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신지호·안형환, 하다하다 '팀킬'까지…

[프덕프덕] '나경원 방패' 3인방, 살신성인 활약상

이분들 '세심'하다. 자신들이 보좌하는 나경원 서울시장 한나라당 후보가 낸 책 제목 <세심>, 그대로다. 단어 하나 하나에 무척 집착하신다.

세심하기만 한가? 과감하시기도 하다.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때론 팀킬, 더 나아가 자폭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분들을 선거 초반 10%포인트 넘게 차이 나던 지지율을 박빙까지 끌어올린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선 물불 가리지 않는 진흙탕 싸움, 정책은 오간데 없고 상대 후보 물어뜯기만 난무하는 구태정치로 이번 선거를 몰고갔다고 비판하지만, 선거에서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냉혹한 정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의 활약은 오늘도 눈부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강타한 '안철수-박원순 바람'에 많은 이들이 "현 정당 시스템의 위기"를 말했다. 이들은 정치권을 강타한 '변화의 바람'에 맞서 현 정당의 우월성을 견줘보기 위해 숨어있던 '최종병기'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분들의 세심하면서도 과감한 '희생(?) 플레이'의 배후 작전 세력은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한 많은 정치인들인 듯 싶다. 이 피 튀기는 전쟁의 최전방에 나선 이들의 활약상을 집중 조명해 보고자 한다.

자원투수 "상원의원" 강용석

누가 뭐래도 일등공신이다. 자신을 출당시킨 당을 위해 몸바쳐 뛰고 계신다. 하긴 국회 윤리위원회까지 통과한 의원직 제명안을 본회의에서 부결시켜준 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필두로한 한나라당이니 그럴만 하다고도 할 수 있다. 출당 직후엔 그 충격 때문이신지 '삼성 저격수'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정신병력까지 폭로하시더니 별다른 반향이 없자 선거 시기를 맞아 '박원순 저격수'를 자청했다.

'구원(救援)투수'인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고, '자원(自願)투수'인 것은 분명하다. 막 던지신다. 본격적인 양자대결에 들어가기 전부터 아름다운재단의 대기업 후원을 엮어 박원순 후보를 흠집내기 시작했다. 이분의 가설은 참여연대가 대기업을 압박했기 때문에 아름다운재단에 대기업들이 거액을 후원했고, 이 돈 중 일부를 박원순 후보 등이 유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명예훼손으로 강 의원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삼기 시작한 게 박 후보의 '학력 위조 논란'이다. 참고로 강 의원은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 나 후보도 서울대 법대를 나왔고, 강 의원과 함께 학력 위조 논란을 주로 제기하는 안형환 의원도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학력은 다들 빠지지 않고, 이처럼 집요하게 문제제기하시는 걸 보면 이분들이 타인을 볼 때 매우 중요한 잣대가 아닌가 추측해본다.

맨 처음엔 박 후보의 '서울대' 입학을 문제 삼았다. '사회계열'인데 왜 일부 저서와 언론 보도에 '법대'로 돼 있냐는 것이다. (이 논란에 대해선 이미 여러 차례 보도가 됐으니까 생략하겠다.) 이젠 '서울대 문리대 사회계열 입학을 '서울대 문리대 입학'이라고 쓴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고 나섰다. 이 무시무시한 서울대 동문들 앞에선 "서울대에 복적할 수 있었으나 포기하고 단국대를 졸업했다"는 해명 따위는 들리지 않는 듯 하다.

이어 강 의원은 해외학력 논란을 제기했다. 박 후보의 하버드대, 런던대 정경대, 스탠포드대 관련 경력이 모두 허위라는 의혹을 꺼냈다. 이에 박 후보 측이 하버드대, 스탠포드대, 런던대 수학 관련 입증 자료를 공개하자 이번엔 '단어'를 문제삼기 시작했다. "비지팅 펠로우즈(fellows)냐, 비지팅 스칼라(scholar)냐, 비지팅 프로페셔(professor)냐." 해외 허위학력 논란에 대해 박 후보 측이 먼저 강 의원과 안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이에 강 의원은 박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로 맞고소했다.

