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치권 내의 '선수', 즉 기존 정당, 정치평론가, 기자 등은 이번 10월 재보선 전까지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왜? 젊은 세대의 민심은 늘 보수세력에 비판적이었지만, 실제 표로 연결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들 세대의 투표율은 50-60대에 비해 현저히 낮고, 결집력도 크지 않다는 판단을 한자락 깔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40대의 젊은 유권자가 던진 '종이 짱돌' (투표용지)가 선거판을 뒤집자 다들 주목하고 나섰다. 재보선이 끝나기 무섭게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놓고 정치권이 시끄러운 것도 이 연장선상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돼 이명박 정부가 '자신의 업적' 차원에서 어떻게든 끝마무리 하려고 한미FTA에 '이상기류'가 감지되는 것도 '젊은 세대의 반란'이 그 배경이라고 보여지기 때문.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으로 '더' 불리해진 한미FTA에 대해 "숨만 쉬고 살아야 85세에 자기 집 마련할 수 있다"는 20-30대는 '양극화' 문제로 생각한다. 보수정당과 전경련 등 대기업 이익단체가 집착하는 정책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선성장 후분배'라는 이명박 정부까지 이어졌던 보수정당의 '당근'에 젊은 세대에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 4월 재보선 직후부터 30대 일반인 패널들의 정치 방담인 '30대 정치와 놀다'의 4번째 주제는 10월 재보선 이후 떠오른 '2040세대론'이다.
이 기획을 처음 보는 독자들을 위해 첫번째 방담의 머릿말의 일부를 되풀이해 보도록 하자.이 기획은 일반화된 세대론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대 구분은 '공통의 경험'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30대들의 정치인식에 주목하고자 한다. 30대의 일상은 노동, 부동산, 교육, 의료 등 정치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숱한 문제로 점철돼 있다. 40대도 그런 점에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만, 이들에 비해 더 젊고 혈기왕성하다는 점에서, 30대의 불만 표출은 더 빠르고 직설적이다. 30대 생활인들이 정치를 향해 던지는 '언어폭탄'이 소통 부재를 이야기하는 정치권에 작은 파열음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발생한 미네르바 사건, 쥐벽서 사건 등 크고 작은 '말할 자유에 대한 탄압' 사건을 감안해 수다에 참석한 패널들은 다 가명을 쓰기를 원했다. 이에 발맞춰 기자들도 이 수다 만큼은 이름을 가린다. 또 거론되는 정치인들의 직함은 대화의 흐름상 생략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이 세대의 '분노'의 정치적 의미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안철수-박원순으로 대표되는 '제3 지대'에 대한 기대와 현실 가능성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지난 2일 있었던 4번째 방담을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패널 소개 송새벽 : 나이 서른 둘.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오래 연애한 여자 친구와 결혼하고 싶지만 전세금 등 자금이 모자라 결혼을 미루고 있다고. 이태권 : 나이 서른 여섯. 직원이 20여 명인 중소기업 사장. 아이가 둘인데, 뭐가 더 욕심이 나는지 올해 11월 셋째를 출산한다고. 첫 애를 초등학교 보낼 때 엄청 고민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공교육에 불신이 크다. 임재범 : 나이 서른 아홉. 열살(아들), 일곱살(딸), 생후 6개월(딸), 자녀 셋을 둔 유부남. 현재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인천에 살고 있음. 과거 극좌적 정치 성향을 가졌으나 최근 들어 점점 직장 동료들을 따라 우경화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듦. 하지원 : 나이 서른 하나. 프레시안 기자의 취재망에 걸려든 길거리 캐스팅의 주인공. 영화 연출가. 처음에는 엄청난 열정으로 시작했으나 영화판의 '저임금 노동착취' 시스템에 질렸다고. (이번 방담에는 여성 패널 한명이 개인 사정으로 빠졌다.) 조연으로 프레시안 기자 1(서른 아홉. 아들 하나를 둔 유부녀), 프레시안 기자 2(서른 셋. 싱글남), 프레시안 기자 3(서른 하나, 싱글녀)가 참석했으나 '프레시안'으로 일괄 표기함. |
안철수, 나온다…안 나온다…안 나오면 좋겠다
▲ 서울시장 선거를 이틀 앞두고 박원순 후보 캠프를 찾아 지지 의사를 밝히고 있는 안철수.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 조중동은 '안철수 태도를 확실히 밝혀라'라는 사설, 칼럼들을 썼어요.
하지원 : 궁색한 것 같아요. 한나라당 쪽에 '폴리페서(정치 교수)'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정권 초에도 있었잖아요. 자기들이 비판받았던 것을 반대로 공격하는 모습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박원순에게 했던 네거티브랑 비슷한 것 같아요. 자기들 도덕성은 생각 않고 얘기하잖아요.
이태권 : '안철수 빨리 링 위로 올라와라. 흠씬 두들겨 줄게' 라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안철수가) 대통령 자리에 집착했던 사람이라면 겁을 내겠죠. 그런 얘기를 듣고 겁을 먹으면 '내가 (대통령)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나오라고 하니 매도 먼저 맞는 게 낫겠다' 하고 나올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기득권 세력의 오해인 것 같아요. 안철수는 대통령직에 집착하는 건 아닌 것 같거든요. 안철수의 손가락이 아니라 안철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봐야 하는데,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안철수의 손가락만 보고 있는 거죠. 여태까지 해왔던 똑같은 프레임으로 싸움을 걸려고 하잖아요. 저는 안철수가 굉장한 우위에 있다고 봐요. 단지 대통령 자리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 그것 하나로 여유가 생기는 거죠.
