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합천창녕보(합천보)의 수문이 활짝 열렸다. 9일 '환경운동연합 생명의 강 특별위원회'는 낙동강 모니터링 도중에 합천보 수문 모두가 활짝 열린 것을 목격했다. 적어도 합천보의 상하류 낙동강은 완전히 연결된 역사적 현장인 것이다.
즉 합천보를 사이에 두고 그 위에 있는 달성보 직하류에서부터 합천보를 지나 함안보 상류까지 약 80㎞에 이르는 낙동강은 완전히 연결되어 함께 흐르게 된 것이다. 보로 막힌 낙동강 700리 중에서 25%의 낙동강이 비로소 연결된 것이다.
합천보의 관리수위는 해발 10.5미터다. 이날 합천보의 수위는 해발 4.8미터로 하류 함안보의 관리수위와 같아졌다. 낙동강 수위는 합천보 상류 구간에서 5.7미터가 내려갔다. 4대강 중에서 가장 큰 폭의 수문개방이 이루어진 것이다.
2011년 11월 합천보의 수문이 굳게 닫힌 후 만 5년 만의 일이다. 만 5년 만에 낙동강의 비록 일부 구간이긴 하지만 낙동강 재자연화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의 현장이 목격된 것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할 수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말했다.
"역사의 현장이다. 4대강 재자연화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간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너무 기쁜 날이다."
이렇게 합천보의 수문이 활짝 열리자, 낙동강은 활기를 되찾은 듯했다. 합천보 상류 곳곳에서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목격되고, 곳곳에서 아름다운 모래톱이 부활했다.
합천보 상류 3킬로미터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회천은 완전히 흐르는 강으로 회복했다. 그동안 합천보 담수로 인해 낙동강과 동반해서 수위가 상승했고, 그로 인해 인공의 수로와 같은 모습에서 비로소 강다운 모습을 회복한 것이다.
이번 현장조사에 동행한, 그곳이 고향인 고령군 우곡면 포2리 곽상수 이장은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4대강사업 전만 하더라도 회천은 아름다운 모래의 강이었다. 재첩도 많이 잡혔다. 그래서 대구 등 인근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강 체험을 하면서 자연을 배우던 곳이었다. 그러나 4대강사업 후 회천은 물이 가득한 수로가 되어버렸다. 새들도 떠났다. 아이들도 더 이상 회천을 찾지 않았다. 그런 회천이 이제 다시 생명을 되찾고 있다. 너무 기쁘다. 이제 더 이상 회천을 빼앗기지 않겠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 아름다운 강을 그대로 물려줄 것이다."
다른 구간과 달리 수위가 떨어진 이 일대는 특히 새들이 많이 찾아왔다. 독수리, 흰꼬리수리, 백로, 왜가리, 청둥오리, 비오리, 민물가마우지 등 다양한 새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새들이 춤을 춘다. 덩달아 낙동강도 기뻐 춤을 추는 것 같다. 생명이 되돌아온 것이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낙동강의 수문을 열자 강은 이렇게 빠르게 변해간다. 생명들이 돌아오면서 강이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낙동강 보의 모든 수문이 하루빨리 열려야 하는 이유다.
다시 닫힌 함안보, 다시 거대한 물그릇으로 전락한 낙동강
그런데 합천보와 달리 아래 창녕함안보(이하 함안보)는 열였던 수문이 다시 닫히는 기막힌 사태가 발생했다. 경남 합천군 청덕면 앙진리 '광암들' 농민들이 함안보 수위 저하에 따라 지하수가 고갈돼 냉해 피해를 입게 됐다고 항의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낙동강 보 수문개방은 시대의 요구입니다")
이들 농민들은 수막재배 방식으로 양상추 농사를 짓는데, 수막재배란 비닐하우스 안에 또 비닐하우스를 치고 그 위에 퍼올린 지하수를 계속해서 뿌려줌으로써 수막을 형성 보온하는 농법으로 막대한 지하수가 쓰이게 된다. 비닐하우스 1동당 하루 약 200톤 이상의 지하수가 들어가게 된다.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곳 농민들은 함안보 수문 개방에 따라 광암들의 지하수가 줄어들었고 그 때문에 지하수가 나오지 않아 기온이 급강하는 새벽녘 냉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함안보는 다시 닫겨 이번 보 추가개방 전 관리수위였던 해발 4.8미터를 회복했다. 즉 합천보 아래에서부터 저 낙동강 하굿둑까지는 또다시 거대한 인공의 수로 형태의 낙동강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당장 아름다운 모래톱이 드러나면서 4대강사업 이전 모습을 보여주었던 낙동강 황강 합수부도 다시 물에 잠기면서 다시 거대한 물그릇 형태의 낙동강으로 되돌아갔다.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함안보 수문이 열리자 거대한 모래톱이 드러나고 그 일대에서 만난 천연기념물 수달은 강의 부활을 알리는 상징으로 보였는데 다시 강이 거대한 물그릇이 돼버린 이 사실을 수달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합천보를 사이에 두고 그 상류와 하류의 낙동강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수위가 떨어진 낙동강은 곳곳에서 생명이 약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 아래 낙동강은 생명이 사라진 거대한 물그릇일 뿐인 모습이다.
