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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광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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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광주는 달랐다

대구시의회의 기초의원 4인 선거구 쪼개기

대구와 광주는 역시 달랐다. 대구는 광주가 아니었다.

 

대구시의회는 19일 제 256회 임시회를 열고 오는 6월 실시할 제 7대 지방선거의 구군의회 기초의원 선거구를 2인 선거구 30곳과 3인 선거구 14곳으로 확정했다. 대구시자치구·군원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권고한 4인 선거구 6곳을 모두 2인 선거구 12곳으로 쪼개 수정 통과시킨 것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 20명은 전원 일어서서 찬성했고 바른미래당 시의원 4명과 민주당 시의원 1명, 대한애국당 시의원 1명 등 6명이 반대했다.

 

대구시의회의 다수당인 자유한국당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대구시민은 자유한국당을 절대 지지할 것이라는 믿음과 오만함이 이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간담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자는 투표방법조차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에 의해 묵살됐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시의원 3명이 반대토론에 나섰지만 절대다수를 차지한 자유한국당 시의원 누구도 찬성 토론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날 방청석에서는 정의당과 노동당, 시민단체 등에서 격렬한 야유와 비난이 이어졌고 회의를 진행했던 류규하 시의장은 "방청석의 소란은 퇴장당할 수 있다"는 경고에 이어 퇴장시키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진작부터 이런 조짐은 있었다. 대구시의회는 2005년에도, 2010년에도 4인 선거구를 두라고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권고했지만 그때마다 지역 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당시 한나라당은 이를 쪼개 2인 선거구로 만들었다.

 

대구시의회의 이번 결정에 앞서 지방의회의 기초의원 선거구를 4인 선거구로 유도해서 여론의 다양성과 소수정당의 의회 진입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여망을 받아 대구시와 광주시의 정의당과 시민단체가 4인 선거구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는 공동 전선을 펼쳤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지난 15일부터 당직자들이 대구시의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며 4인 선거구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그러나 같은 날 광주시의회는 획정위의 4인 선거구 1곳을 오히려 2곳으로 늘리는 대범함을 보였다. 대신 3인 선거구를 17곳에서 16곳으로 줄이고 2인 선거구도 2곳에서 3곳으로 늘렸다.

 

이날 대구시의회의 본회의에서는 선거구획정위가 권고한 원안을 2인 선거구로 쪼갠 수정안을 표결에 넘길 때 바른미래당의 임인환 의원과 윤석준 의원, 민주당의 김혜정 의원이 반대토론에 나섰다.

 

임 시의원은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려고 하니 사회에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소수자가 오히려 억압받고 심지어 자기 권리마저 지키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꼬집고는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다수결의 논리는 다수결의 횡포이고 다수결의 독재일 뿐"이라며 민주주의는 역행하고 사회혼란만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김 시의원과 윤 시의원도 다수당의 횡포를 비난하며 소수당에 기회를 줘서 여론의 다양성과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는 정의로운 대구시의회가 되어 달라고 동료 시의원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시의회 재석 27명 중 불참한 김의식 시의원을 제외한 자유한국당 소속 20명의 시의원 전원은 찬성표를 던졌다.

 

김의식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은 기획행정위원으로 상임위원회에는 참석했으나 본회의 표결에는 불참했다.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기에 누구 하나 찬성토론을 하지 않고, 그래도 공천이 무서워 기립투표하고는 시민단체와 진보정당 당원들의 야유속에 조용히 퇴장하는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들은 부끄러웠을까.

 

대구시의회 자유한국당의 이같은 횡포에 지역의 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중당 등 정당들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자유한국당의 횡포를 비난했다. 

 

이런 비난 속에서도 대구시의회가 4인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기 한 것은 지역의 대표성을 주장하고 4인 선거구에서 오는 수준 미달의 득표에 따른 기초의회 구성을 막는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그렇게 쪼개기하고 소수 여론을 무시하더라도 대구시민의 선택은 역시 특정 정당에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이날 대구시의회의 기초의원 선거구 획정안 수정 통과는 대구와 광주의 시민의식을 비교하는 거울이 됐다는 평가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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