프레시안 : 원래 집착이 없으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고 활동 반경이 넓어지죠. 그러면 안철수가 대선에 안 나올 수도 있다고 보나요?
이태권 :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다른 정치인들과 행보가 다를 거라고 봐요. 안철수 손가락 아무리 보고 있어봤자 답은 안 나올 거예요. 벌써 안철수는 언론을 대하는 방식에 익숙해 있기도 하고요.
프레시안 : 처음 안철수가 박원순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했을 때, 그리고 박원순에게 편지를 건넬 때, 두 장면에서 안철수의 표정이 확 달라져 있더라구요.
하지원 : 얼굴이 달라진 것 같아요. 대통령도 당선되기 전과 당선된 후가 얼굴이 확 달라지잖아요. 저는 인상 평가를 그런 식으로 해요. 전에 비해 좀 더 여유 있어 보이는 것 같아요.
이태권 : 안철수의 여유라는 게, 처음에는 당황해서 몰랐는데, 뭘 버리고 나서 '버리면 여유가 생기는구나' 하는 것을 깨달은 사람의 표정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해 봤어요. 적어도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의 여유 같은 거죠.
송새벽 : 걱정되는 게 있는데, 안철수가 정치에 나간다는 입장을 표명한다면 기존 정치인들이 안철수의 편을 들어줄까요? 안철수는 공부하던 사람이고 정치를 하지 않았고, 그래서 '정치를 하려면 이런 것도 해야 하는데' 라고 요구하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안철수가 정치하지 말고 우리 사회의 '멘토'로 있어 주면서 해왔던 그런 말들이 정치에 반영이 될 수 있는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면 좋지 않을까. 그 정도 포지션이면 좋을 거 같아요.
이태권 : 저는 안철수 인기에 한나라당 일부 지지자들의 태도도 일조하고 있다고 봐요. 일단 이 사람은 '비토'할 만한 거리가 안 보여요. 비토할 거리가 없으면 다음으로 '내가 미는 사람에게 걸림돌이 된다'면서 미워할 수 있거든요. 제가 보기에 박근혜 지지자들이 아닌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 사람이 꼭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일부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안철수가 그렇게 밉지는 않은 것이죠. 사실 안철수가 '선명 야당'에서 활동하던 사람도 아니고, 저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막고 있다고 생각할 만큼 어떤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잖아요. 이런 게 중첩되면서 골수 한나라당 지지자 빼고는 이 사람(안철수)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임재범 : 저는 안철수가 박원순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걸 다르게 해석했는데요, 다음 대선에 어찌됐든 뜻이 없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요. 기회가 오면 움직이겠다. 이런 것을 보여준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이태권 씨는 '안철수는 대선에 안 나온다', 임재범 씨는 '안철수가 대선에 나올 수 있다', 송새벽 씨는 '안철수가 대선에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쪽인 것 같네요. 여야를 떠나 기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은 만약 안철수가 내년 대선에 욕심이 있다면 총선에서 역할을 해야, 즉 정치인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쪽인 거 같아요.
임재범 : 역할이라고 하면 직접 (총선에) 출마한다는 것은 아니죠?
프레시안 : 그렇죠.
안철수의 편지, 박근혜의 수첩, 그리고 '공주'
임재범 : 저는 역할을 할 거라고 봐요. 내년 12월 대선인데 4월 총선에서도 신비주의로 간다? 그렇지는 않을 것 같고,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검증을 받는 그런 계기도 오지 않겠어요? 그 역할이 전에 다른 정치인들이 해 왔던, 혹은 박근혜가 하는 방식 같은 것은 아닐 것 같아요. 또 다른 방식으로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거의 당을 만드는 식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프레시안 : '안철수 신당'을 만들면 지지할 것이냐는 여론조사에서 신당이 민주당을 이겼다는 보도가 있었어요. 안철수와 그를 따르는, 혹은 따를 사람들이 '세력'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요? 안철수가 대권후보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민주당 같은 곳에 들어가야 할까요?
이태권 : 제가 보기에 민주당 안 들어갈 것 같은데.
프레시안 : 지금 야권이 통합정당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으니까, 만약 통합정당이 탄생하면 안철수도 거기에 합류할 수 있을까요?
이태권 : 안철수 진영이라는 게 있다면, 과거 열린우리당이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새로운 '디지털 정당'을 만들려고 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열린우리당은 자신들 스스로 잘못도 있었고, 거기에서 떨어져 나간 구 민주당이 생명을 이어가면서 한계가 있었잖아요. 또 당시 디지털 기기, 네트워크 기반 등은 지금과 다르죠. 최근 독일의 해적당을 흥미롭게 봤는데, 해적당은 아니어도 (안철수 진영이) 정당을 준비하고 있다면 새로운 '디지털 정당'이 되지 않을까요.
