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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신당? 반박신당? 춤추는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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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신당? 반박신당? 춤추는 보수

[김종배의 it] MB와 안철수 사이에 박근혜를 놓고…

참 재밌다. 한쪽에선 친박신당을 만들자 하고, 다른 한쪽에선 반박신당을 모색하고 있단다. 친박 일각에선 이명박 대통령 밑에서 한나라당 간판으로 선거를 치르기 어려우니 차제에 새 정당을 만들자고 한단다. 반박 진영에선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친이세력 일부가 이들과 함께 하려 한단다.

관전 소감이 흥미 만점인 이유가 있다. 친박 진영이 뛰쳐나가 신당을 만들고, 반박 진영이 박세일 신당을 중심으로 뭉치면 한나라당은 공중분해 된다. 99칸 대가옥이 졸지에 폐가로 돌변한다. 대지 면적이 넓고 용적률도 제법 되는 쓸만한 저택을 저마다 내팽개치는 꼴이니 어찌 재밌지 않겠는가.

물론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썩어도 준치'라 했고,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했다. 한나라당 간판으로 그러모은 표가 만만치 않다. 친박과 반박이 동시에 이 표를 내던지고 '맨땅에 헤딩'하는 우를 범하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렵다.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 ⓒ연합

달리 봐야 한다. 관전 포인트를 '현상'에 놓을 게 아니라 '배면'에 놓아야 한다. 신당론이 겨냥하는 공격대상 말이다.

친박 일각에서 거론하는 신당론의 핵심은 'MB탓'이다. 영남권의 한 의원이 그랬단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꾸고 인사 쇄신을 하라고 해도 안 먹혀들지 않느냐"며 "당을 따로 만드는 것이 대선으로 가는 데 훨씬 낫다"고 했단다. 한나라당 간판으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이 'MB탓'에 기초한 것이다. 한나라당 간판에 녹이 슨 주된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 탓이니까.

이렇게 보면 친박신당론의 공격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정책 차별화를 넘어 정치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게 친박신당론의 요체다.

친박신당론의 요체가 이것이라면 해법은 있다. 한나라당에서 뛰쳐나가 신당을 만드는 모험수보다 훨씬 안전하면서도 효과는 톡톡히 누릴 수 있는 해법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거나 관철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친박신당론은 화법을 바꾼 요구가 된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나가주세요'란 요구를 하기 위해 신당론을 띄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 반박신당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이들의 태도는? 이건 분석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권력의 생리가 그렇고 정치의 본질이 그렇다. 기우는 해는 쳐다보지 않는 법이다. 게다가 새 출발을 하겠다는 사람들 아닌가. 친박신당론의 태도가 '나가주세요'라면 반박신당론의 태도는 '관심 없어요' 이다.

같다. 친박에게도 반박에게도 이명박 대통령는 '찬밥'이다. '함께 가야 할 사람'이 아니라 '멀리 해야 할 사람'이다. 친박신당론과 반박신당론은 모두 '탈MB'를 지향한다.

두 신당론의 지향점이 '탈MB'라는 점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증좌가 있다. 목표다. 신당을 띄워 거두고자 하는 목표 면에서도 두 신당론은 같다.

박세일 이사장이 주도하는 신당의 색깔은 중도정당이다. 보수 정당이 아니라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친박 일부가 모색하는 신당 역시 좌로 반클릭하는 걸 지향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기조가 마뜩치 않고 한나라당 간판이 맘에 안 든다는 얘기는 색깔을 세탁하겠다는 얘기와 진배없다.

가는 길은 다르지만 두 신당론이 쳐다보는 지점만은 똑같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통 보수의 가치만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도·무당파층을 끌어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안철수 원장에 뎄기 때문이다.

두 신당론에서 다른 점은 오직 하나다. 박근혜 의원에 대한 입장만이 갈린다. 친박신당론은 박근혜 의원을 보위하고자 하고, 반박신당론은 박근혜 의원을 공격하고자 한다. 한쪽에선 위기에 처한 박근혜 대세론을 되살리기 위해 똘똘 뭉치려 하고, 다른 쪽에선 위기를 틈타 끌어내리려 한다.

하지만 동기는 같다. '탈MB' 이후의 보수진영 내 패권을 거머쥐려 한다는 점에서 동기는 같다. 사방이 망망대해인데도 함께 노 저을 생각은 하지 않고, 서로 선장이 되겠다고 멱살잡이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이제 정리하자. 친박신당론과 반박신당론은 춤을 추는 것이다. 이명박과 안철수 사이에서 박근혜 의원을 놓고 춤을 추는 것이다. 한쪽에선 블루스를, 다른 쪽에선 칼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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