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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잇는 국회 성추문, 이례적인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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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잇는 국회 성추문, 이례적인 언론보도

[김종배의 '뉴스진맥']<8> '새로운 한나라' 실체 있는 구호?

권재진과 '새로운 한나라'
이명박 대통령이 기어코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기용하려나 봅니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가 "권재진 수석이 법무장관 단수 후보"라고 전했다고 하네요. '중앙일보' 보도입니다. 비단 '중앙일보'의 보도만이 아닙니다. 여야가 어제 일제히 권재진 법무장관 기용을 전제로 입장을 표명한 걸 보면 정치권도 '권재진 법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양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를 보는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그 인사에 담긴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말기 구상입니다.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민감한 시기에 자신의 참모를 법무장관에 앉히겠다는 건 '등 떠밀린 뒷방 늙은이' 신세는 단연코 거부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할 겁니다.

바로 이 점이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를 파생시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권재진 법무' 카드가 무탈하게 관철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인데요. 얼핏봐선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 내에서도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하니까요. 남경필 최고위원이 '공정성 시비가 일 소지가 크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당내 중도 소장파 모임이라는 '새로운 한나라'도 회의를 열어 '부적절' 결론을 냈다고 하니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가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것만도 아닙니다.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다수는 '권재진 법무'를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자, 여기서 전혀 새로운 관전 포인트 하나가 추가되는데요. 그건 '새로운 한나라'의 실체입니다. 과연 '새로운 한나라'를 지향하는 당내 의원들이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입장과 지침을 어기고 '권재진 비토'에 나설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한 번 두고 보죠. '새로운 한나라'가 실체가 있는 구호인지….

친이·친박의 합창
한나라당의 새로운 면모 얘기가 나온 김에 뉴스 하나를 추가하겠습니다. 사무총장 임명을 둘러싼 당내 파열음입니다.

홍준표 최고위원이 어제 '김정권 사무총장' 카드를 밀어붙였습니다. 유승민·원희룡 최고위원이 회의장을 퇴장하며 강하게 반대했는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얻어 관철시킨 겁니다.

그 뒤 설전이 오갔습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홍준표식 사당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고 비난했고, 홍준표 대표는 "당 운영은 홍준표 중심으로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한 고위 당직자가 "오늘의 모습이 한나라당의 현주소"라고 말했다는데요. 이 말 그대로입니다. '새로운 한나라'의 모습은 구태입니다. 계파의 벽을 허문다는 새 지도부가 사무총장 자리 하나를 놓고 고성과 삿대질을 불사하는 판입니다. 바뀐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현재는 과거의 연장입니다.

그럼 미래는 어떨까요? 사실 이게 주된 관전 포인트인데요. 자칫하다간 '대형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사무총장 인선 잡음이 공천 갈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거든요.

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유승민 최고위원은 친박의 지원을, 원희룡 최고위원은 친이의 지원을 받은 사람입니다. 이런 두 사람이 공천을 주도하는 사무총장에 '홍준표 사람'을 앉히는 데 격렬히 반대했습니다. 이게 뭘 뜻하겠습니까? 친이·친박 모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공천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런 판에 공천과정에서 흠이라도 나면 친이와 친박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갈등이 배가되는 것입니다.

그나저나 정정해야겠네요. 이렇게 보니 다른 건 몰라도 친이와 친박의 계파 화합은 일회성으로 이뤄진 셈이네요. 친이계 최고위원과 친박계 최고위원이 사무총장 인선에 관해서만큼은 한 목소리를 냈으니….

줄잇는 국회 성추문, 이례적인 언론보도
강용석 의원과 최연희 의원이 생각납니다. 성추문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았던 두 의원은 요즘 뭐하고 사나 궁금해집니다. '조선일보'를 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두 의원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국회 내 성추문이 잇따라 터지고 있답니다. '뽀뽀괴담'에 '택시괴담'까지 국회의원과 보좌관 관련 성추문 설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합니다. 한 여당 의원이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여기자에게 기습적으로 '뽀뽀'를 했다고 합니다. 다른 여당 의원이 술에 취한 채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택시에 올라타 애정행각을 벌이다 '블랙박스에 다 녹화했다'는 택시기사의 협박을 받고는 5000만 원을 줘 무마했다고 합니다. 한 여당 의원실에서는 보좌관이 미혼 여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야당 의원의 보좌관은 여자 화장실에서 휴대폰으로 '몰래 카메라'를 찍다가 발각됐다고 합니다.

이 같은 성추문 설이 잇따르자 박희태 국회의장이 진상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유럽 발트3국을 순방 중인데도 수시로 전화 보고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눈길을 끄는 게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행적을 전한 '조선일보'가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국회를 둘러싼 성 관련 루머는 늘 있어 왔으나 국회의장이 사실 확인에 나서 보고서까지 내라고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한 구절입니다. 이 구절을 이렇게 바꿀 수도 있습니다. "국회를 둘러싼 성 관련 루머는 늘 있어 왔으나 언론이 사실 확인에 나서 보도까지 낸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강용석·최연희 의원의 사례가 그 '이례적인 보도'에 해당되는 것일 겁니다.

왜일까요? 왜 언론은 '늘 있어 왔는데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을까요? 성 관련 '루머'이기 때문일까요? 사실로 확인되지도 않은 루머를 그냥 보도하면 명예훼손에 해당되기 때문일까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볼 일만도 아닙니다. '조선일보'가 전한 성추문 사례에는 여기자도 등장합니다. 성추행, 즉 '기습뽀뽀'의 피해자로 등장합니다. 만약 이 행위가 실제로 있었다면 다른 곳은 몰라도 그 여기자가 소속된 언론사는 보도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기자가 피해자이자 증인이니까요. 한데 그 언론사가 보도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대신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그 여기자가 선배 기자와 함께 강력히 항의해 그 자리에서 해당 의원의 사과를 받아냈다는 내용입니다.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여기자가 의원으로부터 사과를 받았으니까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보고 보도를 하지 않는 게 맞는 걸까요?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를 해야 할까요? 그도 아니면 사과를 받을 필요도 없이 보도부터 했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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