저는 김종인 인터뷰를 <프레시안>에서 봤는데, 안철수에 대한 얘기를 했잖아요. 그게 자꾸 기존 정치에 대입시켜서 보는 버릇이라고 생각해요. 안철수는 어찌됐든 다른 방식으로 갈 것 같아요. 박경철든 누가 연구를 하고 있을 거라고 봐요. 이번에 편지 형식, 이게 (안철수식 정치라는) 하나의 유형을 보여준 것이고, 또 먹혔잖아요.
임재범 : 20대, 30대를 쫙 빨아들였죠.
프레시안 : 그 때 박근혜는 나경원에게 수첩을 줬죠.
이태권 : 수첩을 진짜 줬어요?
프레시안 : 네, 본인이 받은 '민원'들을 정리해서 줬죠.
하지원 : 박근혜는 페이스북에 자기를 '수첩공주'라고 했던데.(웃음)
▲ 박근혜 페이스북. ⓒ프레시안 |
프레시안 :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 박근혜가 자신에게 별로 좋지 않은 이미지를 역으로 이용하는구나. 나름대로 잘 이용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실제로 페이스북에 들어가 그 공주 이미지를 보니까, 아, 이건 좀 아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원 : 일종의 '모에화'(모에 의인화(일본어: 萌え擬人化 모에 기진카)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과 관련된 동인 용어로, 인간 이외의 동식물이나 무생물·특정 개념 등을 의인화하는 것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주로 극도로 귀여운 방식으로 의인화하는 것을 말한다. 편집자 주)된 캐릭터로 일본에서는 맥도날드도 '모에화' 하고 그런 게 있죠. 박근혜 페이스북을 보니 약간 국가도 '모에화'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태권 : 제 느낌엔 뭔가 어설픈 브랜딩 전문가가 박근혜 들어갔다는 느낌이었어요.
임재범 : 수첩공주의 '수첩'이 그런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을 한 것 같은데, '공주'는 뭐죠? 전 해석이 안 되는데...수첩 공주라는 말을 쓴 것은 '꼼꼼히 민원을 수첩에 적어 국정에 반영하겠다' 이런 의미로 소개를 해 놓았던데, 그것은 수첩에 대한 설명은 되는데 공주는 왜 붙인 것인지 이해가 안 가요.
하지원 :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무슨무슨 공주' 이런 말을 가끔 쓰는데, 젊은 감각을 보여주려고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이태권 : 이회창이 예전에 '빠순이'라는 표현을 쓴 거랑 비슷하죠. 어린 대중들에게 친숙할 거라고 생각하고 한 건데 별로 좋지 않아 보였죠.
프레시안 : 김문수가 서울대 강연에서 '쭉쭉빵빵'이라는 단어를 썼다가 역풍 맞은 것이랑 비슷한 거였죠.
이태권 : 20대, 30대 정서에 대한 이해가 좀 부족한 것 같아요.
임재범 : 수첩 공주의 느낌은 '귀족'이런 느낌인 것 같아요. 공주라고 하니까 좀 약간...
하지원 : 그래도 전에 한나라당 모습들에 비하면 신선한 것 같아요. 그런 '모에' 아바타가 없었으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수첩공주' 이렇게 표현을 하더라도, 박근혜 사진을 평범한 것으로 올려 놓았으면 '이 사람이 '수첩공주가' 자기를 놀리는 말인데, 이것도 수용하는구나' 생각했을 텐데, 그 캐리커쳐는 정말...
프레시안 :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최대 피해자가 대세론에 흠집이 난 박근혜'라는 주장이 있어요. 또 '아니다, 대세론은 원래 없었고, 박근혜가 크게 흠집날 것은 없는 결과다'. 이런 주장도 있어요. 어떻게 보나요?
하지원 : 박원순-나경원이 꽤 표차이가 났잖아요.(7.2% 차이) 저는 이번에 득표율로 내기를 했는데 다 틀렸어요. 그렇게 큰 차이가 날 줄 몰랐거든요. '박근혜가 나와도 파워가 예전 같지 않다. 안철수가 나와서 흔들어버렸다.' 이런 생각은 들었어요.
송새벽 : 제 느낌은, 박근혜가 이번 선거에서 안 보였던 것 같았어요. 언제 박근혜가 있었어? 이런 느낌이 들어요.
하지원 : 존재감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나경원하고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약간 시어머니 느낌도 나고. 시어머니 느낌은 좋을 리가 없죠.(웃음)
프레시안 : 최근 언론 여론조사를 보면 손학규는 이회창보다 지지도가 낮게 나오기도 했더라고요.
안철수가 야권후보?
임재범 :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는데, 안철수가 야권 후보로 나온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을까요? 과연 야권 후보로 나올까요? 안철수 같은 경우는 사실 지금의 민주당,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가지고 봤을 때, 야권에 가깝지만 (신당을 만들거나 정치 세력화를 시도한다면) 한나라당에 있는 사람들도 데려오는 방식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경우라면 박근혜는 고립되겠죠.
프레시안 : 신당을 만드는데, 신당이 꼭 지금의 야권의 포지션은 아니라는 건가요?
임재범 : 기존의 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보수 정당이나, 민주당-열린우리당으로 이어지는 야당의 그런 흐름들과는 다른 형태일 것 같아요.
