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서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안전 매뉴얼만 지켰어도 일어나지 않을 참사입니다. 더 이상 제2,3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고 원인 규명이 필요합니다."
29일 오전 포항시 남구 ㈜포스코(POSCO.포항제철소) 내 산소공장 정비 작업 중 숨진 협력업체 노동자 故(고) 안모(31)씨의 장인 윤모(61)씨는 이같이 호소했다. 검은 상복을 입은 그는 하얀 연기를 내뿜는 제철소를 바라보며 입사 3년만에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사위를 떠올렸다.
윤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지난 27일 '포스코 질식사고 사망노동자 유가족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또 앞서 숨진 이들과 유사한 작업을 했던 복수의 퇴직자들로부터 ▷작업 중 산소 유입 차단을 위한 가스관 사이에 맹판(blind patch)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교체 작업 완료 전 산소공장을 가동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대책위는 29일 포스코 본사 앞에서 금속노조포항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와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가 밸브 작동과 질소 조기 공급 등의 권한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며 "유족들이 제기한 가능성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책임은 포스코에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유가족-포스코간 협상단 직접 구성과 ▷공장 가동 일지 공개를 위한 본사 압수수색 등 강력한 사법조치 ▷노동청 특별근로감독에 유가족 참여 ▷유가족에 사고 경위 공개 등을 요구했다. 유족 안인광씨는 "앞서 과거에도 같은 이유로 해당 공정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노동자들이 있었다"며 "포스코 내 표준작업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족들은 사고 원인 규명 때까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29일 포항남부경찰서(서장 정흥남)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2차 현장 조사를 통해 숨진 이들이 발견된 곳으로 이어지는 질소가스 밸브 일부가 열려 있었던 것을 확인하고 포스코와 협력업체 직원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조사 중이다. 앞서 25일 오후 4시쯤 포스코 내 산소공장 냉각탑에서 충전재 교체 작업을 하던 중 협력업체 직원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망 원인을 질소 가스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청장 이태희)도 이날부터 2주간 포스코 내 38개 공장, 56개 협력사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간 상태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13~14플랜트(공장)을 비롯해 공기가 희박하거나 유해가스 발생으로 질식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밀폐공간작업' 2천여곳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근로감독관, 안전보건공단 관계자 등 50여명을 투입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포스코 '중대 재해'에 대해 정치권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29일 오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홍영표) 소속 장석춘(자유한국당.경북구미을) 의원은 한국노총포항시지부가 포항시근로자복지회관에 마련한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유가족들과 면담을 가졌다. 앞서 26일에는 이상기 고용노동부 차관과 권오준 포스코 대표, 27일 이강덕 포항시장, 28일 자유한국당 박명재(포항남)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추혜선 의원이 합동분향소나 빈소를 방문해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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