 휠체어 10여대와 흰지팡이를 짚은 학생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눈을 가린 채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경사로에서 휠체어를 타면서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바로 옆에선 팔꿈치를 고정시키고 셔츠 단추를 잠가보는 지체·뇌병변 장애 체험도 진행됐다. 낯선 경험에 겸연쩍어 하던 이들은 이내 비지땀을 흘리며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날은 배재대가 개최한 ‘2018 장애감수성 증진의 날’ 풍경이었다. 배재대 장애학생인권센터가 주최하고 정림종합사회복지관, 대전시서구청대학생행복나눔봉사단이 후원해 이뤄졌다.

복지신학과, 실버보건학과, 영어영문학과, TESOL·비즈니스영어학과, 건축학과, 광고사진영상학과 등 6개 학과 학생 230여명이 대거 참여해 장애를 몸으로 받아들였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학생들은 낮은 경사로도 혼자 오르기 벅찼다. 빗물이 빠지도록 만든 스틸 그레이팅엔 휠체어 앞바퀴가 빠져 고전을 면치 못하기도 했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흰자팡이로 바닥을 짚어가던 학생들은 불안감을 온몸으로 드러냈다. 바로 옆엔 이들을 붙잡아 줄 안내자가 있어 아무런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체장애를 체험하던 학생들이 젓가락질을 포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손가락, 손목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은 지체·뇌병변 장애인의 어려움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지체장애 체험을 하던 김해림 학생은 “손을 구부리는 간단한 일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며 “발목이나 무릎이 고정돼 균형 잡기는 고사하고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겨웠다”고 체험소감을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장애체험으로 장애인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일상에서 마음껏 해내던 걷기와 밥 먹기가 이토록 힘겨웠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시각장애인의 도보를 돕는 점자블록을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들고 계단을 가급적 줄여 이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진일보된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각 학과 학생들은 장애인식 수준 향상 뿐 아니라, 재능기부로 행사를 빛냈다. 광고사진영상학과 학생들은 행사 일체를 사진으로 촬영했고 복지신학과·실버보건학과는 전공을 살려 홍보물을 만들어 장애 이해도를 높였다.

체험행사를 주최한 오세철 장애학생지원센터장(광고사진영상학과 교수)은 “배재대에 재학 중인 지체·시각·청각장애 학생 등 36명이 꿈을 잃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장애감수성 증진행사로 이들의 불편함을 알리고 비장애인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여 대학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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