이태권 : 우리나라는 어차피 무당파가 많죠. 선거가 대부분 무당파 끌어오는 게 선거 전략이었잖아요. 국민 중에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약 20% 정도일 것이고, 민주당은 20%도 안 될 거고, 나머지는 거의 무당파라고 봐야죠. 그 사람들이 노무현을 찍었느냐, 이명박을 찍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움직였는데, (안철수 신당이 나오면) 대다수 무당파들에게 강력한 영향은 미칠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안철수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모두 끌어안는 지대에 서서 양쪽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고, 그것을 토대로 의원을 배출하는 당까지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임재범 : 결국 안철수가 어떤 명분을 만들어주느냐의 문제겠죠. 캐치프레이즈를 제대로 걸고 명분이 제대로 주어진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죠.
이태권 : 이데올로기적인 것을 보면, 결국 토니블레어 같은 '제3의 길' 같은 게 나올 수 있죠. 이데올로기적인 것은 그렇고, 정책을 보자면 복지나 경제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일텐데, 사실 안철수가 공개한 편지 자체를 보면 그 메시지가 색다른 것은 아니잖아요. 사실 우리 정치가 언제 정책 선거인 적이 있었나요? 안철수가 이데올로기적 스탠스를 잡으면 '제3의 길'을 만들고, 그것만 해도 파급력은 있을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정치부 기자로서는 답답한 얘기네요 (웃음)
임재범 : 제 상상인데, 한나라당을 보면 뿌리 깊은 계파들이 있잖아요. 이를테면 박근혜 쪽에는 과거 노태우-YS시절의 '민정계' 인물들이 겹쳐지죠. 이들(한나라당 내 '매파')을 빼고 그렇지 않은 사람 일부 중에서, 옛날로 말하면 소장파, 뉴라이트라 불리는 사람들, 이재오처럼 너무 찍힌 사람들 빼고 덜 찍힌 사람들까지 (자기 세력으로) 끌어올 수 있는 명분을 안철수가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정계개편이 될 수도 있겠죠. 민주당에 있는 사람들도 정권이 잡히는 게 눈에 보이면 야당 할 이유가 없으니까 들어올 수 있을 거고요. 그런 일을 하려면 총선에서 안철수가 나서야죠. 대선에 나온다면, 총선 전부터 움직여야 하고 총선 때 역할을 해야 하죠.
프레시안 : 안철수가 어떤 방식으로든 당을 만든다면 그 신당을 지지할 수 있나요?
임재범 : 참 어려운데, 투표 당일날 되면 찍을 거 같아요.
이태권 : 나오면 판단하죠. (웃음) 저는 총선에 개입하는 게 꼭 정당을 만드는 방식이 아닐 수도 있다고 봐요. 안철수는 경영자 출신이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율을 생각할 건데, 한나라당, 민주당 양당이 공고하게 대립하고 있으면 제 3정당을 만들어야겠지만, 총선 대선이 사실 '한나라당 VS 그 외 야권 통합' 구도잖아요. 그러면 정당을 안 만들어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원순 당선의 후원자가 됐듯이 말이죠.
임재범 : 총선 이후에 정계개편을 하면 현직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을 탈당해서 가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힘들죠. 막 당선된 현직 의원들은 움직이기 쉽지 않으니까.
이태권 : 총선에 개입하는 게 정당을 만드는 방식은 아닐 것 같아요. 50% 지지율을 갖고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잖아요. 야권에서 보면 당적이 없어도 통합을 위한 임시 위원장이 될 수도 있고.
'안철수 안 나오면 좋겠다'는 사람들이 진짜 열성 지지자?
프레시안 : 젊은 사람들이 안철수를 많이 좋아하는데, 그렇다면 정치인 안철수에게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뭘까요?
송새벽 : 박경철이랑 했던 청춘 콘서트 같은 멘토링, 우리 30대 사람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감성적인 것 등을 기대하는 거죠. 우리를 알아주고 우리에게 다가와주는 거죠. 일자리 몇 개 창출을 하는 게 아니라 감성적으로 다가와 줬으면 하고 그 이상의 것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이태권 : 그것은 좀 우아한 역할인 것 같고, 이명박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사람으로 안철수를 (대중이) 찾아낸 것 같아요. 예컨대 손학규는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사람이고, 약간 옛날 사람 이미지가 있잖아요. 한나라당 박근혜는 이명박과 지지기반이 겹치는 부분도 있으니까, 안철수가 이명박과 가장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요. 깨끗한 이미지죠.
하지원 : 사람들이 (안철수를) '워너비(되고 싶은 사람)'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무릎팍도사>를 많이 봤잖아요. 사전 선거 운동 방송처럼 돼 버렸는데(웃음) 이걸 통해 안철수가 산 인생이 다 공개가 됐죠. 어릴 때부터 호강하고 누릴 것 다 누리고 살 수 있었는데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선택을 바꿨고, 그게 공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었죠.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그것이 정치의 형태이든 뭐든, 한국사회를 좀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 저는 기대는 안하지만요.(웃음) 박근혜는 아버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잖아요. 이명박은 비리 의혹이 막 나오고, 경제도 못 살리는 것 같고. 그런데 안철수는 권유되는 바른 길을 살아왔으면서도 이명박, 한나라당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은 거죠. 그것을 토대로 한국 사회에 (안철수가) 뭔가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임재범 : 사람들이 안철수를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랑하는 것 같아요.
