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기 청와대 전 민정수석과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맡았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이 부산저축은행의 변호사를 맡았던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이날 자체 입수한 부산저축은행 사건위임계약서를 공개하며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용두사미가 돼 버린 사연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철 "거액의 수임료, 서민들의 피눈물 같은 돈"
정 전 수석과 이 전 중수부장은 법무법인 '바른' 소속이다. 이들은 지난 4월 부산저축은행과 수임계약을 체결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계약서에 따르면 착수금으로 3억 원을, 성공보수로 9억9000만 원을 약정했다.
특히 이들은 구체적인 사항별로 성공보수를 책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 불입건시 3억3000만 원, 불구속 기소시 2억2000만 원을 받기로 했으며, 김민영 부회장과 강성우 감사에 대해서도 이들이 불입건시 2억2000만 원, 불구속 기소시 1억1000만 원을 받기로 약정했다.
김동철 의원은 이날 민주당 고위정책회의에서 "감사원장까지 내정됐다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내정을 철회했던 정동기 전 수석과 2년 전 태광실업 수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까지 몰고갔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이 현직 중수부를 상대로 변호 활동을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 정권의 진의는 저축은행을 파헤치겠다는 것인지, 이 사건을 통해 거액을 챙기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부산저축은행이 주기로 한) 거액의 수임료는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지적한 서민들의 피눈물 같은 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대검 중수부가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를 그려놨다"며 검찰의 저축은행 수사 중간발표를 질타했다. 김 원내대표는 "'거악 척결'을 이유로 중수부 폐지를 반대해 놓고 스스로 존재 의미를 실종시켰다"며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권력형 비리의 몸통에서 꼬리까지 의혹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저축은행 측은 두 사람과의 변호사 수임 계약 체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계약 내용이 터무니없다고 판단해 곧바로 두 변호사를 해임했다"고 밝혔다.
29일 본회의서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
여야는 이날 282명 의원 명의로 '저축은행 비리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조사범위에는 △부실 저축은행 예금자 및 후순위채권 투자자 피해 현황 및 피해 대책 △부실 저축은행 대주주 및 임직원 등의 은닉재산 및 범죄수익 환수 추진계획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사전 예금인출 경위 및 조치 △저축은행 감독 부실을 초래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정책결정 경위 및 조치 상황 △감사원의 금융감독원 감사경위와 조치 상황 등이 포함됐다.
국정조사 특위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여야 의원 18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하고 7월 초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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