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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 경영 퇴출" 조양호 발표, 여론은 "뒤늦은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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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 경영 퇴출" 조양호 발표, 여론은 "뒤늦은 꼼수"

'회장 오른팔'이 전문경영인?..."조 회장부터 물러나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2일 국민과 대한항공 직원에 대한 사과문을 통해 '갑질 파문'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두 딸 조현아(44)·조현민(35) 씨를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둘째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논란이 된 지 열흘 만이다.

대국민 사과문에서 조 회장은 "제 가족들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과 대한항공 임직원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조현민 전무에 대해 대한항공 전무직을 포함해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하고,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사장직 등 현재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자택공사에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해 9월 19일 경찰청에 출두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딸만 경영 퇴출 대상이냐"


그러나 여론은 "사과할 자격조차 없는 회장의 뒤늦은 꼼수 조치에 불과하다"는 싸늘한 반응이 대부분이다. 조양호 회장부터 '갑질의 본좌이자 가족 갑질 비호자'로 경찰의 수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미 '조양호 가족 전체'가 '상습적 갑질' 차원을 넘어서 사법처리가 되기에 충분한 범죄혐의로 사정당국의 수사대상이 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000년 항공기 도입 과정에서 받은 리베이트를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해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으며,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서울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 인천 영종도 호텔 공사비 일부인 30억 원 가량을 가로채 사용했다는 혐의로 경찰이 수사해 지난해말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상태다.

한진그룹의 공식 직책도 없으면서 직원들에게 온갖 갑질을 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는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도 같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 사건의 실무책임자로 먼저 기소된 한진그룹 건설부문 고문 김모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조 회장 일가는 세관 직원의 묵인 하에 밀수를 일삼았다는 구체적인 폭로와 근거 자료들이 입수되면서 창설 이래 최초로 검찰 출신이 관세청장(김영문 청장)으로 부임한 관세청이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 최초의 수사'를 벌이는 중이다.

그런데도 조 회장이 두 딸을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한 뒤의 핵심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오른팔'로 불리는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대한항공 전문경영인 부회장으로 앉히겠다는 것이다.

'세습 경영' 1순위 후계자인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조 회장은 현직을 유지한 채 '거수기'로 불리는 석 부회장을 전문경영인으로 삼겠다는 것은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총수 일가가 경영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라"는 현재의 여론의 질타와는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역시 지난 2000년 교통단속을 하고 있던 경찰관을 치고 달아나다가 시민들에 붙잡혔고, 2005년에는 70대 노인에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등 경영자로서의 도덕적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은 인물이다.


조 회장 일가가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될 정도의 '갑질 집안'으로 낙인찍힌 것을 넘어 '범죄자 집단'이라는 의혹마저 터져나오는 사태의 심각성을 조 회장이 잘 모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현민 씨의 '물벼락 갑질' 파문 이후 그동안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숨죽여 왔던 대한항공 현직 직원들마저 언론에 다양한 제보를 쏟아내고 있고, 아예 오너 일가의 각종 갑질과 불법행위를 제보하기 위한 직원들의 채팅방이 개설될 정도다.

정부 당국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의 비리와 관련해 조사중인 것만 벌써 4가지다. 경찰은 조현민 씨의 '물벼락 갑질' 수사로 조 씨를 피의자로 입건한 데 이어 '일상적 갑질' 폭로가 이어진 이명희 씨를 대상으로 내사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는 미국 국적인 조현민 씨가 외국인은 등기이사가 항공사의 등기이사가 될 수 없는 항공법을 위반해 6년간 진에어 등기이사로 등재됐던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내부 감사에 들어갔다. 또한 관세청은 지난 21일 조 회장 일가 자택 3곳 등 동시에 압수수색을 단행하고 조만간 관련자들을 소환할 계획이다.

두 딸을 경영에서 물러나게 했다는 조치에 대해서도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맏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자 기다렸다는 듯 3개월만인 지난 3월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자숙 기간'인 집행유예 기간에 서둘러 조현아 씨를 사장으로 '영전' 시킨 조 회장이 한 달만에 다시 조 씨를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볼 때, 두 딸만 일단 경영에서 손을 떼게하겠다는 발표 역시 여론과 사정당국의 포화를 조금이나마 피해보겠다는 '꼼수'로 비쳐지는 이유다.

현재 청와대 게시판에는 대한항공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 등이 나서서 조 회장 일가 모두가 실질적으로 경영에서 손을 떼도록 하고, 전문경영체제 도입 등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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