모두 : (웃음)
임재범 : 진짜 아끼는 거죠. 며칠 전에 일간지 여론조사를 보니까 (선거에) 안 나왔으면 하는 사람이 50%가 넘더라고요.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좋고 사랑하니까, 저 더러운 정치판에 들어가서 망가지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 사람들은 진짜로 나오면 열성적 지지자로 확 변할 것 같아요. 기왕 나왔으면 망가지지 않도록 지켜야 한다. 이렇게 가는 거죠. '노사모'도 능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원 : 노사모보다 더 범위가 넓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태권 : 저는 안철수에게 기대하는 것이, 안철수가 뭘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은 아니예요. 첫 번째 기대는 87년 이후 공고해진 의회 정치의 체제를 좀 바꿀 수 있을 거라는 부분이예요. 정치권에 한발만 담갔는데, 기존 정치권의 과점 체제에 균열이 생겼잖아요. 두 번째는 대통령이 돼서 뭘 추진하는 게 아니라 사회 각 부분이 추진해나가는 것을 서포트해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예요. 기존에 '톱다운' 식으로 찍어 누르는 방식의 일처리가 아니라 애자일(AGILE,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실용적으로 적응하며, 전체 팀워크를 중시하는 방식) 방식이라는 게 있어요. 목표와 비전을 공유하고 일하는 각료는 알아서 하는 거예요. 일종의 팀 체제죠. 나쁜 점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안철수가 그런 식으로 사회 제도를 바꾸는 시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MB가 CEO리더십? 사장 리더십!
▲ 대선 후보 당시 두바이를 방문한 이명박. ⓒ뉴시스 |
프레시안 : 안철수가 편지에서 '상식과 비상식'의 대결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말이 사실 기존 정치권을 굉장히 우습게 만드는 거죠. 지금 정치는 '비상식'이라는 거니까.
이태권 : 기존 과점 체제에 대해 사형 선고를 하는 거죠.
프레시안 : 지금 체제가 '비상식'이라는 상황에서 '상식'을 안철수 대변한다고 대중들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안철수 신드롬은 그런 면에서 일종의 '유행'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예전에 유행이 CEO리더십이었잖아요. 사실 이명박은 CEO가 아니라 한국식 '사장님'인 거죠. 영어로 하면 고유명사로 'Sajang' 쯤 될 것 같아요.(웃음) 이것을 CEO라고 포장해 굉장히 유행이 됐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CEO 리더십이라는 게 유행이 사라졌어요. 그게 실패했다고 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사회에서 더 이상 'CEO 리더십'이라는 것이 유효하지 않다고 보는 거죠. 안찰수 현상도 어떻게 보면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유행'이 아닐까요?
이태권 : 안철수는 (MB와 다른 점이) 처음에 개발자였다가 CEO를 잠시한 거고. 원래는 의사였고, 그 이후에 교수, 학자로 변해왔잖아요. 안철수가 처음에는 CEO라고 해서 '착한 CEO'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계속 바꿔왔던 사람이에요. 그런 식의 규정은 안 먹힐 것 같아요.
프레시안 : 정치는 수많은 이해관계, 갈등을 조정하고, 공익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교과서에 나와 있는데, 쉬운 게 아니거든요. 안철수는 사실 그런 것들을 해본 적이 없잖아요. 이런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임재범 : 어차피 일을 대통령이 다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기존 정치인이 안 들어갈 수 없죠. 이 사람들은 옷을 갈아입겠죠. 안철수가 노란 옷 입으면 이 사람들도 노란 옷 입겠죠.
이태권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좀 전에 '사장' 리더십을 말했는데 그런 리더십은 찍어 누르는 리더십이잖아요. 그런데 안철수가 운영했던 기업을 봐도, 안철수가 이사회 의장을 했는데, 이해관계 조정을 많이 해 봤을 것 같아요. 그런 걱정은 안하는 편이예요.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솔직히 준비가 된 집권세력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 또 당시 청와대를 장악했던 측근들이 '운동권 386'들이었는데, 청와대가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첫 직장인 사람들도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아마추어리즘'이 드러났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사실 국정을 운영하는 '세력'이 생각보다 굉장히 넓은 범위인데, 안철수 주변에 모이는 사람들 중에 부나방 같은 사람들도 있을 수 있죠. 그런 데 대한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이태권 : 저는 (안철수 식 정치가) 기존 정치보다 못할 것이라고 생각 안 해요. 기존 정치가 잘 한 게 없기도 하고요. 한나라당이 재집권을 하게 된 이유가 (민주정부 10년을 겪어보니) 보수세력이 부정, 부패는 조금 있지만 그래도 능력은 있다, 이것이었는데 아니라는 걸 5년 동안 화끈하게 보여줬잖아요. 한미FTA 협정문 오역 사태 같은 일도 벌어지고. 그래서 그런 (안철수가 정치를 잘 못할 것이라는) 걱정은 별로 안 돼요.