이를 폭로하는 과정에서 강 의원이 하버드대 로스쿨 쪽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대한민국에는 있지도 않은 상원의원(senator)를 사칭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최고의 학벌답게 영어가 짧은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치 않은 영어 단어들의 '등급'과 '무게'에 그토록 집착하시는 강 의원께서 왜 자신을 상원의원이라고 지칭한 메일은 버젓이 공개하셨는지 궁금하다. 이후 강 의원이 선거에 나오신다면 상대 후보는 이 사실도 꼭 챙겨보시라.

▲ 강용석 의원이 공개한 하버드 로스쿨 쪽으로부터 받은 답변 메일. ⓒ프레시안

신상털기 달인(?) 신지호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 터진 사건이 신지호 의원의 '음주 방송'이었다. 나 후보 대변인 중 하나였던 신 의원이 지난 6일 MBC <100분 토론>에 폭탄주를 마신 뒤 출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물의를 빚었다. 신 의원은 결국 하루 만에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며칠 뒤인 지난 11일 신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을 불쑥 찾아왔다. 90도 각도로 절을 하면서 음주 방송에 대한 사과를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어 박 후보의 작은 할아버지가 강제 징용된 게 아니라 기업 등 모집에 자발적으로 응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역사문제연구소 등 관련 연구단체와 언론들은 "일제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식민사관"이라고 비판을 했다. 신 의원은 이런 비판적 보도를 한 10여개 언론을 상대로 "정정보도를 하지 않을 경우 조치를 취하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신 의원의 주장을 '돈벌이 징용'으로 해석했다가 내용증명을 받게 된 한 기자는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갔다는 건데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니라면 그 시절에 사할린에 자원봉사라도 갔다는 얘기냐"며 억울해 했다.

급기야 신 의원은 17일 박 후보의 제적등본 "사본"을 정론관에 들고 나왔다. 2008년 이전에는 호적예규에 따라 이름과 본적만 알면 타인의 호적등본을 어렵지 않게 떼어볼 수 있었지만, 호주제가 폐지되고 가족관계증명서가 도입되면서 개인정보 보호를 목적으로 본인, 배우자, 직계가족만 증명서 교부를 청구할 수 있게 됐다(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규칙 제19조). 대리인일 경우 위임장이 필요하다. 소송 등 국가기관의 필요에 따라 제3자가 제적등본을 발급받을 수 있는 예외도 있다.

박 후보와 친인척 관계일 가능성은 '제로'인 신 의원이 박 후보의 제적등본을 어떻게 확보했을까? 신 의원도 이 문제의 민감성을 알고 "익명의 제보자가 줬다"며 '사본'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하면서 입수경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함구하고 있다. 제보자가 있다면 그는 박 후보의 제적등본 사본을 어떻게 확보했을까?

▲ 박 후보의 제적등본 사본을 공개하면서 병역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신지호 의원. ⓒ연합

'허위 학력' 과거 드러난 안형환

이분, 의리 하나는 크게 사줘야 한다. 나 후보 캠프의 대변인이 혼자가 아닌데 거의 독박 쓰는 분위기다. 박 후보의 하버드대 허위 학력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안 의원 본인이 지난 총선에서 하버드대 허위학력 기재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전력이 거론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강 의원은 박 후보 허위학력 관련 보도자료를 내면서 박 후보의 의혹을 입증해줄 첨부자료로 안 의원의 유죄 판결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건 가히 '팀킬' 수준이다. 안 의원 입장에서 보자면 살신성인의 자세다. 당시 안 의원의 유죄 판결은 허위 학력 기재 뿐 아니라 우연히 만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과 대화 내용을 오 시장이 선거운동을 지원하러 왔다고 연설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포함돼 있다.

이분들을 너무 비난하시지 말았으면 한다. 그렇다면 왜 이 기사를 썼냐고? 결코 '네거티브'가 목적이 아니다. '검증'이다. 이분들이 하신 행위가 어떤지 꼼꼼이 뜯어보기 위해서다. 판단은? 유권자 몫이다. 어쩌면 이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정확한 현주소인지도 모른다.

*'프덕프덕'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풍자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