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분노'의 심경을 밝힌 데 대해, 통합을 추진 중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지도부에서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 전 대통령을,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각각 초점을 뒀다.
안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입장 발표가 아니라 구차한 변명이자 초점을 흐려 상황을 호도하려는 술수에 불과했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골목 성명'을 30년 만에 다시 보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제기된 의혹의 사실관계에는 한 마디 말도 없고 '보수 궤멸', '정치 보복' 운운했다"며 "어떻게 전직 대통령이 특정 진영의 우두머리인 양 말하는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그는 "과거 측근들의 입을 통해 진상이 드러나고 수사망이 좁혀오니 정치 술수로 빠져나가려는 몸부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단 안 대표는 문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런 상황에 분노, 격노를 할 게 아니라 더 차분하게 흔들림 없이 엄정한 수사로 확실한 증거를 들이대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유죄 판결을 받아내는 역량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유 대표는 같은날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대적으로 이 전 대통령보다는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더 많은 발언을 할애했다. 유 대표는 "이명박 정부 때 뭔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을 밝히고 바로잡는 것은 검찰과 법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게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역할이 아니다. 문 대통령께서 그런 식으로 감정을 앞세우면 그게 검찰에게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이것은 권력기관의 독립, 개혁과 직결된 문제"라며 "대통령께서 그런 식으로 '분노했다'고 감정을 앞세우면 국민들 대부분이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라고 지시한 가이드라인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만히 계시면, 검찰이 수사하도록 그냥 두면 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유 대표는 "이명박 정부 때 문제가 있었으면 밝히자, 좋다. 다 밝히자"며 "다만 독립되고 공정한 검찰과 법원이 밝히라고 두면 되는 것이지, 그것을 대통령께서 하루 만에 '분노했다', '모욕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오히려 지금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이 누구냐? 문 대통령 아니냐? 그러니까 그 권력을 행사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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