과거 정태인(전 청와대 비서관)이 쓴 글에서 봤는데, 노무현 정권의 386이 못했던 부분이 그들이 정치를 못했다는 게 아니라 경제 등의 배경 지식이 너무 없었다는 지적이었어요. 그래서 관료들에게 (386이) 넘어가면서 (비 관료 출신의) 전문가들의 언로를 막았다는 식의 비판이었어요. 그런 차원에서 보면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가진 이 사람(안철수)이 경쟁력에서 여의도 정치에 비해 밀리지는 않을 것 같아요. 비교 대상인 기존 정치권이 너무(웃음)
프레시안 : 안철수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기존 정치인들은 패닉에 빠질 것 같아요. (웃음) 대부분 정치인의 꿈이 대통령이잖아요.
이태권 : 질투가 느껴져요. 홍준표가 안철수를 향해 '언제까지 신비주의가 통할 것 같으냐'고 하는데 질투가 뚝뚝 떨어져요. (웃음)
임재범 : '정치주식회사'에 입사해서 밑바닥부터 열심히 해서 이제 막 중역까지 올라왔는데, 갑자기 낙하산이 막 떨어지는 거야. (웃음)
이태권 : 홍준표는 검사 조직 생활을 하면서 얼마나 정치적으로 살아오고, 지금까지 얼마나 어렵게 커왔겠습니까. 억울하겠죠. 그런 게 너무 보여요. 대학생들과 술 먹으면서도 울분을 토했잖아요.
프레시안 : 그것도 2040세대를 이해하겠다고 만든 자리인데.
한나라당의 SNS 해법 "안돼~ 사람 불러야돼"
임재범 : 선거 끝나고 내놓은 방안 중 제가 제일 웃었던 부분은 SNS 명망가를 당에서 영입한다고 한 부분이에요. 이 사람들(한나라당) 사고방식은 역시 이런 것이다. 개콘에 (유행어가) 나오잖아요. '이거 안되겠다. 사람 불러야겠다' 이거죠.
프레시안 : SNS가 정치에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시나요?
하지원 : 트위터를 하드하게(열심히) 사용하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안 쓰는 사람들은 전혀 안하죠. 트위터 안에서 한진중공업 문제나 희망버스 같은 얘기들을 많이 해왔잖아요. 그런데 그게 사람들 사이에서 응집되는 효과를 내다가도 금세 또 식고, 그런 일들이 반복되니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보기도 해요.
이태권 : 찻잔 속에 태풍일 수도 있는데, SNS를 하는 사람들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전화기를 들죠. 전화를 때리죠. 그 다음에 희망 버스를 탄다는 거죠. '비물질적' 영역에서 물질적 영역으로 전환되는 루트가 됐다는 점에서 SNS는 파워풀한 것 같아요. 물론 키보드워리어 식으로 하면 의미가 별로 없는데.
프레시안 : '하드 유저'들이 일종의 관리자 역할을 하는 거죠. 이 사람들이 트위터를 통해 얻은 정보를 주변에 뿌리는 거죠. 트위터, 페이스북 이용자 수백만 명 중(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SNS 이용자는 2010년 기준 1066만 명) 열성 이용자는 많지 않거든요. 이를테면 열성 이용자가 30만 명 정도라고 하면, 그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 다른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거죠. 그런 효과도 있을 것 같아요.
이태권 : 횡단보도에서 한 사람이 춤을 추면 미친 놈이잖아요. 그런데 두 명이 추면 미친 놈 소리는 안 듣게 되죠. 3명이 추면 그 때부터는 파급효과가 생기는 거라고 봐요. 다른 사람들이 이제 같이 추기 시작하죠. 30만 명이 그 세 번째 동조자 역할을 하는 거죠. 티핑포인트 역할을 하는 거예요. 이 사람들이 이를테면 제주 강정마을에 가서 강정마을 사진을 올려요. 그러면 못 간 사람들은 그것을 본다는 거죠. 이런 자발적이고 공고한 커뮤니티가 이뤄지는 것을 한나라당이 '명망가 영입'으로 풀겠다고 하는 건 SNS의 매커니즘을 모르고 하는 소리인 거예요.
프레시안 : '팔로어 수가 몇 십만이냐' 하는 식으로 계량하는 것 이상으로 평가할 줄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원 : 그런데 팔로잉하는 관계가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이뤄지기 때문에 정말 SNS에 관심 없는 친구들에게까지 얼마나 영향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어요. 우~ 하고 몰려가는 게 있죠. 어떤 이슈를 가지고 하루 난리를 피우다가 마는 것을 보면 정말 휘발성이 강한 것 같아요. 이번 선거는 정말 싫었어요. 선거 기간동안 트위터에 들어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싫었는데, 특히 그런 거 있잖아요. 박원순을 비판하거나, 박원순을 지지하는 누군가를 비판하면 열성적인 '빠'들이 네거티브로 또 공격해요. 저는 내년부터 선거 기간 동안 트위터를 하지 말까 생각도 해요.
임재범 : 저는 영향을 미치는 것은 동의해요. 저는 SNS 마니아에요. 일하는 시간, 잠자는 시간 제외하고는 항상 트위터를 하고 페이스북을 해요.