문재인 촛불 정부에 바란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생명의 길로 가라
어느 강이 강다운 것인가? 어디가 진정한 낙동강의 모습이란 말인가? 강이 호수와 다른 것은 다양한 공간과 생명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울과 소 드넓은 모래톱과 습지 이런 다양한 공간이 존재하고 그 공간에는 또 다양한 생명들이 깃들어 살아가게 된다. 즉 강은 살아있는 하나의 유기체인 것이다.
멸종위기종 1급 야생생물인 흰수마자는 고운 모래와 여울이 있어야 살 수 있는 우리나라 고유종인 물고기로 낙동강이 고향이다. 그러나 4대강사업으로 모래가 박멸되고 여울이 사라진 낙동강에서는 더 이상 이 귀한 생명을 찾을 수 없다. 낙동강에서 전멸된 것이다. 비단 흰수마자뿐이겠는가? 수많은 생명들이 낙동강에서 사라졌다.
강은 단지 물그릇만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함으로써 건강한 강이 되고 그 건강한 강은 우리 인간들에게 건강한 식수를 약속해준다. 우리가 강을 강답게 지켜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따라서 4대강사업을 심판하고 4대강의 거대한 보를 철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4대강은 우리나라의 근간이 되는 주요한 강이고, 그 강들이 건강해야 그곳에서 생명이 꽃피고 이 나라가 건강해진다. 따라서 그 일은 4대강사업을 반대한 절대다수의 국민의 요구이자 시대적 열망인 것이다.
촛불 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 또한 그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서 4대강 보의 수문개방을 강행한 것이다. 수문개방을 시작으로 4대강 보의 철거는 대세다. 4대강을 비로소 강답게 만드는 길은 거기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큰 물결이 이른바 '4대강 재자연화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크고작은 문제들은 발생할 수 있다. 그 문제들은 해결하면 된다. 피해가 생겼다면 피해보상이 따라야 할 것이고, 양수장 등을 개조해야 한다면 개조하면 된다. 단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4대강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반드시 물어야 한다.
대운하가 아니라고 국민을 속여가면서 국민의 절대다수가 반대한 4대강사업을 강행한 장본인이 바로 MB다. 따라서 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서 4대강사업 때문에 발생한 국고 손실분은 반드시 회수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나는 평소에 탈세가 범죄이듯 공직자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도 일종의 범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가야할 돈을 횡령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범죄입니다."
2009년 3월 23일 제 11차 대통령 라디오 국정연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는 이 말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문재인 촛불 정부에게 다시 한번 강력히 요청한다. 4대강 보 수문개방은 국민적 열망이자 시대적 요구다. 4대강의 수문을 여는 그 순간 4대강 재자연화의 역사는 시작된 것이다. 역사의 큰 수레는 돌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니 좌고우면할 것이 없다. 그 길로 가면 된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크고작은 문제는 따르기 마련이다. 그 문제들을 해결해가면서 4대강 재자연화라는 이 역사적인 큰 과제를 반드시 완수해주길 요청한다.
그것은 4대강을 되살리는 길이자 4대강을 국민의 강으로 되돌려 놓는 길이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의 길이자 생태정의를 구현하는 길이다. 문재인 촛불 정부는 좌고우면 하지 말고 그 정의 길로 가면 된다. 국민이 지지한다.
프레시안=평화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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