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일부 친이직계를 중심으로, 동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로 영남권의 강한 반발에 처한 이명박 대통령을 엄호하기 위한 '수도권 방어선'이 구축되는 모양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전날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 동남권 신공항 관련 논란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1호가 한반도 대운하인데, 왜 대운하 공약은 지키라고 말하지 않느냐"고 말한데 이어 친이재오계이면서 서울 양천에 지역구를 둔 김용태 의원이 30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대선공약이라고 해서 절대 선이 아니다"라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서울 서대문이 지역구인 정두언 의원은, 다른 부분에선 청와대와 많은 각을 세우고 있지만, 신공항 문제에서는 '백지화'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국익이 중요한 가치"라는 친이계
이날 김용태 의원은 "정치 현실에서는 그것(공약)을 불가피하게 파기할 때가 있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운하 정책이다"면서 "저는 공약이라고 해서 절대 선이고 중요한 것이 아니고 현재 상황에서 다음의 국가 백년대계를 봤을 때 어떤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고려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논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과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의 최 측근인 이 장관은 "(대선 공약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기 때문이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 문제를 떠나 이 대통령에게 제기되고 있는 각종 정치적 책임론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방어막을 쳤다.
'대통령 탈당 요구설'에 대해 그는 "동의하지 않는다. 역대 대통령이 탈당했던 사례들을 보면 도덕적 정당성이 없다는 차원에서 집권 여당이 탈당을 원했던 것이다"면서 "정책 결정과정에서 대통령이 탈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집권 세력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도 아니다"라고 일부 영남 의원들을 질타했다.
'정치 경호'나선 수도권 의원들 방어선 형성…힘겨운 싸움 될 듯
결국 수도권 의원들 일부가 신공항 백지화에 총대를 매고 나선 모양새가 됐다. 이재오 장관, 정두언 최고위원을 필두로, 영남 지역에 크게 이해관계가 없는 인사들이 이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적극 방어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인천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 일부도 인천공항에 미칠 영향 때문에 신공항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내부 기류도 수도권과 영남으로 갈려 있고, 이 대통령이 '수도권 방어선'을 형성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수도권 의원들 중에서도 친박계나 영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의원들은 대통령의 '공약 뒤집기'에 대해 부정적이다.
영남은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친이, 친박을 막론하고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는 안된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원주 탈락 등으로 강원도 민심이 악화된 게 사실이고, 세종시 파동을 거치면서 충청 민심이 이 대통령에게 떠났다는 분석은 오래전에 나온 얘기다.
대구 출신 의원들은 이날 3시 30분 경에 발표될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평가 결과 발표에 앞서 이날 오후부터 대책 회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행동'으로 모여주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분열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우려한듯, 이날 안상수 대표가 주재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동남권 신공항 얘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충청권에 기반을 둔 박성호 최고위원이 "취득세와 등록세를 감면해준다는 얘기 때문에 지자체가 다 반발하고 있다"고 지방의 흉흉한 민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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