모두 : 오~(웃음)
임재범 : 그런데 SNS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들을 보면, 정당 지지율은 진보 정당이 항상 1등이고 그 다음 민주당이죠. 한나라당은 한자리 수 지지율이 나와요. 그 말은 거꾸로 얘기하면 SNS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흔히 '야권' 성향이 많고, 결정적인 순간에 영향을 미치는 거죠. 선거 이슈에서 야권 지지자들의 결집이 요구되는 시점에는 영향력을 갖는다고 봐요. 그러나 선거판의 큰 흐름과 분위기를 바꿔나갈 수 있다? 그런 효과는 아주 제한적이죠. 이를테면 보수 후보를 공격하는 내용은 굉장히 빨리 퍼지지만, 그게 선거판 전체를 어떻게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거죠.
이태권 : 그런 얘기가 있었죠.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와 게임이 안되는 게 전당대회는 1년에 한번 하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회는 사람들이 매주 간다는 거예요. SNS가 진보적인 사람들의 교회가 된 거죠. 여기 오니까 믿음이 공고해지고, 또 반대파에 대응하는 논리가 만들어지고, 그것을 공유해버리니까. 그래서 소극적 지지자가 갑자기 적극적 지지자가 되는 거죠. 트위터 같은 데에서 유통되는 뉴스들을 보면, SNS가 없었으면 묻힐 뉴스가 많죠. 그런 면에서 파급력이 있는 것 같아요. 투표 안하려는 사람들이 (트위터 때문에) 투표한 사례는 좀 있는 것 같아요.
임재범 : 그런 영향이 트위터 보고 전화도 하고, 다른 사람 설득도 하고, 그리고 트위터 많이 하는 사람은 SNS에서만 떠드는 게 아니고 현실에서도 많이 떠들거든요.
이태권 : '제가 회사 동료 네 명을 투표장에 보냈어요' 하면 다른 사람들도 또 경쟁적으로 막 하는 거죠.
프레시안 : 지지 정당이 딱히 없는 사람, 그런 사람에게 트위터로 정보를 공유한 사람이 '네가 투표를 왜 해야 하는지' 이런 이유를 한두시간만 얘기하고 보채면 넘어가는 사례들도 꽤 있죠.
이태권 : 그렇게 정치적 스탠스가 애매한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크죠.
하지원 : 투표 당일에 얘기가 돌았어요. 오후가 되니 근소한 차이로 뒤지고 있다. 당장 투표소에 가야 한다는 얘기가 퍼졌죠. 저는 한 3% 정도 차이날 것으로 봤는데, 결과를 보니 차이가 많이 났더군요.
임재범 : 제 기억에는 DJ 때는 투표날 마지막 결집, 이런 게 없었어요. 2002년 대선 때는 SNS가 없었지만, 그 때는 문자 메시지가 있었죠. 그런데 문자 메시지는 SNS에 비해 확장성이 게임이 안 되죠. 이번에는 SNS로 재미를 봤고, (4.27재보선 때) 분당에서도 재미를 봤죠. 또 그렇게 할 거 같아요. (야당 지지자들이) 재미를 봤으니까. 큰일 났다. 한나라당. (웃음)
프레시안 : 한나라당에서도 SNS를 많이 이용했어요.
이태권 :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세련되지 못하죠. 전략적으로 움직여 이른바 '알바 부대'를 운영한다면 정치적 허무주의를 유포시키는 게 나을 수 있죠. 그래서 마지막에 애매한 사람들을 투표장에 못 가게 해야 하지, 그런데 너무 노골적으로 '박원순 싫어' 이러더군요. 제가 '알바 부대'를 운영하면 '그 놈이 그놈이지' 이런 식의 사고방식을 유포할 것 같아요.(웃음)
프레시안 : SNS는 평소에 관계를 맺은 사람들끼리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거 때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갑자기 나와도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아요. 임재범, 이태권 두 분을 홍준표 대표가 SNS 전문가로 영입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이폰이냐, 안드로이드냐 고민하는데 MS랑 노키아가 합친들…
▲ 한미FTA 반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손학규. ⓒ연합 |
프레시안 : 민주당, 그리고 야권 통합 얘기도 좀 해볼까요? 안철수가 나올지 안나올이지 모르겠지만, 야권 정당들도 나름대로 살 길을 찾고 있잖아요. 손학규, 문재인 등도 야권 통합 관련해 협상테이블을 앞에 두고 일종의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흐름은 어떻게 보나요.
(다들 3초간 침묵)
프레시안 : 침묵하시네요 (웃음) 통합이 가능할까요?
하지원 : 좀 힘들 것 같은데요. 그 통합의 범위가 어디까지예요?
프레시안 : 사람들마다 다른데 원칙적으로는 민노당, 참여당 등을 포함해 다 합치겠다, 이런 생각은 하고 있죠.
하지원 : 민노당 같은 작은 당에 비해 민주당이 너무 큰 세력이니까, 아예 당을 통합하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요. 민노당이나 다른 작은 정당들은 진보 통합으로 가고, 나중에 민주당과 선거 연대하는 것, 그런 게 더 쉽지 않나요? 진보 진영 사람들이 민주당에 들어가면 다들 흩어지지 않겠어요. 민주당은 자기들이 덩치가 크니까, 들어오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거기 들어갈 수 있을까요?
