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신은 1908년부터 일본에서 수입됐다고 한다.
최초의 우리나라 고무신 메이커는 ‘대륙고무’였고, 한말 법무대신을 지낸 이하영이 1919년 대륙고무(주)를 처음 설립했다.
대륙고무의 첫 제품은 1922년 순종이 신은 것으로 하얀고무신이었다고 한다.
그 후 1921년 김성수가 중앙상공(주)을, 김동원은 정창고무공장을 평양에 설립했다.
그 당시 짚신·미투리·갖신·나막신을 신을 때 고무신은 큰 인기를 끌었다.
고무신은 짚신처럼 금방 닳지도 않고, 비가 와도 젖지 않았다. 바닥이 평평하기 때문에 걷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누구나 신었던 것으로, 신발만으로 황제인지 양반인지, 상인인지 백정인지 신분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고무신은 평등의 상징이었다.
그랬던 고무신이 군사정권 시절에는 막걸리와 함께 부정선거의 상징이 됐다.
당시 정치인들이 투표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뿌렸던 대표적인 상품이었다.
그 시절 선거철은 가난한 사람도 새 신을 신을 수 있어 명절보다 나았다. 고무신을 받아 쥐고 막걸리 몇 잔 얻어 마시면 양심상 도저히 다른 후보를 찍지 못했다.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고무신에 이어 ‘고등어 선거’란 신조어가 나왔다.
경북도선관회는 경북도지사선거와 관련, 지난 설명절 전 고등어 세트를 돌린 혐의(제3자기부행위)로 자유한국당 경선후보인 모 국회의원의 지지자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A씨는 자신이 지지하는 한국당 경선주자인 모 국회의원을 위해 시가 1만7000원 상당의 고등어 세트 188개(319만6000원 상당)를 언론사 기자 및 선거구민,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170명에게 택배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선관위는 선물을 받은 안동 등 경북 북부권 기자 등에 대해 28일 선물가액의 2~3배에 달하는 과태료 처분을 했다.
세상이 광속으로 변하고 있는 시점에 여전히 금품선거가 판을 치고 있다.
검정 고무신에 막걸리 한잔 얻어마시면 마음이 쓰여 다른 후보를 찍지 못했던 옛날 인심이 아닌데도 말이다.
아직도 유권자들의 의식수준을 60~70년대 즈음으로 착각하고 있는 영혼없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고무신 거꾸로 신는’ 댓가를 치르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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