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세판이라는 말이 있다.
세 번은 해보고 나서야 결판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의 재판제도도 삼심제다. 억울함을 막기 위해서다. 단판 승부 가위바위보 게임에 지고 억지를 부릴 때 보통 쓰는 말이지만 뜻은 그렇게 가볍지가 않다.
더불어민주당 광주 동구청장 후보 임택(56)…지난 5월 4일 당내 경선을 승리하고 삼세판의 주인공이 됐다. 본선이라는 정상을 앞두고 이제 7부 능선쯤에 다가선 셈이지만 임 후보는 요즘 엔도르핀이 솟는 중이다.
어떻든 2004년, 2009년 잇따라 낙선한 2연패의 아픔을 씻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다시 맞았기 때문이다. 삼세판을 하자고 고집스럽게 우김질 한 결과다. 물론 그 상대는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이었지만.
구청장 도전에 두 차례 실패하고 세 번째에 이른 세월이 십 수 년이니 그 동안 임 후보의 삶이야 심산했을 게 빤하다. 물론 더 거슬러 오른들 임 후보의 인생은 녹록한 대목이 없다.
학생운동, 수배와 도피, 검거 후 병영에서의 관심사병 생활, 위장취업과 노동운동, 개혁당 참여 운동 등등 오만 풍상을 다 겪었다. 생업도 숱하게 바뀌었다. 노동연구소 연구원, 녹즙 배달, 중국집 사장, 진보신문 지역기자…그리고 제약회사에 영업직으로 취직해 약가방도 들었다.
그럼 그동안 그의 아내 김해정씨는?
두말할 나위 없다. 학습지 과외교사, 중국집 찬모, 빨간 펜 방문교사, 어린이 집 보육교사 등등 안 해본 일이 없다. 그러다 병을 얻었다. 2004년에 뇌종양 수술을 받았고 2016년에 다시 재발해 죽을 고비를 넘긴 큰 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다.
달포 전 자서전을 펴내고 나서 임 후보는 많은 전화를 받았다. 책을 읽으며 눈물을 많이 흘렸다는 전화들이었다. 92년 3월에 전통혼례를 치른 후 26여 년 동안 두 사람이 함께 걸어온 고난의 행군을 짐작케 하는 일화다.
경선에 승리한 직후 임 후보는 ‘풀뿌리자치 20년 경험을 살려 살기 좋은 동구를 만들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지지자들에게 보냈다.
맞는 말이긴 하다. 구 의원 출신이 구청장 후보에 까지 이르렀으니, 임택 후보는 풀뿌리 자치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지역 정치인임에 틀림없다.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결코 수월치 않았을 그의 도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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