임재범 : 상대가 한나라당인데, 한나라당에 맞서기 위해 다 뭉치자, 이런 것이잖아요. 뭉치려면 수장이나, 어떤 구심점이 있어야죠.
프레시안 : 리더?
임재범 : 그렇죠. 그런데 리더(안철수)는 밖에 있잖아요. 이 사람이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안 돼~, 사람 불러야 돼'. (웃음)
송새벽 : 일단 사람을 부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안철수를 불러야죠.(웃음)
하지원 : 안철수가 야권 통합을 이루는 승리의 여신처럼 깃발 들고 안 나오면 힘들지 않을까요?
송새벽 : 다른 진보정당들이 민주당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안에서 싸울 것 같아요. 그렇게 싸우면 지는 거 아닌가요?
프레시안 : 그러면 진보정당 빼고, 손학규, 문재인, 유시민이 통합을 하는 것은요?
하지원 : 그러면 도로 민주당이죠. 먼 길을 돌아서 온.
이태권 :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저만 없는 게 아니라 다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게 제일 문제죠. (웃음) 제가 시민으로 민주당에 조언을 하자면, 파도는 타야하는 거지, 거스르는 게 아닌 거라고 봐요.
이를테면 한미FTA 이슈 같은 것을 보죠. (FTA 반대자들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이 싫어도, 상황을 보면 민주당에 위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정동영 같은 사람의 전략이 제일 맞는 것 같아요. 민주당이 지금 대중의 지지를 가지고 뭘 하는 것은 아니죠. 가지고 있는 것은 딱 하나, 의원들 숫자예요. 그러면 원내 투쟁을 부각시키고 선명성을 보여주면서 자기들이 가진 것을 다른 야권 지지자들에게 어필을 해야죠. 그래서 칭찬을 받고, (통합이라는) 대세에 올라 탈 수 있도록 만들어야죠. 한미FTA 싸움 한다면서 아무도 관심 없는 야권 통합에 목매달고 있는 것 보면 한심해 보여요. 한미FTA 관련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사람을 숙청을 하든지...(웃음) 그런 리더십도 안보여요. 대세는 거스를 수 없고, 자기가 가진 것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원내투쟁이고, 한미 FTA 같은 중요한 이슈고, 그러면 뭘 보여줘야죠. 노무현 탄핵 때 보여준 것 이상을 보여줘야 할 때 아닌가요? 지금은 싫든 좋든 민주당에 기댈 수밖에 없잖아요.
하지원 : 민주당은 그런 기회를 발로 차는 것 같아요. 자기들의 과오를 인정했다면, 늦게라도 막겠다고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투쟁을 한다면 먹힐 것 같은데, 뭐 (조항) 하나만 어떻게 해보자. 이렇게 넘어가는 것을 보면...이를테면 '지금 통과될 것 같은데 민주당 의원들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트윗이 올라오면 대체 민주당 뭐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해요.
이태권 : 비유를 하자면 이런 거죠. 내가 스마트폰을 사는데, 아이폰이냐, 안드로이트 폰이냐 이걸 고민하고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랑 노키아랑 합친다고 하는 뉴스를 보면 아무 감흥이 없는 거죠. 합치는 거 아무도 관심 없잖아요. 야권통합 보는 시선이 이런 거예요. (웃음)
프레시안 : 의미 있는 비유네요.
이태권 :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가 결합해서 굉장히 멋진 스마트폰을 내놓았는데, 사람들은 '에이 그냥 아이폰 사자' 이러는 거죠. (웃음)
프레시안 : 민주당은 민주당이 주도해서 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원 : 자기들 덩치만 믿는 거죠. 정말 한 줌도 안 되는 민노당이나 진보정당 표를 못 가져와서 (선거에서) 안 됐다. 이런 표현을 쉽게 하는 것도, 웃긴 거고. 다른 진보 정당도 아니고 통합이나 연대를 생각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에게 아무리 그래도 '들어오시던가. 아니면 말고'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민주당이) 책임만 전가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임재범 : 민주당이 12월까지 통합한다고 하는데, 저는 웃긴 얘기라고 보는 게, 진짜 그 사람들이 (민주당 스스로가 통합을 하는 방향으로) 그렇게 생각할까요? 박원순 서울시장 될 때 민주당이 열심히 뛴 것은 알죠. 그냥 뛰었어요. 그런데 이긴 게 민주당 성과냐고요. 사람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하거든요. 박원순은 무소속이죠. 투표한 사람들은 '웃기는 소리 말라'고 하죠.
프레시안 : 그런데 선거 끝난 직후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미FTA 관련해 한나라당과 합의문을 만들었죠.
임재범 : 김진표는 노무현 정부 때 한미FTA 지지했던 관료 아닌가요. 지금 그 때랑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거죠?
프레시안 : 다른 말을 하고 있죠.
임재범 : 그런데 속 마음은 안 변한 것 같아요. 그것 사람들이 다 알죠. 민주당은 지금 속으로 반쯤은 '정신 분열' 상태일 것 같은데. 그런 것 사람들이 모를 것 같나요? 다 알아요.(끝)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