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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빤스당'은 '범여권'에 포함되나요?

[프덕프덕]<26>법제처장 출신 이석연, '범여권 후보' 자처하는 이유

"근데 여권(與圈)에도 '범여권(汎與圈)'이라는 말이 있나요?"

16일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서울시장 출마 의지를 내비치며 '범여권 단일후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기자들의 궁금증은 늘었다. 한 정치평론가는 '허허허' 웃었고,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그런 게 어디있나. 한나라당에 들어와 경선해야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경원 최고위원 외에 두드러진 후보가 없어 골몰하던 한나라당은 이 전 처장의 출마 의사 표명에 일단 환영하고 나섰다.

이 전 처장이 사용한 '여(與)'라는 말의 뜻은 '정부와 한패'라는 의미다. '여=정부·한나라당'의 등식 외에 성립할 수 없는 말이다. 여기에 '범'자가 붙은 '범여권'에 포함될 수 있는 인사는 한나라당 당적을 가지고 있거나, 당적이 없더라도 이명박 정부 청와대나 정부, 즉 국정에 참여한 전력이 있는 인사들 정도다.

▲ 이석연 전 법제처장. ⓒ뉴시스
물론 BBK 특검 위헌 소송 변호인단 출신의 이 전 처장은 장관급인 법제처장을 지낸 전력이 있기 때문에 '범여권'으로 볼 수 있다.

'여'를 '한나라당'으로 바꿔보자. '범한나라당'이라는 표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범한나라당 후보'라는 표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한나라당 후보면 한나라당 후보지, '범한나라당 후보'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 전 처장이 '보수를 아우른다'는 의미의 '범보수 후보'라는 말을 '범여권 후보'로 잘못 표현했다? 물론 그런 추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명색이 법제처장 출신이 용어를 잘못 사용했다? 그런 추측은 하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 정부 법제처장 출신 인사를 감히 '졸'로 보는 꼴이다.

여기에 근거해 다음 문제를 풀어보자.

1. 다음 [보기]의 발언으로 스타가 된 전광훈 목사가 추진중인 '기독교 보수 신당'(기독빤스당이라는 비아냥을 받고 있는)은 범여권일까? (O/X)

[보기] "'빤스 내려라' 해보고 그래도 하면 내 성도요, 또 하나는 인감증명을 끊어 오라고 해서 아무 말 없이 가져오면 내 성도요. 어디 쓰려는지 물어보면 아니다.(<뉴스앤조이>의 2005년 1월 22일자)"

2. '종북 좌파 척결'을 내세우며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와 이른바 '조갑제신당'은 범여권일까? (O/X)

3. 그 조갑제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강력 추천한 전원책 변호사는 범여권일까? (O/X)


답은 모두 'X'다. 한나라당의 노선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당을 창당하려는 이들 모두는 범여권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원책 변호사는 현 정부에 참여한 적이 없기 때문에 범여권에 포함되지 않는다. '범여권 단일후보'가 되려면 이 전 처장을 포함한 누구라도 한나라당에 입당해 나경원 최고위원같은 다른 많은 '범여권 후보들'과 겨루는 수밖에 없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그랬다.

"한나라당이 야당(의 범야권 통합 경선 방식)을 따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범야권'의 댓구로 '범여권'이라는 표현을 이 전 처장이 일부러 사용했을 것이라는 정도다. 박원순 대항마의 이미지 구축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가 밑밥을 깔았다. 박원순과 이석연이 걸은 '시민운동가'의 길을 비교하며 그들이 '라이벌'임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이석연 전 처장은 본인이나 시민사회단체 내에서도 시민운동가의 정체성보다는 헌법학자로서의 정체성이 더 크다고 평가되는 인물이다. 경실련 사무총장(1999-2001)을 지내긴 했지만 일종의 영입 케이스다. 박원순 변호사처럼 참여연대를 만들고 키운 시민운동가 '1세대'라고 보기엔 무리다. 경실련 내에서 박원순 변호사에 대비될 수 있는 인물은 이 전 처장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보수진영으로 넘어온 서경석 목사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박원순의 대항마로 이석연을 놓으려는 건 다분히 선거공학적인 접근이다.

결국 '범여권 단일후보'는 말장난이다.

* 전광훈 목사 측이 2016년 4월 6일 법률사무소를 통해 자신의 발언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관련 발언은 전 목사가 2005년 1월 19일 대구 서현교회에서 개최된 청교도영성훈련 집회에서 목사 1400명과 목사 부인 600-700명을 상대로 강연한 발언의 취지가 악의적으로 왜곡 유포된 결과입니다. 그 자리에서 전 목사는 "과거에 어느 목사 같지 않은 목사가 여신도와 간통을 한 혐의로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성직자가 왜 이런 행위를 했냐는 검사의 질문에 본인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 여신도가 유혹해서 그렇게 되었고 자기도 피해자라고 변명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는데, 이는 목사가 두 번 죄를 짓는 것이고 성도에게 책임을 돌리면 안 되는 것이다"라고 비판하였습니다.

본보가 인용한 <뉴스앤조이> 보도 발언은 전후 맥락을 생략한 채 특정 발언을 완전히 왜곡한 것이라는 게 전 목사의 주장입니다.


또 위 발언이 문제가 되자, 발언 당시 청교도영성훈련원에서 전 목사의 강연을 들었던 출입기자 40여 명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3개월 간 진상조사를 한 결과, 전 목사의 발언은 "성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예화와 풍자로 설명한 것"이며, <뉴스앤조이> 기사에 대해 "진보언론으로 분류되고 있는 언론매체가 극우 성향의 전 목사에게 도덕적으로 상처를 입히기 위해 기획, 연출한 언론 폭력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고 밝혀왔습니다.


그러나 <뉴스앤조이>는 관련 기사와 해당 발언을 한 사실 자체는 시인하는 전 목사의 인터뷰 등 후속보도를 여전히 게재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청교도영성훈련원 엽기 외설 강연 '물의', "내가 이단이면 한국 목사 90%가 이단이다" ) (편집자)


* '프덕프덕'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풍자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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